250살 보호수에 "불이야!" 마을 '발칵'…치매환자 "해충 죽이려고"

머니투데이 류원혜 기자 2024.06.28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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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는 사진./사진=이미지투데이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는 사진./사진=이미지투데이


치매 증세 때문에 마을의 당산나무로 여겨지던 250년 된 왕버들 보호수에 불을 질러 없애버린 60대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고상영)는 산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63)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을 명령했다고 28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6월 23일 오후 9시9분쯤 전남 화순군에 있는 수령 250년이 넘는 왕버들 보호수에 불을 붙여 소각시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보호수는 산림보호법에 따라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있는 노목(老木), 거목(巨木), 희귀목(稀貴木) 등 특별히 보호할 필요가 있는 100년 이상 된 나무를 말한다.

A씨는 벌레와 지네 등을 죽이기 위해 토치로 불을 붙였다고 자백했다. 그는 알츠하이머병(치매)을 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보호수 앞에는 보호수 지정석이 크게 세워져 있었고, 보호수는 피고인의 집 앞에 있었다"며 "피고인은 이 보호수를 마을 지킴이로 모셔지는 당산나무로 인지하고 있었다. 범행 당시 미필적 고의를 가지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은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피고인의 범행으로 250년이 넘은 보호수가 소훼되고, 화재 진화를 위해 소방 인력이 투입돼 국가적으로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이 반성하는 점과 보호수에 불이 붙자 호스로 불을 끄려고 노력한 점, 오래전부터 치매 등을 앓고 있었던 점, 돌봐줄 동거 가족이 없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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