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식이 삼촌' 티파니 영 "황미영다운 연기도 보여주고 싶어" [인터뷰]

머니투데이 이덕행 기자 ize 기자 2024.06.28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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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써브라임/사진=써브라임


소녀시대 티파니는 대중들에게 매우 친숙하지만, 그에 비하면 배우 티파니 영은 아직은 많은 경험과 작품이 필요한 배우다. 그렇다 보니 작품에서 맡을 수 있는 배역도 조금은 한정적이다. 그러나 티파니는 자신의 본명인 '황미영'다운 모습도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끊임없이 공부하는 티파니의 모습에서는 그 가능성을 충분히 엿볼 수 있었다.

지난 19일 최종화가 공개된 디즈니+ '삼식이 삼촌'(연출·극본 신연식)은 전쟁 중에도 하루 세 끼를 반드시 먹인다는 삼식이 삼촌(송강호)과 모두가 잘 먹고 잘사는 나라를 만들고자 했던 엘리트 청년 김산(변요한)이 혼돈의 시대 속 함께 꿈을 이루고자 하는 뜨거운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티파니는 올브라이트 재단 이사의 여동생이자 모종의 목적을 가지고 김산에게 접근하는 레이첼 정 역을 맡았다. 그는 지난 26일 드라마 종영을 기념해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아이즈(IZE)와 만나 작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정말 좋은 경험이었고 아직도 입력 중이에요. 일단은 '어떻게 하면 다음에 더 잘할 수 있을까'를 우선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다시 생각해도 정말 멋진 현장이었고 최고의 선배님들과 파트너로 만나서 감사한 시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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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을 통해 '삼식이 삼촌'에 합류한 티파니는 레이첼이라는 캐릭터가 대본에 나오기도 전에 제작진을 찾아가 함께 하고 싶다고 어필했다. 그 후 레이첼이 등장하자 누구보다 열심히 준비해 배역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그렇다면 '삼식이 삼촌'이 티파니의 마음을 끈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1960년대면 저희 부모님,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인데 저는 어렸을 때 친할아버지, 외할아버지와 함께 살아서 궁금한 것도 있고 저의 DNA와 뿌리, 내 성향과 본성에 대해 더 알고 싶었어요. 삼식이 삼촌과 김산이라는 인물도 매력적이었어요. 자석처럼 끌어당기는 두 명이 꿈을 펼치고 실패하고 설레야 하는 과정이 매력적인데 그 관계 사이에 레이첼이 투입되는 사실이 재미있었어요."


한국에서 나고 자란 배우에게도 1960년대의 시대상을 연기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미국에서 자란 티파니에게는 더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그 시대를 이해하기 위해 1950년대와 1970년대까지 공부했다는 티파니는'이제 내 일상의 일부가 됐다'며 여전히 그 시대를 배워가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에 시대극에 대한 관심도 많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재벌집 막내아들'도 조사가 많이 필요했던 작품이었는데 이번에도 1960년대를 알고 싶어 50년대와 70년대도 공부하게 됐어요. 어떤 선택, 어떤 리액션이 있었는지 배우고 그를 통해 제가 만들어졌다는 걸 알게 됐어요. '삼식이 삼촌'을 한 이후부터는 더 많이 찾아보게 되는 것 같고 제 일상의 일부가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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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첼은 올브라이트 재단 이사의 여동생이자 모종의 목적을 가지고 김산에게 접근한다. 이런 레이첼은 스스로를 '복어 같은 여자'라고 표현했다. 티파니는 이 수식어에 대해 감탄하며 '나는 조금 복어 같아야 할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보통은 '여우 같은 여자'라는 표현이 많은데 '복어 같은 여자'라는 표현은 획기적이라 찾아봤어요. 아무리 뜨거운 열이 닿아도 독이 변하지 않아 남을 해칠 수 있지만 자신은 안전하더라고요. 저는 복어 같지 않고 곰 같은 것 같아요. 너무 투명하고 솔직한 편이라 조금 복어 같아야 할 것 같기도 해요."

신연식 감독이 써낸 '복어 같은 여자'란 표현은 레이첼이라는 캐릭터를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됐다. 다른 신을 찍고 있는 송강호와 변요한에게 인사를 건넸다가 레이첼 같은 당당한 모습으로 악수를 건네 실제로 촬영 장면이 추가되기도 했다. 다만, 티파니는 조금 더 입체적으로 캐릭터를 디자인해 보고 싶다는 욕심을 드러냈다.

"복어를 많이 공부해서 그런지 그게 제일 좋았던 도면이었던 것 같아요. 스스로에게는 독이 되지 않지만, 누군가에게는 독이 되는 모습을 만들었어요. 어디에 있어도 의상이나 손짓, 제스처는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준비했어요. 나중에는 시간이 많아지면 더 입체적으로 디자인해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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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배 송강호마저도 짐짓 놀라게 할 정도로 당당한 첫인상을 남겼지만 티파니는 누구보다 먼저 현장에 도착하고 누구보다 마지막으로 퇴근하며 많은 것을 공부했다. '재벌집 막내아들'로 연기를 시작한 티파니에게 '삼식이 삼촌'은 이제 두 번째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영어를 안 하는 역할도 하고 싶고 황미영다운 대본을 만나 연기를 보여주고 싶어요. 가수는 제 목소리에 맞춰 개인화된 선택을 한다면, 연기는 스토리가 세팅되어 있고 모두가 같이 만들어가잖아요. 제가 조금 부족하더라도 함께 하기 때문에 해보고 싶어요."

다만, 뮤지컬이나 정극 연기를 도전한 처음에는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티파니는 이러한 비판에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배우고 도전했고 눈에 띄는 발전을 보였다.

"삶에서 연기가 늘었나 싶어요. 음악이건 연기건 무언가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두려워하기보다는 액션을 취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연기도 음악만큼 사랑해서 매일 매일 움직였어요. 1년 반을 지나오면서 저는 늘 부족할 거고, 그렇다면 현장에 기댈 줄도 알아야 한다는 배움을 얻었어요. "

다만 티파니가 얻은 깨달음이 단순히 남에게 의존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주변의 더 나은 사람을 통해 배우고, 이를 다시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펼쳐 보이는 것으로 비단 연기에만 국한된 것도 아니었다.

"열정, 연습, 체력 하나는 일등이에요. 빨리 흡수하고 유연하게 펼쳐 표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제가 음악을 할 때도 모든 카테고리를 공부했어요. 영화 역시 마찬가지예요. 조명, 음향, 촬영 등 많은 전문가들이 계신데 왜 걱정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동안은 어떤게 좋은 연기인가 혼자서만 고민했다면 이제는 늘 공부하면서 배우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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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파니의 연예계 활동에 있어서 소녀시대라는 그룹을 빼 놓을 수는 없다. 티파니는 소녀시대에 대해 '가장 훌륭한 파트너'라며 여전히 변하지 않는 애정을 드러냈다.

"제 인생에 있어서 가장 훌륭한 파트너에요. 인간적으로도 비즈니스적으로도 너무 훌륭한 단체고 정말 좋은 형태의 앙상블이에요. 싸우기도 하고 이해 못 했던 시기도 있었는데 이제는 끈끈하고 단단한 가족 같아요. 함께 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어떤 현장을 가더라도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 중 윤아, 유리, 수영, 서현 등의 멤버는 일찌감치 배우 활동을 시작해 각자만의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다. 함께 그룹 활동을 했던 멤버들이 배우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는 건 티파니에게도 좋은 자극이자 하나의 이정표였다.

"소녀시대가 옛날에는 믿고 듣는 뮤지션이었다면 이제는 멤버들이 믿고 보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특히 요즘에 멤버들의 연기 활동이 저에게는 정말 좋은 조명과 나침반이 되고 있어요. 저도 계속해서 영감을 받고 서로를 보면서 꿈을 꾸는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을 준비할 때도 많은 도움을 줬고, '항상 준비를 해서 그런지 좋은 현장을 만났고 다음 작품의 티파니가 기대된다'는 말을 해줬어요. 저도 지금 배운 경험으로 빨리 다음 캐릭터와 현장을 만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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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식이 삼촌'은 인간의 꿈과 야망을 다룬 작품이다. 그러나 티파니가 '삼식이 삼촌'을 만난 시점은 꿈과 야망이 사그라들었을 때였다. 그런 티파니에게 레이첼은 다시 불을 지폈다. 열정과 야망으로 모든 것을 공부하고 흡수해나가고 있는 티파니는 '더 큰 욕심이 난다'며 앞으로도 꾸준히 발전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인간 티파니는 야망이 없어진 타이밍에 레이첼을 만났어요. 사이즈와 포맷을 구분하지 않고 제가 열리면 다른 사람에게도 열릴 것이라는 마음으로 두 팔을 벌리고 있는데 레이첼을 만나게 됐어요. 레이첼을 만나면서 다시 불이 지펴졌어요. 더 욕심이 나고 좋은 분들과 좋은 현장에 있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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