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풍낙¥, 이번엔 37년만…"일본 당국, 통제력 잃었다"

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2024.06.28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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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달러가 지속되는 가운데 기록적인 엔화 약세 현상은 심화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일본 당국이 외환시장 통제력을 잃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일본 엔화가 38년래 최저를 기록한 27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달러엔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 환율은 달러당 160.82엔까지 치솟으며 엔화 가치는 1986년 12월 이후 최저로 밀렸다. 2024.6.27 (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일본 엔화가 38년래 최저를 기록한 27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달러엔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 환율은 달러당 160.82엔까지 치솟으며 엔화 가치는 1986년 12월 이후 최저로 밀렸다. 2024.6.27


27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약 두 달 만에 달러당 160엔을 다시 넘어 160.85엔까지 상승했다(엔화 가치 하락).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는 가운데 되레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연준 인사의 발언까지 외환시장이 영향을 받은 모습이다. 이날 직전인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 환율은 한때 달러당 160.88엔을 기록해 엔화 가치가 1986년 12월 이후 37년 반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외신과 전문가들은 엔화의 이번 약세를 두고 연준 인사의 말 한마디에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의 대규모 시장 개입 효과가 두 달 만에 사라진 것"이라며 일본 당국이 환율 통제력을 상실했다고 진단했다.

일본 당국은 엔화 가치 유지를 위해 지난 4월 말부터 약 한 달 동안 9조7885억엔(약 85조원) 규모의 시장 개입에 나섰다. 당시 정부의 시장개입으로 엔 환율은 달러당 151엔까지 떨어지며 엔화 강세를 나타냈었다. 그러나 두 달 만에 엔화 가치가 다시 37년 반 만의 최저치로 떨어지며 시장 개입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미즈호증권 USA의 도미닉 콘스탐 거시 전략 책임자는 "일본의 외환보유고가 제한돼 통화 방어에 수천억 달러를 쓸 수 없다"며 당국이 추가 개입을 해도 엔저 현상이 여전할 것으로 봤다.



엔달러 환율 추이/그래픽=이지혜엔달러 환율 추이/그래픽=이지혜
미국·일본 기준금리 비교/그래픽=윤선정미국·일본 기준금리 비교/그래픽=윤선정
현재 엔저 현상은 미국과 일본 간 금리차에 따른 것으로, 양국의 기준금리 조정이 이뤄져야 엔화 환율도 안정될 거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은 지난해 7월 인상을 끝으로 수십 년 만의 최고 수준인 5.25~5.5%를 유지하고 있고, 일본은 지난 3월 기준금리를 -0.1%에서 0~0.1%로 올린 뒤 2차례 연속 동결했다.

최근 시장에선 일본은행의 7월(7월 30~31일 통화정책회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달 회의에서도 7월 인상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은 10월 금리인상에 힘을 싣는다. 블룸버그가 지난 25일 경제학자 4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42%가 금리인상 가능 시점을 10월로 선택했다. 7월을 선택한 응답자는 33%다. 니혼게이자이는 "일본의 경기가 미국보다 둔화하는 상황에서 일본은행이 적극적인 금리인상에 나설 거란 기대는 낮은 편"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선 엔저를 멈추기 위해선 일본의 금리인상보다 미국의 금리인하가 더 필요하다고 본다. 일본의 금리 조절 폭이 0.1%포인트 정도로 미국(0.25%포인트)보다 적어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뉴욕 BNY 멜론 캐피털 마켓의 밥 새비 시장전략책임자는 "국제시장의 달러의 지배력은 강화하고 있다"며 "연준의 금리인하 전까지 엔저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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