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간호사의 한국살이 3년…"차별·폭력없어 만족하죠"

머니투데이 김훈남 기자 2024.06.30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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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100만 외국인력 시대, 우리 옆 다른 우리 <2회>우리도 한국 '가족'②

편집자주 대한민국에서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취업자수는 2800만명. 이 가운데 93만명은 외국인입니다. 전체 취업자의 3% 남짓의 숫자이지만 저출산고령화, 즉 '인구절벽'에 직면한 대한만국의 사정을 고려하면 외국인력의 유입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자 숙제입니다. 외국인 노동자가 우리 경제활동의 올바른 구성원이 되기위한 산업현장의 노력과 가정·지역사회에서의 활동을 조명하고 올바른 다문화 정착을 위한 고민을 나누고자 합니다.

지난해 9월 26일 울산 동구 화정가족문화센터 3층에서 추석명절을 앞두고 열린 아프가니스턴특별기여자와 함께하는 한가위 체험 한마당에서 어린이들이 딱지놀이 게임을 하고 있다. 2023.09.26.  /사진=뉴시스지난해 9월 26일 울산 동구 화정가족문화센터 3층에서 추석명절을 앞두고 열린 아프가니스턴특별기여자와 함께하는 한가위 체험 한마당에서 어린이들이 딱지놀이 게임을 하고 있다. 2023.09.26. /사진=뉴시스


아프가니스탄에서 간호사로 일하던 아베드 압둘 하피즈(Abed Abdul Hafiz·50)씨는 2021년 8월 카불 공항에서 대한민국 공군기에 몸을 실었다.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함락하면서다.

대한민국 정부는 탈레반의 박해가 예상되자 주아프가니스탄한국 대사관과 KOICA(한국국제협력단) 등에서 우리나라를 돕던 현지인을 '특별기여자'로 인정, 이들의 피난을 돕기 위해 '미라클 작전'을 펼쳤다.



한국으로 오기 전 하피즈씨는 아프가니스탄 소재 한국 병원에서 8년 동안 간호사로 일했다. 탈레반의 수도 점령 이후 출퇴근 경로를 포함해 생활권이 '레드라인'(위험지역)으로 지정됐고 결국 아내와 2남2녀를 데리고 한국행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인천으로 입국한 하피즈씨의 한국 생활은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시작됐다. 두달 동안 한국에서 살기위한 기본적인 한국어와 문화 교육을 받고 전남 여수로 옮겨 한국 문화와 한국 도시, 사회에 적응하는 법을 배웠다. 같은 시기 법무부로부터 일자리를 소개받아 직업교육도 병행했다.



입국으로부터 반년여 적응 교육을 마치고 지난해 초부터는 울산으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하피즈씨는 HD현대중공업의 협력사인 '지테크'에 취업해 조선소에서 전기설비 업무에 종사 중이다. 가족들과는 현대중공업 임직원 사택인 울산 소재 중앙아파트에서 지내고 있다.

하피즈씨는 머니투데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3년간의 한국 생활에 대해 "잘 적응하고 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한국에서의 삶은 모든 부분에서 괜찮다"고 밝힌 하피즈씨는 "아이들이 (안정적으로) 학교에 다니고 빠르게 한국어와 문화를 배우고 있다"며 "일자리를 얻고 필요한 물건을 쉽게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사용이 가능한 운전면허 취득은 물론, 한국어 강습 프로그램도 지원받아 생활에 도움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생활에서 가장 좋은 점, 고마웠던 점을 묻는 질문에는 "폭력과 인종차별이 없다"고 답했다. "아이들이 크면서 대학을 갈수 있고 하피즈씨 본인도 일자리를 얻어 부지런히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에 감사한다"고 썼다.

10점 만점으로 점수를 매기면 10점을 주고싶다는 하피즈씨지만 여전히 고민 있다. 자녀의 성장과 함께 들어가는 학비와 안정적인 체류자격같은 문제다.

하피즈씨 가족은 2021년 특별기여자 입국 당시 정부의 방침에 따라 체류기간 상한 5년짜리 F-2(장기체류) 비자 자격으로 한국에 머물고 있다.

비자가 만료되더라도 아프가니스탄으로 돌아가기 힘든 처지와 한국 일자리를 구하는데 생기는 제약 등을 생각하면 영주권(F-5)같은 안정적인 체류자격을 지원받고 싶다고 한다.

그는 또 대학등록금 같은 다자녀 양육에 따른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하피즈씨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제 분야와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직무를 맡고 싶다"고도 소망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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