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 이상 성인인데 시력 '뚝뚝'…당뇨병이 무서운 이유

머니투데이 박정렬 기자 2024.06.2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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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시대의 건강관리 '건(健)테크' (155) 당뇨망막병증

편집자주 머니투데이가 고령화 시대의 건강관리 '건(健)테크'를 연재합니다. 100세 고령화 시대 건강관리 팁을 전달하겠습니다.

송용연 전주 온누리안과병원 원장송용연 전주 온누리안과병원 원장


외부 기고자 - 송용연 전주 온누리안과병원 원장

대한당뇨병학회의 '당뇨병 팩트시트 2021'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 30세 이상 당뇨병 환자는 약 600만 명이다. 2010년 312만 명에서 10년 새 2배 가까이 늘어났다. 당뇨병은 혈당 조절에 필요한 인슐린의 분비나 기능 장애로 인해 발생한 고혈당을 특징으로 하는 대사성 질환이다. 문제는 당뇨가 생기면 미세혈관계에 병을 일으켜 눈을 포함한 몸 곳곳에 광범위하게 장애가 생길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이다. 이중 당뇨망막병증은 만성적인 염증이 망막의 미세혈관에 오랜 기간 손상을 일으켜 발생하는 대표적인 미세혈관 합병증으로 전 세계적으로 20세 이상의 성인에서 시력 저하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이다.

안과 진료실에서 만나는 망막 환자들은 당 조절이 잘 되고 있는데 왜 당뇨망막병증이 생기는지 질문하기도 한다. 이는 당뇨망막병증의 발생과 진행이 당뇨병을 앓은 유병 기간과 깊은 연관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15년 이상 제2형 당뇨병을 앓은 경우 78%, 제1형 당뇨병 환자는 98%가 망막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도 당뇨병을 새로 진단받은 환자군보다 당뇨병을 진단받은 지 5년 이하의 유병 기간 환자군에서 9.2배, 6~10년 유병 기간군은 13.8배, 11년 이상 유병 기간군은 26배나 당뇨망막병증의 위험도가 높다는 보고가 있다. 당뇨 유병 기간이 1년 증가할 때마다 당뇨망막병증의 위험도는 1.1배 높아졌다. 즉, 당 조절을 잘해도 당뇨병 유병 기간이 길어질수록 당뇨망막병증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당뇨병 환자 중에는 시력이 좋은데 굳이 안과에 갈 필요가 없다고 방심하거나, 당뇨망막병증이 심한 단계에 있는데도 증상이 없어 지속적인 안과 진찰을 받지 않는 경우도 있다. 우리 눈의 중심 시력을 담당하는 부위는 망막의 중심부에 위치한 황반이며, 주변 망막에 이상이 있을 경우에는 시력 저하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당뇨망막병증은 대부분 주변부 망막에서의 변화들이 먼저 나타나기 때문에 병증이 심하더라도 중심 망막에 이상이 없는 경우 시력 저하를 느끼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당뇨병 환자들이 시력 저하를 느껴서 안과를 처음 방문했을 때는 이미 당뇨망막병증이 진행된 경우가 많다. 당뇨병 환자들은 시력이 괜찮고 증상이 없더라도 숨어 있는 심각성과 위험성을 반드시 기억해야 하고 안과 의사의 안내를 따라 정기 검진해야 한다.

국제안과협의회 (International Council of Ophthalmology)에서 2017년에 발표한 당뇨망막병증 대한 검진 권고안이 있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와 같이 의료자원이 잘 갖춰진 나라의 기준으로 당뇨망막병증의 소견이 없는 당뇨 환자의 경우 1~2년 간격, 당뇨망막병증이 있는 경우 진행 정도에 따라 1~6개월 간격의 검진을 권고하고 있다.

제1형 당뇨병을 처음으로 진단받은 경우 보통 첫 5년간은 당뇨망막병증이 없으므로 초기 안과 검사는 당뇨병 진단 5년 이내에 받으면 된다. 그러나 제2형 당뇨병의 경우 정확한 발병 시기와 유병 기간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당뇨병을 처음 진단받을 때 이미 당뇨망막병증이 동반됐을 수 있다. 당뇨병 첫 진단 시에 반드시 안과 검사를 받길 권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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