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러·中 핵 위협…"美, 핵무기 현대화 필수"

머니투데이 최성근 전문위원 2024.06.30 06:00
글자크기
(로이터=뉴스1) 박재하 기자 = 21일(현지시간) 러시아 국방부가 전술핵무기 훈련을 러시아 남부에서 시작했다고 밝힌 가운데 러시아군이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을 설치하고 있다. 2024.05.21/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로이터=뉴스1) 박재하 기자(로이터=뉴스1) 박재하 기자 = 21일(현지시간) 러시아 국방부가 전술핵무기 훈련을 러시아 남부에서 시작했다고 밝힌 가운데 러시아군이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을 설치하고 있다. 2024.05.21/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로이터=뉴스1) 박재하 기자


미국이 러시아와 중국이라는 두 핵 강대국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핵전력을 업그레이드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최근 미국 싱크탱크 허드슨 연구소의 레베카 하인리히 선임연구원은 논평을 통해 "미국은 두 개의 핵 강대국과 대결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며 "기존 핵전력을 질적, 양적으로 개선하는 핵무기 현대화 프로그램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하인리히 연구원은 오랫동안 핵 군축을 지지해 온 조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 중국, 북한을 동시에 억지하기 위해 최신 핵무기 도입 지침을 발표했다면서 이는 현재 미국이 당면한 새로운 핵 위협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냉전 시대 이후 미국은 국방전략에서 핵무기 의존도를 낮추고 군비 통제와 군축 목표에 주력했다. 당시 러시아는 비슷한 핵무기 보유국이었고, 미국 정부는 러시아와의 관계가 생산적이며 덜 적대적이라는 가정 하에 미국의 핵 억지력에 투자했다. 2010년 미국과 러시아 양국은 핵무기통제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을 체결했고 향후 이는 전술핵 등 모든 종류의 핵무기로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러시아는 오히려 중거리 핵전력조약을 위반하고, 항공자유화조약도 남용했으며, 우주 공간에서 책임있는 행동을 요구하는 유엔 우주조약까지 무시했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했고 결국 지난해엔 신전략무기감축협정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 하인리히 연구원은 "러시아가 새로운 핵무기 시스템에 투자하고 벼랑 끝 전술을 펼치면서 미국과 서방 세계를 향한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고 말했다.



급부상한 중국의 핵 위협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인리히 연구원은 "시진핑 등장 이후 중국은 글로벌 공유지역을 불안정하게 만들기 위해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 대해 노골적으로 공격적인 자세를 취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은 미국의 추정치를 넘어서 핵무기 비축량을 빠르게 늘리고 있으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장거리폭격기, 핵잠수함 등 3대 핵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중국은 국제 핵군축 회담이나 핵무기 관련 투명성 조치에 참여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하인리히 연구원은 현재 미국은 핵을 보유한 두 개의 적들 사이에서 대결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중국과 러시아 모두를 확실히 억제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더라도 미국이 진행 중인 핵무기 현대화 프로그램을 완료하는 것이 필수적이다"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은 지난해 10월 초당적인 전력태세위원회(U.S. Strategic Posture Commission, 이하 SPC)에서 2027~2035년 핵인프라를 포함한 핵무기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고 차세대 ICBM, 탄도미사일 잠수함, 전략폭격기, 핵탄두 개량 등 핵무기 현대화 프로그램을 완수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중국과 러시아를 동시에 억지할 수 있는 핵태세를 강조하면서 전략핵무기를 양적으로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ICBM에 한정된 전력구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술을 반영한 핵무기로 현대화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현재 미국 정부는 핵무기 현대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실전 배치한지 50년 가까이 된 구형 ICBM을 대체하기 위해 다탄두를 탑재한 차세대 ICBM인 '센티넬' 프로그램을 요구사항으로 제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센티넬 프로그램이 1500억 달러 규모의 엄청난 예산이 소요됨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이 합리적 숙고없이 추진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하인리히 연구원은 그동안 정치권의 결정은 오히려 핵전력을 무시하고 미국 원자력 업계의 몰락을 초래했다면서 "센티넬 프로그램은 여러 정부를 거쳐 검토한 정책이며 핵억지력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써 ICBM의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라고 주장했다.

핵무기 현대화에 대한 과도한 투자로 기존 재래식 무기에 대한 투자가 상대적으로 줄어들면 재래식 전투에 필요한 무기가 부족해질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하인리히 연구원은 "재래식 무기 확보를 위해 핵 억지 전력의 한 축인 ICBM 개발을 희생하는 것은 올바른 답이 아니다"며 "오히려 미국 국방 예산이 역사상 최저 수준으로 감소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GDP 대비 국방 예산을 획기적으로 증액하는 것이 보다 현명한 방법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두 개의 핵무기 적대국을 상대로 핵전쟁을 억지하고 미국 국민과 우리의 삶의 방식을 보존하는 것은 미국 정부의 최우선 과제이며 이를 위한 핵무기 현대화 작업은 결코 실패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