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톤 마약 밀수 배후에 온두라스 전 대통령…미국서 징역 45년형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2024.06.27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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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방 법원, 45년 징역형 선고… '마약 반대의 날' 의미심장한 판결

마약 범죄에 연루된 혐의를 받은 후안 올란도 에르난데스 전 온두라스 대통령(55)이 26일(현지시각) 미국 법원에서 징역 45년을 선고받았다. 사진은 수갑을 찬 에르난데스 전 대통령(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2022년 4월21일 미국 송환을 위해 온두라스 테구시갈파 공군기지에 도착한 모습. /AP=뉴시스마약 범죄에 연루된 혐의를 받은 후안 올란도 에르난데스 전 온두라스 대통령(55)이 26일(현지시각) 미국 법원에서 징역 45년을 선고받았다. 사진은 수갑을 찬 에르난데스 전 대통령(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2022년 4월21일 미국 송환을 위해 온두라스 테구시갈파 공군기지에 도착한 모습. /AP=뉴시스


한때 미국의 동맹이었던 온두라스 전 대통령이 마약을 운반하고 뇌물을 받은 혐의로 45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뉴욕타임스와 파이낸셜타임즈 등 외신에 따르면 26일(현지시간) 메릭 갈랜드 미국 법무장관은 성명서를 통해 "온두라스 대통령으로서 후안 올란도 에르난데스는 자신의 권력을 남용해 세계에서 가장 크고 폭력적인 마약 밀매 음모를 지원했고, 그 결과는 온두라스와 미국 국민이 짊어졌다"고 법원의 판결 취지를 밝혔다.

2014년부터 2022년까지 온두라스를 이끌었던 에르난데스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미국 맨해튼에 있는 연방 법원에서 400톤이상의 코카인을 미국으로 운반하는 무장 음모에 가담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어 국제 마약 남용 및 인신매매 반대의 날인 이날 법원으로부터 45년의 징역형과 벌금 800만달러를 선고받았다.



변호인은 55세의 에르난데스에게 사실상 종신형이 될 것이라며 40년의 최소 형을 선고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검찰은 판사에게 에르난데스가 반드시 "감옥에서 죽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재판에서 에르난데스가 두 번의 대선캠페인 기간 동안 "마약 카르텔에 협력한 대가로 수백만달러의 뇌물을 받았고, 그 마약자금으로 선거 관계자들에게 뇌물을 주고 투표를 조작했다"고 밝혔다.

미 사법부도 선처의 여지를 남기지 않았다. 갈랜드 장관은 "법무부는 폭력적인 마약밀매에 가담한 모든 사람들에게 그들이 얼마나 강력한지 어떤 지위에 있는지에 관계없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마약 밀매 카르텔 로스 초네로스의 두목 아돌포 마시아스가 탈옥해 에콰도르 교도소 곳곳에서 폭동이 일어나자 지난 1월 8일(현지시간) 에콰도르 키토 지역에서 경비 인력이 교도소 앞을 지키고 있다./로이터=뉴스1마약 밀매 카르텔 로스 초네로스의 두목 아돌포 마시아스가 탈옥해 에콰도르 교도소 곳곳에서 폭동이 일어나자 지난 1월 8일(현지시간) 에콰도르 키토 지역에서 경비 인력이 교도소 앞을 지키고 있다./로이터=뉴스1
에르난데스는 재임 중인 2021년 7월 1일 부패 및 불법 마약 거래에 연루된 혐의로 미국 국무부로부터 비자를 취소당했다. 퇴임 직후인 이듬해 2월 14일 미국의 요청으로 같은 해 4월 21일 미국으로 인도됐다. 인신매매범들의 진술 외에 온두라스, 멕시코 및 기타지역의 마약조직으로부터 에르난데스가 수백만 달러를 받았다는 증거가 포착됐는데, 그의 이니셜이 적힌 마약 거래 노트가 결정적이었다.

그의 퇴임 당시 온두라스의 민심은 싸늘했다. 높은 범죄율과 불안정한 경제로 수천명의 국민이 망명하고 미국으로 이주한 원인으로 에르난데스를 지목했다. 그의 후임인 시오마라 카스트로 대통령은 에르난데스가 온두라스를 '마약 국가'로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온두라스 국립자치대학교 부총장인 훌리오 라우달레스는 "판결이 '국제 마약 남용 및 인신매매 반대의 날'에 나온게 의미심장하다"며 "마약을 돕는 방법으로 정치를 이용하려는 음모는 모두 비난받을 것이라는 점을 라틴 아메리카의 나머지 지도자들과 정치인들에게 보여주는 신호"라고 말했다.


최근 수십 년 동안 미국에서는 불법 마약 거래에 연루된 다수의 라틴 아메리카 관리들이 기소됐다. 에르난데스 본인도 공식적으로는 임기 중 범죄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세계 최고 수준인 온두라스의 살인율을 낮추는데 주력했으나, 여전히 살인율은 높고 뿌리 깊은 마약갱단이 시민을 위협하고 있다. 카스트로 대통령은 이달 초 2만명 규모의 대형 교도소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인접 국가인 엘살바도르는 성인 인구의 약 2%가 투옥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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