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두리안 싹쓸이 하더니 돌연 "수입 안해"…중국 속내는?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2024.06.27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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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33개 수출업체에 "중금속 기준치 이상" 수입중단…
베트남산 공백은 최근 관계 밀착하는 말레이산으로 채울 듯

베트남 두리안 싹쓸이 하더니 돌연 "수입 안해"…중국 속내는?


중국이 태국과 함께 최대 두리안 수입대상국 중 하나인 베트남산 두리안 수입을 돌연 일부 중단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중국 정부는 베트남산 두리안에서 중금속이 과도하게 발견됐다는 입장이지만 베트남산 공백을 최근 정치적으로 밀착하고 있는 말레이시아산으로 채울 것으로 전망되며 이번 조치에 정치외교적 의도가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27일 홍콩 SCMP(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11일 서한을 통해 베트남 당국에 "과도한 양의 중금속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된 18개 대형 두리안 농장과 15개 두리안 유통업체 등 33개 공급선의 제품 선적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지난해 기준 무려 140만톤의 두리안을 수입한 세계 최대 두리안 시장이다. 중국에서 두리안은 부의 상징 격으로 여겨지며 수요가 매년 급증하고 있다. 결혼식을 앞두고 신부 부모를 찾아가는 신랑이 선물로 꼭 챙겨가야 하는 과일이 바로 두리안이다.

중국 두리안 시장의 초반 주인은 명실상부 태국이었다. 태국은 동남아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중국의 우방국이다. 중국 두리안 수요가 본격적으로 폭발하기 시작한 지난 2021년 기준 중국향 수출 두리안 중 태국산 점유율은 거의 100%에 육박했다.



베트남산 두리안은 2021년 처음으로 중국 수출 허가를 받았다. 이후 베트남은 맹렬한 속도로 두리안 재배를 늘려갔다. 이 과정에서 베트남 핵심 산업 중 하나인 농업의 지형도가 달라졌다. 로부스타 품종을 중심으로 세계 2위 커피산지였던 베트남 농가들이 빠른 속도로 두리안이나 아보카도 등 다른 작물로 갈아타기 시작했다.

그리고 2022년 기준 베트남이 수출한 두리안의 90%가 중국으로 들어갔다. 베트남산 두리안의 중국 수출은 지난해도 크게 늘었고, 이 여파로 태국산의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약 68%까지 떨어졌다.

베트남산 두리안의 가장 큰 무기는 낮은 가격이다. 지난 4월 기준 태국산 두리안 수입가격이 1kg 당 5.80달러였던데 비해 베트남산 두리안은 4.22달러였다. 올해도 베트남산 두리안의 중국 공습은 계속되는 참이었다. 올해 1~5월 수입량이 전년 대비 무려 61% 늘어난 6억6148만달러(약 9200억원)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돌연 수입 거부를 선언하면서 베트남 두리안업계는 일대 혼란에 빠지게 됐다. 중국 관세청은 "중금속 문제가 어디서부터 비롯됐는지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는 한편 조사를 강화할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베트남에서 두리안 품질문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던 것은 사실이다. 과도한 생산량 증대로 인해 품질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을 수 있다며 지방정부 두 곳에서 경고를 발령하기도 했다. 베트남 농업농촌개발부는 당시 "낮은 품질의 두리안이 베트남 두리안 브랜드에 피해를 주고 농가에도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었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아무 문제 없이 통관이 이뤄지다가 갑자기 잔류농약 속 중금속이 쟁점이 되는 상황을 놓고 베트남 내에서는 너무 갑작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정치외교적 배경이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일 (현지시간) 하노이 주석 궁에서 열린 환영식에 또 럼 베트남 국가 주석과 참석을 하고 있다. 2024.06.21  /로이터=뉴스1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일 (현지시간) 하노이 주석 궁에서 열린 환영식에 또 럼 베트남 국가 주석과 참석을 하고 있다. 2024.06.21 /로이터=뉴스1
베트남의 이른바 '대나무 외교'는 중국에 점차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가뜩이나 남중국해 해양영토분쟁으로 불씨를 안고 있는 양국인데, 베트남이 강대국 간 분쟁에 끼지 않으면서 자립적인 외교노선을 유지하면서 중국 입장에서 베트남은 이제 만만찮은 외교상대다. 베트남이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적 '왕따'가 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최근 초청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특히 베트남은 지지부진한 자국 내 경제상황 타개를 위해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서방 국가들과 관계개선에도 집중하고 있다. 미국 주도 경제블록 안에서 베트남의 공급망 내 역할이 갈수록 부각된다. 푸틴이 베트남을 찾자마자 미국이 대니얼 크리텐브링크 국무부 차관보를 급거 파견 "미국과 베트남 간 신뢰가 사상 최고"라는 메시지를 낸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모두 중국으로선 불편한 전개다.

중국 정부는 베트남산 두리안 수입공백을 말레이시아산을 통해 메운다는 방침이다. 말레이시아 국영 베르나마통신은 "지난주 방문한 리창 중국총리와 총 6만3000개 말레이시아 두리안 농가 수출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는 최근 중국과 부쩍 가까워진 나라다. 리창 총리는 지난 20일 마무리된 순방에서 오세아니아에 이어 말레이시아를 찍고 귀국했다. 두 나라는 5개년 경제협력협정을 갱신, 무역과 투자, 농업, 제조업, 금융 등 거의 전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말레이시아는 동부해안철도를 건설 중인데, 총 사업비의 85%를 중국이 조달한다. 이는 일대일로 구상의 핵심사업 중 하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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