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만 유죄 인정' 위키리크스 창업자, 전세기로 '고국' 호주 도착

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2024.06.26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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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현지시간) 오후 호주 캔버라 공항에 도착해 자신을 기다리는 이들을 향해 손을 흔드는 줄리언 어산지 위키리크스 창업자 /로이터=뉴스126일(현지시간) 오후 호주 캔버라 공항에 도착해 자신을 기다리는 이들을 향해 손을 흔드는 줄리언 어산지 위키리크스 창업자 /로이터=뉴스1


위키리크스 창업자 줄리언 어산지가 미국 정부 군사기밀 폭로 혐의 관련 14년간 법적 싸움 끝에 26일(현지시간) 자유의 몸으로 고국 호주에 도착했다.

로이터통신·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어산지는 이날 오후 7시30분(한국시간 오후 6시30분)경 호주 캔버라 공항에 도착했다. 그는 개인 전세기에서 내리며 자신을 기다리는 언론과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마중 나온 아내 스텔라 어산지와도 격한 인사를 나눴다. 또 법무팀과 함께 공항 건물로 들어가면서 아버지와도 포옹했다.



어산지의 공개 연설은 없었다. 아내 스텔라 어산지는 "줄리언은 회복하고 자유에 익숙해질 시간이 필요하다"며 어산지가 공개 연설을 통해 다음 행보를 알리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어산지가 호주에 도착하자 그의 석방을 도운 미국과 영국 정부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어 어산지와 전화 통화를 했다며 "나는 그와 매우 따뜻한 대화를 나눴다. 그는 호주 정부의 노력을 매우 칭찬했다"며 "호주 정부는 호주 시민을 옹호한다. 그것이 우리가 하는 일"이라고 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앨버니지 총리는 어산지의 석방을 위해 수년간 로비활동을 해왔다고 한다. 어산지의 변호사인 제니퍼 로빈슨은 호주의 조용한 외교와 강도 높은 로비가 어산지의 석방에 큰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26일(현지시간) 미국령 사이판 지방법원을 나서는 줄리언 어산지 위키리크스 창립자 /로이터=뉴스126일(현지시간) 미국령 사이판 지방법원을 나서는 줄리언 어산지 위키리크스 창립자 /로이터=뉴스1
어산지가 창업한 위키리크스는 2010년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에 관한 수십만 건의 미국 군사 기밀 문서를 공개했다. 이는 미국 군사 역사상 최대 규모의 보안 침해 사건이다. 어산지는 결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행정부 시절 기밀문서 폭로, 간첩법 위반 등 18가지 혐의로 기소됐다.

어산지는 2010년 스웨덴 당국이 성범죄 혐의로 심문하려고 발부한 유럽 체포 영장으로 영국에서 처음 체포됐었다. 2012년 영국 최고법원이 어산지의 스웨덴 인도를 허용하는 판결을 하자 어산지는 스웨덴 송환을 피하고자 에콰도르 대사관으로 도망쳐 7년간 망명 생활을 했다. 2019년 에콰도르 대사관이 어산지의 망명 지위를 취소했고 그는 곧장 대사관에서 끌려 나와 런던의 벨마시 최고 보안 교도소에 수감됐다. 이후 벨마시 교도소에서 62개월간 복역하며 미국으로의 범죄인 인도에 맞서 싸웠다.


그러다 최근 미국 법무부와 '유죄 인정 형량 감경 협상' 타결로 고국으로 돌아올 길이 열렸다. 양측은 어산지가 국가기밀 유포 혐의 등 자신의 유죄를 인정하는 대신 영국에서 복역 기간을 인정받아 추가 처벌 없이 석방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어산지는 영국 교도소를 나와 26일 오전 미국령 사이판 지방법원에 출석해 공판에서 자신의 죄를 인정했다. 사이판 지방법원의 라모나 맹글로나 판사는 어산지에게 62개월 형을 선고한 뒤 그의 영국 교도소 복역 기간을 인정해 석방을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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