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출산대책에 빠진 '수도권 1극체계' 개혁

머니투데이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 2024.06.28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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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우리나라 최고의 화두 중 하나가 저출생이다. 출생률이 0.7명대로 내려오면서 교육·연금·국방·경제·의료·사회 등의 유지가 불가한 수준의 인구감소가 나타나자 정부는 2024년부터 신생아특례대출제도와 출산가구에 청약기회를 확대하는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특히 6·19대책은 저출생으로부터 출산율을 반전시킬 목적으로 발표한 종합대책이었다는 점에서 반갑다.

그런데 6·19대책을 뜯어보면 결국 용두사미로 끝난 대책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먼저 정부의 저출생과 그 영향에 대해서는 한국은행 보고서를 적극 인용했다. 한은, 골드만삭스 등 다양한 경제예측기관이 시기는 다르지만 2040~2060년 이후 실질성장률을 마이너스로 점쳤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한은은 도시집중도 완화(수도권 과밀)가 0.4명대를 개선하고 청년일자리 확대가 0.1명 수준을 개선하는 가장 근본적 대책이라고 밝혔다. 보육환경 개선과 육아휴직 확대 등도 0.05명대, 0.1명대 개선의 대책이었고 혼외출산 확대도 0.15명을 개선할 대책에 포함됐다. 자연스럽게 저출산 대책은 현재의 수도권 1극체계로 불리는 우리나라의 도시구조를 개선해 다핵도시권역을 만드는 것을 포함하는 종합대책이 나오거나 혹은 이를 장기적으로 지향하는 방향으로 논의돼야 함이 적합할 것이다. 그런데 6·19대책에선 이러한 내용이 완전히 배제됐기에 결국 수도권 1극 심화와 지방소멸의 문제를 막지 못하고 미약한 수준의 출산율 개선 정도로 그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우리나라가 20년 정도 그 발전수준을 따라갔다고 생각해온 일본에서는 도쿄를 중심으로 하는 수도권 인구가 30%를 넘기 시작하자 도쿄 1극체계를 비판하며 지방균형발전을 추구하려는 움직임이 거세다. 특히 전 세계 테크산업을 선도하는 대만 TSMC가 일본 내 팹(Fab)을 건설할 것을 천명하고 결국 규슈의 구마모토현에 위치하게 됐다. 우리로 치면 경북지역 등에 위치하는 셈인데 도쿄집중도 30%대 상황에서 나오는 대책과 현재 51% 넘는 집중도의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대책들의 성격은 매우 다르다. 근본적으로 보육환경, 육아휴직제도 개선, 아동수단 확대 등도 출산율에 매우 중요한 정책이자 내용이다.

그런데 6·19대책에서 거론한 독일, 프랑스, 미국, 일본 등에서 출산율 제고가 나타난 이유는 이들 나라는 우리처럼 1극체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현재도 도시국가로 불리는 싱가포르, 홍콩 등의 출산율이 일반 국가 대비 낮은 것은 시사점이 크다. 한국도 1극체계 도시구조라면 도시국가와 크게 다를 바 없는 환경이어서다.



이런 국면에서 저출생가구를 대상으로 청약·대출 등을 확대지원하는 것은 미래수요를 당겨쓰는 것이라서 단기적으로는 높은 수요를 만들어낼 수 있지만 5~10년 후 수요공백에 대응하기 어려워진다. 단기 시장부양을 위해 미래를 끌어쓰는 것, 이것은 신생아특례대출에서도 드러나고 도시구조에서도 드러난다. 근본적으로 수도권 1극체계의 개혁이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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