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찼다" 이 말 끝으로…제주 간다던 초5, 완도에서 맞은 비극[뉴스속오늘]

머니투데이 이소은 기자 2024.06.28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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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실종 경보가 발령된 조유나양(10)./사진=경찰청 실종아동찾기센터실종 경보가 발령된 조유나양(10)./사진=경찰청 실종아동찾기센터


2년 전 2022년 6월 28일 전남 완도 바닷속에서 차 한 대가 발견됐다.

2018년식 7세대 후기형 아우디. 해당 차 안에서는 시신 3구가 확인됐다. 시신은 당시 실종신고가 접수됐던 초등학교 5학년 조유나 양과 그의 부모였다. 약 한 달 전 학교에 '제주도 한 달 살기' 체험학습을 신청한 조 양은 왜 완도 바닷속에서 발견됐을까.

제주도 대신 완도 해수욕장으로 향한 조 양 가족
전남 완도군 신지면 송곡항에서 실종된 조유나(10)양의 일가족이 탔던 차량이 인양되고 있다./사진=뉴시스전남 완도군 신지면 송곡항에서 실종된 조유나(10)양의 일가족이 탔던 차량이 인양되고 있다./사진=뉴시스
사건의 시작은 차량이 발견된지 약 한달 하고도 열흘 전인 5월 17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광주광역시 남구에 거주하던 조 양과 부모는 조 양이 다니던 학교에 5월 20일부터 6월 15일까지 제주도로 한 달 살기를 떠난다며 체험학습을 신청했다.



그러나 이 가족이 간 곳은 제주도가 아닌 완도 명사십리해수욕장이었다. 이들은 해수욕장 인근 풀빌라에서 5월 24일부터 30일까지 투숙했다. 숙박업소 측은 이들 가족이 다른 투숙객들과는 달리 온수를 사용하지 않은 점을 이상하게 여겼다. 조 양 부모가 가끔 외출했을 뿐 물놀이조차 하지 않았다.

사건이 공론화된 것은 조 양 가족에 대한 신고가 접수된 이후다. 체험학습 기간이 종료된 이후에도 조 양이 학교에 등교하지 않자 학교 측에서 신고한 것. 조 양이 결석한 지 6일째인 6월 22일에야 행방불명 사실이 세상에 드러났다.



경찰은 6월 24일 광주광역시 남구와 전남 완도군에 실종 경보를 발령하고 조 양의 신원과 가족 차량 정보를 공개했다.

'자녀 살해 후 자살 가능성'…바닷속 전복된 차량 발견
전남 완도군 신지면 송곡항에서 실종된 조유나(10)양의 일가족이 탔던 차량이 인양되고 있다./사진=뉴시스전남 완도군 신지면 송곡항에서 실종된 조유나(10)양의 일가족이 탔던 차량이 인양되고 있다./사진=뉴시스
경찰 조사 결과, 조 양 가족의 은색 아우디 A6 차량이 완도를 나가지 않았고 그들이 배를 탄 기록도 없는데 3주가 넘도록 휴대전화 사용, 카드 결제 및 현금 인출, 인터넷 사용 기록도 단 한 건도 없었다.

조 양의 아버지는 컴퓨터 판매 관련 자영업을 하던 중 2021년 7월 폐업했고 어머니도 그 무렵 일하던 콜센터를 그만두고 무직 상태였다. 조 양 집 앞에는 각종 청구서, 카드 대금 독촉장, 법원 특별우편 송달을 안내하는 노란 딱지, 신용 보증재단과 광주지방법원에서 보내온 내용증명과 등기 우편물 안내서 등이 쌓여있었다.


검색한 기록으로는 수면제, 암호화폐(루나코인), 조수시간 등이 나왔다. 조 양 가족이 펜션을 예약한 날은 루나코인이 거의 100% 가까이 대폭락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이에 생활고로 인한 자녀 살해 후 자살 가능성이 제기됐고 바닷속 수색이 시작됐다.

6월 28일 오후 3시20분께 경찰이 완도군 신지면 송곡항 인근 방파제 앞바다 바닷속에서 아우디 로고가 부착된 라디에이터 그릴을 발견했다. 오후 5시 12분께에는 송곡선착장 방파제로부터 80m 지점 가두리 양식장 아래 바닷속에서 전복된 아우디 차량이 발견됐다. 조 양 가족의 차였다.

차는 수심 10m에서 전복된 채 펄에 반쯤 잠겨있는 상태로 발견됐다. 트렁크는 열려있었고 여행용 가방, 제주공항 면세점이라 쓰인 손가방, 옷가지, 목베개 등이 발견됐다. 차량 내부에 시신이 있는 것으로 추정돼 다음 날인 29일 인양 작업이 시작됐다.

29일 오후 1시 20분께 공식적으로 시신 3구가 확인됐다. 지문 대조 결과 시신 3구는 조 양과 그 부모로 확인됐다. 시신 3구 모두 제삼자나 외부인에 의한 범죄 흔적 외상은 없었으며 차량에서 유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다음 달인 8월 13일 국과수 조사에서는 아버지를 제외한 가족 전체 체내에서 수면제 성분이 검출됐다. 차량의 사고 기록 장치와 블랙박스 복원 결과 부부의 대화를 토대로 자살이라고 잠정 결론 내려졌다. 블랙박스에 담긴 마지막 말은 "이제 물 찼다"였다. 이 말을 하고 나서 차량은 시속 35km로 달려 바다에 빠졌다.

투자 실패로 인한 극단적 선택…체험학습 관리 방안 강화
조유나양 일가족이 살던 광주 남구의 한 아파트 문 앞에는 법원 특별 우편 송달 안내장이 붙어있다. /사진=뉴스1조유나양 일가족이 살던 광주 남구의 한 아파트 문 앞에는 법원 특별 우편 송달 안내장이 붙어있다. /사진=뉴스1
조 양 일가족 사망 사고는 투자 실패에 따른 부모의 극단적 선택으로 잠정 결론이 났다. 실제 조 양의 아버지는 2021년 3~6월 가상화폐에 1억3000만원을 투자했다가 2000만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건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조 양 부모의 선택이 '아동학대'이자 사실상 '살인'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죽음의 의미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어린 자녀는 부모의 극단적 선택에 휩쓸려 희생당한 '피해자'라는 것.

과거 부모와 어린 자녀의 극단적 선택을 '동반자살'이라 불렀지만, 극단적인 선택을 한 부모는 '살해 후 자살'로 구분해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 사건을 계기로 체험학습 학생 관리 방안도 강화됐다. 연속 5일 이상 체험학습을 신청하면 담임교사가 주 1회 이상 아동과 통화해 안전과 건강을 확인토록 했다. 그러나 한국 교총과 전교조 등 교원단체를 중심으로 이 대책이 '교사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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