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역사' 코앞에서... 180도 달랐던 분위기, 삼성 "안타 하나만 치자"-LG "스태프까지 루틴 유지" [잠실 현장]

스타뉴스 잠실=안호근 기자 2024.06.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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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윤정빈(왼쪽)이 25일 LG전 퍼펙트를 무산시키는 안타를 날리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삼성 윤정빈(왼쪽)이 25일 LG전 퍼펙트를 무산시키는 안타를 날리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43년 차를 맞은 프로야구 역사가 새로 쓰일 뻔한 순간. 주인공은 LG 트윈스와 희생양이 될 위기에 놓인 삼성 라이온즈는 상황은 달라도 모두 초긴장 상태였다. 하루가 지났지만 당시 상황에 대해 생생한 양 팀의 이야기를 전해들을 수 있었다.

2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삼성의 경기. 8회까지 단 하나의 안타, 사사구도 내주지 않은 케이시 켈리(35)가 9회초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아웃카운트 3개만 잡아내면 KBO 최초의 역사가 탄생할 수 있었으나 윤정빈(25·삼성)의 안타로 기록이 무산됐다.



염경엽(56) LG 감독은 이날 취재진과 만나 "5회 넘어서부터 불안해서 내가 다시 루틴을 똑같이 했다. 7회가 되니 선수들이 다 자기 루틴을 하고 있더라"며 "아무것도 안 하고, 엉뚱한 짓을 안 하고 7회부터는 벤치에 있는 모든 코치와 선수, 프런트들까지 다 그전에 점수 안 줬을 때 그 자리에 있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역사가 이뤄질 것만 같았다. 경기를 다 마쳤을 때에도 투구수가 102구에 불과했다. 염 감독은 "어제는 될 것 같았는데 그게 안 된다. 역시 야구는 어렵다"며 "9회 들어갈 때는 다 조용해졌다. 완전히 할 것 같은 기운이었다. 30년 만에 퍼펙트를 한 번 보나 했는데 상대가 집중력이 떨어지게끔 점수가 조금 더 났어야 한다. 6,7점 차였으면 조금 더 쉬웠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완봉승을 거둔 켈리(왼쪽)가 염경엽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완봉승을 거둔 켈리(왼쪽)가 염경엽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켈리는 외마디 욕설을 내뱉었다고 수줍게 고백했고 같이 호흡을 맞췄던 포수 박동원도 "순간 화가 나서 욕을 했다. 같이 욕을 하고 완봉하자고 말했다"며 "공이 다 좋았다. 커브도, 슬라이더도 좋았는데 특히 커브가 너무 좋았다. 직구도 정말 좋았고 모든 게 완벽했으니 저렇게 좋은 결과가 나지 않았겠나"고 전했다.

3루수 문보경은 당시 분위기를 "한국시리즈 1차전 시작할 때랑 느낌이 비슷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상대팀도 긴장되기는 마찬가지였다. 박진만 감독은 퍼펙트가 깨진 상황에 대해 "엄청 좋은 것까진 아니었다. 물론 나쁘진 않았다"며 퍼펙트의 희생양을 피한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LG 입장에선 얄미울 악역을 자처한 윤정빈은 이날 스타뉴스와 만나 "팀이 계속 퍼펙트를 당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아무래도 심적으로 많이 급해졌다. 그 상황을 깨게 돼 영광"이라며 "형들도 '덕분에 살았다', '고맙다'고 많이 말해주시고 축하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뭔가 큰일 날 것 같다는 분위기였다"며 "7회 정도부터 퍼펙트의 분위기를 느꼈다. '무조건 안타 하나만이라도 쳐보자'는 분위기가 감돌았다"고 전날 상황을 전했다. 새 역사의 첫 주인공과 희생양이 될 수 있었던 양 팀의 상반된 분위기가 흥미로웠다.

완봉승 달성 후 켈리(왼쪽)가 박동원과 포옹을 나누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완봉승 달성 후 켈리(왼쪽)가 박동원과 포옹을 나누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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