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행사 온 중국인 심문받아"…주중 미국 대사, 중국 강경 비판

머니투데이 이지현 기자 2024.06.26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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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컬러스 번스 중국 주재 미국 대사가 중국이 자국 내 반미 감정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양국 관계의 긴장을 완화하기로 했지만, 중국 정부는 이를 따르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니컬러스 번스 중국 주재 미국 대사가 중국이 반미 감정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AP=뉴시스니컬러스 번스 중국 주재 미국 대사가 중국이 반미 감정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AP=뉴시스


번스 대사는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자국 내에서 미국 대사관이 주최한 행사에 참석하는 중국인들을 심문하고 협박했다"며 "대사관의 소셜미디어(SNS) 게시물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반미 감정을 부추기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중국이 미국의 외교 활동에 대한 탄압을 강화했다고 주장했다. 미국 대사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이후 중국 국가안전부 등 다른 정부 기관이 중국인들에게 가지 말라고 압력을 가한 미국 대사관 공개 행사는 약 61건으로 집계됐다. 미국 대사관이 주최한 다큐멘터리 상영, 문화 공연 등 행사에 참석한 일부 중국인 참석자들은 중국 당국에 심문받았고, 밤 늦게 자택에서 조사받기도 했다.

번스 대사는 중국 정부가 중국 학생들이 미국 대학에 다니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중국이 자국 내에서 열린 대학 진학 박람회에 미국 외교관 참가를 취소함으로써 중국에 미국 대학을 홍보할 기회를 박탈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전 세계 사람들과 교류를 원한다고 하지만 거의 모든 행사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것은 심각한 위반이며 우리는 중국이 재고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 대사관이 중국 SNS 계정을 통해 중국인들에게 접근하려는 시도가 당국의 검열로 방해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중국의 양자 회담 관련 콘텐츠를 비롯해 야생 동물 보호에 대한 게시물에도 링크 접속과 댓글 모두 차단됐다고 부연했다.

번스 대사는 "미국을 폄훼하고, 미국 사회, 미국 역사, 미국 정책에 대해 왜곡된 이야기를 하려는 시도는 정부가 이용할 수 있는 모든 네트워크에서 매일 일어나고 있다"며 "온라인에는 높은 수준의 반미주의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미국과의 관계를 다시 연결하는 것을 찬성한다고 말하면서 정작 그것을 불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극적인 조처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은 지난해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만났다. 양국 정상은 학생, 기업, 스포츠 교류 등 분야에서 교류를 지원하고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시 주석은 향후 5년 동안 약 5만 명의 미국인 교환학생이 중국에 오기를 희망한다고 말한 바 있다.


WSJ은 "베테랑 외교관인 번스 대사가 이례적으로 강력한 언어를 사용해 중국을 비판했다"며 "중국이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진정성을 가졌는지에 대한 미국 관리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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