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딸 보면 눈물" 밀양 가해자 '결백' 주장했지만… 판결문에 박힌 실명

머니투데이 박효주 기자 2024.06.26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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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집단 강간 사건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이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범죄경력회보서를 공개하자 누리꾼들이 사건 당시 판결문에서 그의 이름이 나온 부분을 공유하고 있다. /사진=블로그, 온라인 커뮤니티밀양 집단 강간 사건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이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범죄경력회보서를 공개하자 누리꾼들이 사건 당시 판결문에서 그의 이름이 나온 부분을 공유하고 있다. /사진=블로그, 온라인 커뮤니티


'밀양 여중생 집단 강간' 사건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이 자신의 범죄수사경력회보서까지 공개하며 결백을 주장했다. 그러나 그의 주장과 반대되는 당시 판결문이 나오면서 누리꾼 뭇매를 맞고 있다.

지난 24일 한 외제차 공식 판매원으로 근무 중인 임모씨는 블로그에 "밀양의 불미스러운 일에 관련자로 오해받고 있어서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글을 남겼다.



임씨는 "(결백을) 증명하고자 범죄수사경력회보서를 첨부한다"며 "범죄수사경력회보서는 실효된 형을 모두 포함하며 제출이나 게시했을 때 징역 2년 이하의 벌금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형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가 공개한 범죄·수사경력 회보서에는 그의 이름과 1986년으로 시작되는 주민등록번호와 함께 '조회 결과 해당 자료 없음'이라고 적혀 있다. 발급 날짜는 이달 24일이다.



범죄경력회보서에는 즉결심판을 제외한 모든 전과가 기재된다. 여기에는 기소유예, 집행유예 등을 비롯해 소년법에 따른 제1호~4호 처분도 포함된다. 따라서 임씨가 첨부한 회보서만 본다면 그는 범죄 관련 그 어떤 수사도 받은 적이 없는 셈이다.

임씨는 "이번 일로 인해 가족들에게 큰 상처를 준 제가 원망스러웠다. '아빠'하고 뛰어나오는 두 딸을 보면 계속 눈물이 났다"며 "그때마다 가족들, 친구들, 선후배님들 모두 큰 힘이 돼줬다. 심지어 회보서를 조회해 주시는 담당 경찰관도 힘내라며 제 등을 토닥여주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와 가족들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게 근거 없는 루머와 악성 댓글에 대해서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결심을 했다"면서 "저와 같은 억울한 피해자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길 바라며 변호사 수임료를 초과하는 벌금에 대해서는 한국성폭력상담소에 기부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범죄·수사경력회보서까지 공개하며 결백을 주장한 그의 노력은 밀양 사건 판결문 일부가 공개되며 수포로 돌아갔다.

당시 판결문을 "피의자 임○○(임씨와 같은 이름)는 2004년 5월 3일 생일 파티를 구실로 피해자 등을 밀양으로 부른 후 겁을 주는 등 위력으로", "XX공원에서 인적이 드문 원두막 부근 땅바닥에 피해자를 눕히고 옷을 벗긴 후 위력으로 1회 간음하고" 등 문구가 담겨 있다.

판결문 일부가 공개되며 그의 결백 주장이 뒤집힌 상황임에도 임씨는 어떤 답도 내놓지 않고 있다.

누리꾼들은 "잘 가세요. 멀리 안 나갑니다", "어디서 약을 파냐. 부끄러운 아빠네", "판결문에 이름 떡하니 있는데 본인이 아니라니" 등 반응을 보였다.

임씨가 공개한 범죄경력회보서의 실효성 여부도 도마에 올랐다. 일부 누리꾼이 "범죄·수사경력회보서는 10년이 지나면 삭제돼 의미 없다"고 지적했는데 이론적으로 이 말은 사실이기 때문니다.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 제7조 (형의 실효)를 보면 3년을 초과하는 징역·금고에 대해서는 10년, 3년 이하의 징역·금고는 5년, 벌금에 대해서는 2년이 지나면 기록이 삭제된다. 밀양 집단 강간 사건 역시 발생한 지 20년이 지났기 때문에 임씨가 실제 수사받은 이력이 있더라도 현 상태에서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밀양 여중생 집단 강간은 20년 전인 2004년 경남 밀양시에서 44명의 고등학교 남학생들이 1년간 여중생을 집단으로 성폭행한 사건이다. 44명 외에 간접적으로 범행에 가담한 이들까지 포함하면 가해자는 119명에 달한다. 하지만 사법부 졸속 수사와 솜방망이 처벌로 이들 중 단 한 명도 형사 처벌받지 않았다.

사건이 재조명되며 밀양시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자 안병구 밀양시장과 시의회, 밀양지역 80여개 종교·시민단체 관계자는 지난 25일 해당 사건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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