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2000명 누가, 언제 정했나" 복지부 장·차관 답변 보니

머니투데이 정심교 기자 2024.06.26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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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박민수(오른쪽) 제2차관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차 보건복지위원회 의료계 비상상황 관련 청문회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2024.06.26.suncho21@newsis.com /사진=[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박민수(오른쪽) 제2차관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차 보건복지위원회 의료계 비상상황 관련 청문회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사진=


의대 증원 규모를 누가, 언제, 어떻게 2000명으로 정했는지에 대한 국회의원들이 질문이 빗발친 가운데, 증인으로 나온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내가 정했다"고,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이 "지난 2월 열린 보정심(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회의 이전엔 2000명에 대한 언급이 나온 적 없었다"고 증언했다.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복지위)가 국회 본관 601호 복지위 회의실에서 연 의료계 비상상황 관련 입법청문회에선 의대 증원 규모 관련한 복지위 위원들의 질문과 지적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위원은 "보정심 회의 이전에도 2000명이 언급된 적 있는가"라고 물었고, 박민수 복지부 차관은 "보정심에서 처음 언급한 것"이라며 "의대증원은 의료계의 민감한 과제였기 때문에, 정부가 생각하는 적정 증원 규모를 미리 상의할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조규홍 장관은 지난 2월 6일 장관 주재 보정심 회의 직후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증원 규모를 2000명으로 정한 사람이 누구였냐는 질문도 이어졌다. "보정심 전에 대통령께 2000명 증원 규모를 보고했는가. 누가 2000명을 정했나"란 민주당 서영석 위원의 질문에 조규홍 장관은 "증원 규모를 2000명으로 하겠다는 건 내가 결정했다"며 "보정심 회의 전에 '(보정심에서) 의대 증원 규모를 2000명으로 논의하겠다'고 사회수석실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2035년이 되면 의사 1만 명이 부족하게 된다"며 "물론 전문가 의견을 들었지만,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하루빨리 의사 공급 수급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의대 교육 기간이 6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5년 동안 (2000명씩) 1만 명을 늘려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법원에서도 절차적 타당성, 합리적 근거가 있었다고 판시했다"며 "의대 증원책을 취소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의대 정원을 매년 400명씩 늘리려 한 시도에 대해서도 질문이 나왔다. 박민수 차관은 당시 복지부 기조실장이었다. 국민의힘 안상훈 위원은 "문재인 정부 시절, 연간 400명 증원을 시도했는데, 어떤 근거였느냐" 물었고, 박민수 차관은 "당시엔 과거 (의약분업 때) 감원한 351명에 의사과학자 50명을 더해 약 400명을 늘리면 적정하겠다고 봤다"며 "하지만 그 증원 규모를 정할 때 과학적 근거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협의체를 통한 논의 과정도 없었다"고 인정했다.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장에서 열린 의료계 비상상황 관련 청문회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 앞줄 왼쪽부터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박민수 제2차관, 전병왕 보건의료정책실장. 2024.6.2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장에서 열린 의료계 비상상황 관련 청문회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 앞줄 왼쪽부터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박민수 제2차관, 전병왕 보건의료정책실장. 2024.6.2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전공의 공백 기간을 예상하지 못한 것에 대한 질책도 쏟아졌다. 민주당 박주민 보건복지위원장은 "전공의 이탈 기간이 얼마나 오래 갈지 예상했느냐"고 물었고, 조규홍 장관은 "의료 파업은 과거 전례에 따라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이렇게 넉 달 넘도록 지속될 것까지는 예상 못했다"고 답했다.

박민수 차관도 "의대 증원 관련해서 의료계 반대가 심했고, 여러 차례 집단행동을 한 전례가 있었다"며 "이번에도 집단행동이 있을 것으로 예견했고, 그에 따라 비상 진료를 추진했다. 의료계에서 전공의 집단 이탈이 3주, 4주 이상을 버티기 힘들다는 게 정설이었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박주민 위원장은 "의료대란이 이렇게 장기간 이어질 줄 정부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는 건데 국민 생명이 장난인가? 신중에 신중을 기했어야지"라며 "하도 답답해서 끼어들었다"고 일침을 가했다.

내년도 의대 증원을 예정보다 약 500명 줄인 데 대한 쓴소리도 나왔다. 박주민 위원장은 "2000명이 과학적 근거에 따라 꼭 늘려야 하는 증원 규모라 했는데, 내년도 의대증원 규모가 1509명으로, 두 달 만에 4분이 1을 뚝 줄였다"며 "2000명이 합리적이고 과학적이라면 어떻게 두 달 만에 500명이나 줄일 수 있나"고 물었다. 그러면서 "비과학적이고 주먹구구식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또 민주당 이개호 위원은 "2000명을 늘리려면 정부 예산 얼마가 필요한가" 물었고, 박민수 차관은 "각급 학교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소요 비용을 재정 당국과 함께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며 "그런 것들이 끝나면 어느 정도 투자가 필요한지 정확하게 산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사실상 2000명 증원을 위해 필요한 예산이 책정되지 않았다고 답한 건데, 이에 대해 이개호 위원은 "어떻게 예산도 책정하지 않은 채 의대 증원을 주먹구구식으로 진행할 수 있나"며 질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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