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환의 단단한 행복관이 소환한 ‘나혼산’의 초심

머니투데이 조이음(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4.06.26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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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에너지로 가득한 하루에 소박한 힐링 경험

사진=방송 영상 캡처사진=방송 영상 캡처


혼자 사는 누군가의 하루를 들여다보는 프로그램이 이렇게까지 평화롭고 행복하게, 잔잔하게만 흘러갔던 게 얼마 만이던가. 소소하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자신만의 소중한 순간을 발견하고 이를 진심으로 즐기는 사람, 배우 구성환이 MBC 효자 예능프로그램 ‘나혼자 산다’에 모처럼 활력을 불어넣었다. 코드쿤스트의 말처럼 보는 이들도 그의 행복에 전염되고 말았다.

배우 이주승의 동네 친구이자 효도르 운동, 동체 시력 운동을 함께하는 아는 형님으로 자주 등장했던 구성환이 MBC ‘나 혼자 산다’에 단독 출연했다. 마치 영화에 등장하는 카메오처럼 출연 분량이 많지 않았음에도 얼굴을 비출 때마다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구성환의 단독 출연은 그의 혼자 사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시청자들의 긴 바람 끝에 이뤄졌다.



사진=방송 영상 캡처사진=방송 영상 캡처
혼자 산 지 10년 차라는 구성환의 하루는 바쁘게 흘러갔다. 하얀 메리야스부터 눈에 익은 미식축구 티셔츠, 땀 흡수가 잘 돼 자주 입는다는 아버지의 해병대 티셔츠까지, 꾸밈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이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시청자와 마주한 구성환은 몸에 배어있는 듯 제게 익숙한 순서대로 집안 정리를 시작했다. 정성을 다해 끼니를 챙겼는가 하면 옥상에서 화분을 돌보고, 반려견 꽃분이와 한강 산책을 하기도 했다. 어쩌면 지루해 보였을지도 모를, 평범하게 흘러가는 그의 일상 중 하루의 모습이었겠지만, 그 일상을 꾸리는 구성환의 태도가 많은 것을 달리 보게 만들었다.



구성환은 자신의 집 옥상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가스버너에 끓인 물로 맥주잔에 제조한 믹스커피를 LP 음악과 함께 즐겼고, 그가 정성을 들여 준비한 여러 음식들을 시원한 바람과 함께 맛봤다. 또 맛있는 음식을 먹은 직후엔 이주승에게 선물 받은 평상 위에 벌러덩 누워 하늘을 감상하거나 잠시간 눈을 붙였다. 매 순간 그의 얼굴엔 미소가 번졌다. 뿐만 아니라 그의 건강관리도 이곳에서 이뤄졌다. 열심히 크로스핏을 하는 그의 모습은 국가대표 급의 진지함으로 물들었다. 비록 여러 이유들로 체력이 급격히 떨어진 탓에 어색한 자세로 웃음을 유발했지만, 관찰 카메라 속 그는 누구보다 진지한 태도로 얼굴이 하얗게 질릴 때까지 운동에 열중했다.

사진=방송 영상 캡처사진=방송 영상 캡처
구성환이 ‘나 혼자 산다’ 스튜디오에 등장했을 당시 출연자들이 “조폭 아니냐”고 농을 던졌다. 그의 크고 단단한 체격을 향한 감탄이 더해진 말이었을 거라 짐작해본다. 그런 몸의 소유자이니 운동하는 모습이야 일상에 당연히 담겨있을 거라 짐작했지만, 커다란 덩치와 투박한 손으로 반려견 꽃분이를 정성스럽게 챙기고, 한 끼 식사를 위해 재료를 손질하고, 음식을 준비하는 사이에 설거지와 조리대 정리까지 하는 건 상상 이상의 그림이었다. 또 기상과 함께 집안 청소에 돌입하고, 곰팡이는커녕 물 때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화장실 상태, 이 모든 걸 “하루 5분씩만 투자하면 주변이 깔끔하다”고 당연하다는 듯 말하는 모습은 적어도 지금껏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남자 출연자들을 떠올리면 기대할 수 없던 모습이었다.


이처럼 자신의 생활을 꾸리는 단단한 태도는 구성환을 향한, 덩달아 프로그램을 향한 시청자들의 관심도를 높이기 충분했다. 일상에서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출연자였던 거다.

사진=방송 영상 캡처사진=방송 영상 캡처


2013년 첫 방송을 시작한 ‘나 혼자 산다’는 대가족이 익숙했던 과거를 지나 1인 가정이 흔해진 세태를 반영한 예능 프로그램의 등장, 혼자 사는 유명인들의 일상을 담는 예능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옥탑방에 살며 동네 시장으로 마실을 가는 가수 육중완, 결혼했고 아이도 있지만 기러기 아빠로 혼자 사는 배우 이성재, 흔히 상상하는 ‘혼자 사는 남자’의 모습과 정반대의 삶을 보여준 방송인 노홍철, 가족을 떠나 홀로 한국 생활 중인 방송인 파비앙 등등, 초창기 출연자들은 각각의 ‘혼자 사는’ 있는 그대로의 일상을 공개해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 잡았다.

하지만 11년 방송되는 동안 특별하게 혼자 사는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았을 테다. 그래서인지 ‘나 혼자 산다’는 “초심을 잃었다”는 시청자의 비판에 직면해야 했다. 무엇보다 초반과는 달리 점차 화려해진 출연자들의 ‘사는 환경’ 탓이 컸다. 출연자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시설이 좋은 곳, 집값 비싼 동네에 살았고, 창밖으로 한강이 보이는 집에서 시청자를 맞이하기도 했다. 외국 스케줄이 잦은 출연진의 일상을 들여다보던 시청자들은 ‘새로운 장소’를 보는 재미를 느끼다가도 ‘차원이 다른 삶’이란 괴리에 빠졌다. 출연자의 집 시세, 그들의 집에 놓인 소품 가격까지 연달아 공개되며 저격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는 프로그램 속 사람들과 그들을 지켜보는 사람들 사이의 계급이 형성되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SNS 속 보여주는 삶을 사는 이들과 그 삶에 자신을 비교하고 상처받는 이들이 존재하듯, ‘나 혼자 산다’가 SNS와 비슷하다는 손가락질을 받았고, 그로 인해 떠나는 시청자도 생겼다.

여기에 자신만의 단단한 행복론을 삶으로 보여주는 구성환이라니. ‘나 혼자 산다’를 위한 구원투수가 아닐 수 없다. “행복과 불행은 내 마음속에 있다”는 말을 좋아한다는 구성환은 자기만의 행복법을 잘 아는 똑똑한 사람임이 분명했다. 일상의 순간마다 ‘아 좋다’를 연발하며 긍정 에너지를 내뿜는 그의 삶은, 지켜보는 이들마저 행복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의 말처럼 삶의 순간순간에서 내가 행복을 찾고 만들어 낸다면 그 행복이야말로 진짜 행복이라고 믿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의 확고한 행복론이 녹아든 일상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들로 영글었다. 덕분에 모처럼 화려하기만 한 나 혼자 사는 삶의 전시가 아닌, 초창기 ‘나 혼자 산다’를 보는듯 해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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