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두고 한 전쟁보다 심할 것"…대형 농산물 업체의 경고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2024.06.27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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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농산물 거래업체 올람 아그리 CEO 세계 '식량 전쟁' 우려

지난 4월 5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스텔렌보쉬 인근 레이네케 포도밭 농장에서 체닌 블랑 품종의 포도나무가 자라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고온과 가뭄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일부 토지를 휴경지로 남겨두는 방식으로 포도나무를 키우고 있다. /AFPBBNews=뉴스1지난 4월 5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스텔렌보쉬 인근 레이네케 포도밭 농장에서 체닌 블랑 품종의 포도나무가 자라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고온과 가뭄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일부 토지를 휴경지로 남겨두는 방식으로 포도나무를 키우고 있다. /AFPBBNews=뉴스1


"지정학적 요인과 기후 변화로 세계가 식량 전쟁으로 치닫고 있다."

세계 최대 농산물 거래업체인 올람 아그리의 써니 베르게스 최고경영자(CEO)가 지구촌 식량 위기를 경고했다. 기후변화와 더불어 각국의 보호주의 정책이 애그플레이션(agriculture 농산물+inflation 인플레이션, 농산물 가격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을 가속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올람 아그리의 베르게스 CEO는 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에 "우리는 석유를 두고 많은 전쟁을 치렀다. 식량과 물을 놓고는 더 큰 전쟁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주 레드번 애틀란틱 및 로스차일드 소비자 회의에서도 베르게스는 국내 식품 재고를 늘리려는 정부의 무역장벽이 애그플레이션을 악화시켰다고 짚었다. 글로벌 농산물 거래업체들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식량 가격이 급등하자 기록적인 이익을 거둬 애그플레이션을 악화시켰다는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베르게스는 식품 물가 상승이 부분적으로 정부가 개입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베르게스는 전쟁에 대응해 2022년 총 154개국에서 1266개로 비관세 무역 장벽이 확산하면서 "과장된 수요 공급 불균형이 초래됐다"고 밝혔다. 부유한 국가들에 전략적으로 농산물을 과잉 추적, 수요가 과도해졌고 결과적으로 가격이 상승했다는 주장이다.



글로벌 농산물 가격은 코로나19 여파로 오르기 시작했는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일부 곡물과 비료 가격은 수출 차단으로 급등했다. 여기에 기후 변화가 전세계 농업 작황을 악화하면서 세계는 점점 더 식량 보호주의 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다.

2022년 인도네시아는 팜유 수출을 금지했고, 지난해 인도는 불안정한 몬순으로 인해 생산이 중단되자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국내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특정 유형의 쌀 수출에 제한을 뒀다. 베르게스는 "그것은 정확히 잘못된 일이었다"고 지적했다.

올람그룹 계열의 올람 아그리는 네슬레부터 유니레버까지 글로벌 식음료 브랜드에 곡물과 유지 종자, 식용유, 쌀, 면화 등을 가공해 공급한다. 회사는 지난해 호주 아몬드 농장의 수확량이 급감해 이례적으로 손실을 보는 등 기후 변화의 심각함을 최일선에서 체감하고 있다.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이 회사 지분의 51%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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