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힘든데 세금 또 올려"…케냐 시위 총격대응에 5명 사망

머니투데이 김하늬 기자 2024.06.26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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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시민들이 세금 인상 계획에 반대하며 국회 앞에서 격렬한 시위를 벌였는데, 정부가 군대와 경찰을 동원해 진압하는 과정에서 최소 5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부상을 당했다.

케냐 정부의 세금 인상에 성난 시위대가 25일 나이로비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부상자를 후송하고 있다. 인권감시단체에 따르면 이날 의사당에 난입하려던 시위대 1명이 진압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사진속 부상자가 사망자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시위대는 세금 인상으로 더욱 생활에 어려움을 겪게 된 젊은 Z세대들이 주축으로 분노한 이들의 시위는 보다 격화하며 전국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2024.06.25   /AFPBBNews=뉴스1케냐 정부의 세금 인상에 성난 시위대가 25일 나이로비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부상자를 후송하고 있다. 인권감시단체에 따르면 이날 의사당에 난입하려던 시위대 1명이 진압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사진속 부상자가 사망자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시위대는 세금 인상으로 더욱 생활에 어려움을 겪게 된 젊은 Z세대들이 주축으로 분노한 이들의 시위는 보다 격화하며 전국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2024.06.25 /AFPBBNews=뉴스1


25일(현지시간) CNN방송 등 외신을 종합하면 이날 케냐 수도 나이로비 의회 앞에서 수천 명의 시위대가 '2024년 재정법'에 반대하며 시위를 벌이다 최소 5명이 총에 맞아 숨지고 3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시위대는 일주일 전부터 입법 예고된 세금 인상안이 포함된 예산안에 반대하며 시위를 벌여왔다. 일주일 전 나이로비에서 시작한 시위는 전국적으로 나쿠루, 몸바사, 엘도렛 및 기타 도시 지역으로 확산됐다.

그러다 이날 의회가 재정법을 통과시키자 시위대는 의회 건물에 진입을 시도하는가 하면 의회 일부 건물에 방화하며 격렬하게 반대의사를 표출했다. 국회의원들은 도망쳤고, 경찰은 군대와 함께 시위대를 향해 총을 들었다. AP통신은 "수십 년 만에 정부에 대한 가장 직접적인 공격이었다"고 짚었다.



[나이로비(케냐)=AP/뉴시스]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 25일 세금을 인상하는 새로운 법안 도입에 반대하는 시위 도중 시위대원들이 총에 맞아 부상한 한 남성의 시신을 들어 옮기고 있다. 세금을 인상하는 새로운 법안 도입에 반대하는 케냐 시위대 수천명이 25일 국회에 난입, 빌딩 일부가 이들의 방화로 불타면서 국회의원들이 긴급히 대피에 나섰다. 2024.06.25. [나이로비(케냐)=AP/뉴시스]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 25일 세금을 인상하는 새로운 법안 도입에 반대하는 시위 도중 시위대원들이 총에 맞아 부상한 한 남성의 시신을 들어 옮기고 있다. 세금을 인상하는 새로운 법안 도입에 반대하는 케냐 시위대 수천명이 25일 국회에 난입, 빌딩 일부가 이들의 방화로 불타면서 국회의원들이 긴급히 대피에 나섰다. 2024.06.25.
[나이로비=AP/뉴시스] 25일(현지시각) 케냐 나이로비에서 정부의 증세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경찰이 쏘는 물대포를 맞고 있다. 케냐 의회는 27억 달러(약 3조7천억 원) 규모의 세금을 추가로 징수하는 증세 법안을 가결했고 곳곳에서 이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최소 5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2024.06.26. [나이로비=AP/뉴시스] 25일(현지시각) 케냐 나이로비에서 정부의 증세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경찰이 쏘는 물대포를 맞고 있다. 케냐 의회는 27억 달러(약 3조7천억 원) 규모의 세금을 추가로 징수하는 증세 법안을 가결했고 곳곳에서 이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최소 5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2024.06.26.
시위는 지난달 정부가 의회에 제출한 올해 재정법안 내용에 빵, 식용유, 자동차 등 생활 필수품에 대한 세금을 올리는 내용이 포함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촉발됐다. 일부 품목은 철회했지만 계란과 같은 기본 생필품은 여전히 포함됐다. 또 전화, 인터넷, 은행 송금수수료도 인상안에 들어갔다.

시민들의 분노는 '윌리엄 루토 대통령 퇴진 운동'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CNN은 "루토 대통령이 고급 사치품을 애용한다는 게 널리 알려진 점도 대중의 분노를 사고 있다"며 "정치 엘리트의 부패를 해결하겠다는 대선 공약이 지켜지지 않는 점에도 (대중들이)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실업률 증가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젊은 층은 루토 정부가 지난해 건강보험료, 전기료를 인상한 데 이어 올해 생필품 세금까지 인상한다는 소식이 나오자 분노를 표한다. 시위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조직된 것으로 전해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젊은 케냐인들이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등의 온라인플랫폼을 활용해 시위대를 조직하고 시간과 장소를 안내했다.


[나이로비=AP/뉴시스] 25일(현지시각) 케냐 나이로비 의회 마당에 정부의 증세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모여 있다. 케냐 의회는 27억 달러(약 3조7천억 원) 규모의 세금을 추가로 징수하는 증세 법안을 가결했고 곳곳에서 이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최소 5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2024.06.26. [나이로비=AP/뉴시스] 25일(현지시각) 케냐 나이로비 의회 마당에 정부의 증세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모여 있다. 케냐 의회는 27억 달러(약 3조7천억 원) 규모의 세금을 추가로 징수하는 증세 법안을 가결했고 곳곳에서 이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최소 5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2024.06.26.
대통령은 이날 저녁 공식 입장으로 "유감스럽게도 오늘 케냐의 헌법 질서에 대한 공격으로 인명 피해와 재산 파괴가 벌어졌고, 주권 상징물이 모독됐다"고 말했다. 그는 시위대 내에 '범죄자'가 섞여 있다는 입장이다. 루토 대통령은 이날 "정부의 세금 제안에 평화적으로 반대하는 케냐의 젊은이들과 범죄자들을 구분하려 한다"면서 군과 경찰을 동원한 강력 대응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루토 대통령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같은 상황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동원했다고 국민께 말씀드린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시위대와 정부의 무력 충돌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도 영향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격렬 시위가) 불과 하루 전인 24일 케냐를 주요 비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으로 지정하면서 아프리카 대륙을 꽉 끌어안는 모습을 보인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타격을 입혔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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