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지-이정은, '낮과 밤' 다른 환상의 복식조의 명품 케미

머니투데이 조성경(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4.06.26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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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화면에 담기지 않아도 느껴지는 차친 케미! 폼 미쳤다

사진=삼화네트웍스, SLL사진=삼화네트웍스, SLL


안방극장에 새로운 비타민 케미가 탄생했다. 두 사람의 귀엽고 발랄한 에너지가 시청자들을 들뜨게 하고 있다. JTBC 토일드라 ‘낮과 밤이 다른 그녀’(극본 박지하, 연출 이형민)의 정은지와 이정은이다.

케미스트리라고 하면 응당 두 배우가 주고받는 호흡이 중요한데, 이번에는 조금 다르다. 정확히는 정은지와 이정은이 한 화면에 나란히 등장하지 않아서 두 사람 간 티키타카라고는 없는데, 놀랍게도 둘 사이에 놀라운 화학작용이 일어나며 안방팬들을 화면 앞으로 모이게 하고 있다. 폭발한 두 사람의 시너지에 드라마가 인기 반열에 오르려 하고 있다.



‘낮과 밤이 다른 그녀’는 8년간 공무원 시험을 응시했지만, 계속 낙방한 96년생 취준생 이미진(정은지)이 갑자기 30년 세월을 정통으로 얻어맞은 얼굴이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 다행인지 불행인지 세월 맞은 얼굴은 낮 동안만이고, 밤에는 다시 원래의 20대 얼굴로 되돌아온다.

낙담도 했지만, 그래도 위기는 기회라고 하지 않던가. 이대로 주저앉을 수만은 없다고 주먹을 불끈 쥔 이미진은 실종된 이모의 이름으로 공공근로에 지원해 낮에는 69년생 임순(이정은)으로 살며 일하는 기쁨을 누리게 된다.



무엇보다 뜻밖의 기회에 검찰청 별정직 사무관 보조까지 된다. 물론 난관도 있다. 계지웅(최진혁) 검사는 나이 많은 임순이 불편해 내쫓으려는 심산으로 온갖 난해한 업무를 떠안긴다. 하지만 임순은 보란 듯이 척척 해내며 눈을 휘둥그러지게 한다. 그간 다양한 알바를 통해 쌓아온 내공이 상당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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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을 한껏 발휘하는 이미진 혹은 임순에게 시청자들이 박수와 환호성이 보내는 게 당연하다. 8년간 이미진이 노력한 시간이 헛되지 않고 이렇게라도 결실을 이뤄 다행이라며 기뻐하는 중이다. 또한 임순의 겉모습만 보고 나이가 많으면 일을 잘하지 못할 것이라 단정 짓는 게 얼마나 편협된 사고인지 확인시켜주니 그 통쾌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낮과 밤이 다른 그녀’는 연쇄 살인 실종 사건 등을 소재로 한 미스터리도 궁금증을 유발한다. 임순과 함께 공공근로에 나선 조연들도 하나둘 조명되면서 사건과 어떤 연관이 있는 듯해 호기심을 자극한다. 더불어 이미진이 아무리 피하려 해도 자꾸만 얽히는 남자 주인공 계지웅과의 러브라인도 기대되는 포인트다. 이미 계지웅에게 설레기 시작한 이미진이기도 하다.

그러나 역시나 이 드라마 최고의 묘미는 2인 1역으로 깨알같이 캐릭터를 소화하는 정은지와 이정은의 연기를 지켜보는 맛이다. 시차를 두고 번갈아 등장하는 정은지와 이정은이 극중 한 인물이라는 사실이 거부감 없이 몰입되는 건 연출의 힘도 있지만, 두 배우가 환상의 복식조처럼 찰떡 호흡을 맞추기에 가능한 일이다. 덕분에 정은지와 이정은 사이에 형성되는 유쾌하고 따뜻한 케미스트리가 팬들을 즐겁게 하고, 드라마에 대한 만족감을 높이고 있다.



본체 이미진을 연기하는 정은지는 자신의 특장점인 부산 사투리를 쓰며 안정감 있는 연기로 대중의 호감을 한껏 받고 있다. 첫 회부터 있는 대로 망가지는 연기를 펼치며 웃음을 자아내더니 곧바로 취준생의 애환을 그리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는 데 성공했다. 실제로도 K-장녀의 면모를 지닌 정은지여서 극중 부모에게 손 벌리지 않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왔다는 서사쯤은 실감 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사진=삼화네트웍스 SLL사진=삼화네트웍스 SLL
정은지는 연쇄살인 용의자에게 노출되는 등 아슬아슬한 위기 장면에서도 흡인력을 증명하고 있다. 수사 현장까지 직접 잠입해 활약하는 모습은 짜릿함을 선사하며 관심을 높인다. 시청률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겠다, 오랜만에 기분 좋은 성적표를 받게 될 것이라 기대하게 되는 정은지에게 이제 남은 과제라면 최진혁과의 로맨스 연기일 것이다.



부캐 임순을 소화하는 이정은은 언제나 장르 불문 탁월한 연기력을 뽐내 왔듯 이번에도 또 한 번 엄지손을 치켜들게 한다. 세월 맞은 얼굴이 된 첫날의 당황스러움과 그로 인한 각종 소동들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을 포복절도하게 한 것은 물론이고, MZ의 텐션을 장착한 연기가 정말이지 기가 막힌다. 겉모습은 50대여도 속은 20대인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연기하는 모습이 실제 나이를 의심스럽게 할 지경이다.

이정은의 사랑스러움이 임순을 통해 극대화되는 점도 팬들을 물개박수 치게 한다. “이렇게 귀여우면 반칙!”이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이정은의 매력은 치명적이다. 간간이 보여주는 댄스라인 등 임순 안에 있는 이미진을 보여주는 유연한 몸놀림도 일품이다. 이정은의 놀라운 연기 스펙트럼이 다음에는 또 뭘 보여주려나 기대감을 드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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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말투가 복붙한 듯 비슷한 점도 몰입감을 높여준다. 이정은이 정은지가 녹음해 준 사투리 억양으로 사투리를 배우고, 정은지는 자신의 촬영이 없을 때도 이정은의 촬영 현장을 찾아 이정은과 많은 시간을 함께 가진 덕분이다.

밀어주고 끌어주는 두 사람의 다정한 호흡이 드라마를 인기가도로 견인하고 있다. 그들의 즐거운 에너지가 화면 밖까지 느껴지며 팬들도 덩달아 비타민 활력을 얻게 된다.

최근 드라마 히트작들을 떠올려보면 결국 드라마는 배우 보는 맛이었다. 잠시 소강상태에 빠지는 줄 알았던 안방극장에 또다시 볼맛이 나는 배우가 나타나 기분이 좋아진다. 정은지와 이정은의 환상 케미스트리가 ‘낮과 밤이 다른 그녀’를 향한 애정지수를 높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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