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 국내 계좌 없이도 한국 국채 투자길 열렸다

머니투데이 세종=박광범 기자 2024.06.26 09:30
글자크기
사진=뉴스1사진=뉴스1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국채 투자 절차가 획기적으로 개선된다. 국내 은행 본인 명의 계좌 개설 등 번거로운 절차 없이 국제예탁결제기구(ICSD)의 국채통합계좌를 이용해 환전부터 국채 매매 등 거래를 손쉽게 할 수 있게 됐다. 우리나라 채권 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 접근성이 개선되면서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기대감도 커진다.

기획재정부는 오는 27일부터 유로클리어(Euroclear), 클리어스트림(Clearstream)의 국채통합계좌가 개통된다고 26일 밝혔다.



유로클리어(벨기에)와 클리어스트림(룩셈부르크)은 2023년 말 기준 수탁증권 규모가 각각 37조7000억 유로, 18조 유로에 달하는 전세계적 국제예탁결제기구다. 선진 국채시장의 핵심 인프라로서 대다수 외국인 투자자들은 유로클리어와 클리어스트림을 통해 전세계 국채 시장에 투자해오고 있다.

다만 지금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의 ICSD를 통한 국내 국채 투자는 불가능했다. 이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 국채를 거래하기 위해서는 국내에 보관은행을 선임하고 본인 명의의 외화·원화를 계좌를 개설한 뒤 해당계좌를 통해서만 환전·국채 매매대금 결제가 가능해 외국인들의 번거로움이 컸다. 이 과정에서 금융실명제도, 고객확인제도 등 국내 관련 법령에 따라 요구되는 서류 확인 등 복잡한 절차도 거쳐야 했다.



하지만 앞으로 유로클리어, 클리어스트림을 이용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러한 번거로운 절차 없이 편하게 한국 국채 투자가 가능해진다.

아울러 기재부는 이번 국채통합계좌 개통과 함께 외국인 투자자의 한국 국채 거래를 활성화하고 글로벌 수준으로 거래편의를 높이기 위해 원화거래에 대한 특례조치를 마련했다.

우선 다음달부터 정식 시행되는 외환시장 구조개선과 시너지를 확대한다. 외환시장 구조개선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들은 기존에 거래하던 외국금융기관(RFI)을 통해서도 경쟁적 환율로 편리하게 환전을 할 수 있게 되는데 정부는 이렇게 환전한 돈을 투자자 본인 명의 계좌를 거치지 않고 ICSD 명의 계좌로 바로 송금할 수 있도록 허용할 계획이다.


또 국채통합계좌를 활용해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자유롭게 국채 매매·환매조건부·담보제공 거래 등을 원화로 결제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아울러 ICSD를 통한 일시적 원화차입(Overdraft·오버드래프트)도 허용한다.

앞서 정부는 환전 절차 지연으로 인한 증권매매 관련 결제 실패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일시적 원화 차입을 허용한 바 있다. 외환거래 계약만 국내 관리은행에 입증하면 결제용으로 증권매매 대금을 빌릴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일종의 투자용 '마이너스 통장' 성격이다.

정부는 한발 더 나아가 외국인 투자자가 ICSD 명의 계좌 내에서 ICSD로부터 직접 원화를 차입하는 것도 허용키로 했다. 국내 계좌가 없는 신규 외국인 투자자도 원화차입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기존 외국인 투자자의 경우에도 국내 은행과 새로운 대출 계약을 체결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정여진 기재부 외환제도과장은 "유로클리어와 클리어스트림은 오버드래프트와 관련한 자체 규율이 있고 과도한 오버드래프트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통제장치도 가지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펀더멘탈과 안전장치 등을 고려하면 안정성에 대한 우려는 크지 않고 오히려 이번 제도개선으로 (한국 국채시장에) 새로 들어올 외국인 투자자들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제도 개선으로 외국인의 한국 국채 시장 접근성이 개선되면서 오는 9월 WGBI 편입 가능성도 커졌다는 평가다.

곽상현 기재부 국채과장은 "이번 제도 개선으로 국내 국채시장이 더 활발해지고 매력적인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 질 것"이라며 "WGBI 편입을 위한 큰 스텝, 도약, 발걸음인 건 분명하다"고 밝혔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