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정부 개입 가능성에도…"달러당 170엔까지 추락 위험" 왜?

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2024.06.25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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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엔화 가치가 정부의 '시장 개입' 방어에도 38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더 떨어지게 될 거란 전망이 나왔다. 미국과 일본 간 금리 격차가 현재의 엔화 약세를 주도하는 만큼 시장이 기대하는 미국의 금리인하와 일본의 금리인상이 이뤄지지 않는 한 엔저가 지속될 거란 분석이다.

/로이터=뉴스1/로이터=뉴스1


25일 블룸버그통신은 시장 전문가들을 인용해 달러 대비 엔 환율이 170엔까지 올라 엔화 가치가 1986년 수준으로 추락할 위험에 처해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엔화) 약세 거래자들은 일본 통화 강화를 위한 정부의 개입 가능성에도 동요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엔 환율이 달러당 170엔대를 기록한 것은 1986년이 마지막이다.



일본 정부는 최근 엔 환율이 달러당 160엔에 육박하자 필요할 경우 하루 24시간 통화 시장에 개입할 준비가 됐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의 엔화 약세 베팅 핵심은 일본과 미국 간 금리 차이에 있다며 양국의 금리조정 없이는 올해 약 12% 떨어진 엔저 흐름을 바꾸지 못할 것이라고 짚었다. 마크 크랜필드 블룸버그 전략가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인하를 서두르지 않는 상황에서 일본 당국의 '시장 개입' 시사 발언은 시장의 투자 흐름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지난해 7월 인상을 끝으로 약 1년간 기준금리를 5.25~5.5% 유지하고 있다. 시장은 물가상승률 둔화 등을 이유로 조기 금리인하를 기대했지만, 연준은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점도표는 연내 한 차례 금리인하를 예상했다. 일본은행은 지난 3월 17년 만에 마이너스 금리 정책 종료를 선언하고, 기준금리를 -0.1%에서 0~0.1%로 올린 뒤 이를 2차례 연속 동결했다. 일본은 기록적인 엔저, 물가상승 등을 앞세운 추가 인상 요구에도 관련 지표를 더 평가할 필요가 있다며 추가 긴축에 소극적이다.



달러 대비 엔 환율 추이 /사진=블룸버그달러 대비 엔 환율 추이 /사진=블룸버그
전문가들은 달러 대비 엔 환율이 160엔을 넘어 170엔까지 가는 엔저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전날 엔 환율은 지난 4월29일 장중 최고점인 160.17엔에 근접하는 엔화 약세를 나타냈었다. 이후 일본 정부의 개입 관측에 환율은 다시 159엔대로 떨어졌지만, 추가 상승 가능성은 여전하다. 이날 오후 3시33분 기준 엔 환율은 달러당 159.47~159.49엔에서 움직이고 있다.

스미모토미쓰이DS자산운용의 쿠니베 신지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일본 당국의 개입으로 달러 대비엔 환율이 150엔대로 떨어져 엔화 강세를 나타낼 수도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엔 환율은 170엔을 향하는 약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즈호은행의 비슈누 바라탄 경제 및 전략 책임자도 달러 대비 엔 환율이 170엔에 도달할 것이라며 "이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엔화 강세 전망도 있지만 여기에는 '미국 금리인하·일본 금리인상'이라는 조건이 붙는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기무라 다로 일본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일본의 연내 두 차례 금리 조정을 가정으로 "(미·일) 금리 차이가 더 우호적으로 변하면 향후 몇 달간 엔화가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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