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사진=[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강희경 서울의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서울대의대 비대위) 위원장은 25일 '의료 개혁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주제로 이태진 서울대 보건대학원장과 진행한 긴급 대담에서 "전공의들이 (의료 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출발했구나 실감하고 충분히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돌아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금 전공의가 오면 당직을 서고 말도 안 되는 시간을 근무해야 할 수 있다"며 "병원도 고치려고 하지만 의료 시스템은 조금 바뀌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한 병동에 시범적으로 시작해 여러 병동으로 퍼트리는 단계를 거치는데 3~4년은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공의 없이 운영되는 '전문의 중심 병원'을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2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환자·보호자들이 오가고 있다. 지난 17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이어온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들은 지난 21일 투표를 통해 휴진을 중단하기로 결정하고 오늘부터 복귀해 정상 진료를 시작했다. 2024.06.24. /사진=김선웅
강 위원장은 전공의가 없거나 소수만 있어도 병원이 돌아갈 수 있게 의료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고도 했다. 강 위원장은 "정부가 이 사태 이후 많은 정책을 쏟아내지만 재정이 따라붙지 않는다"며 "그러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전공의 연속근무 시간을 36시간에서 24~30시간으로 단축하는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이 역시 인력 충원을 위한 정부 지원은 전무한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강 위원장은 "건강보험 재정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고 국방이나 교육처럼 별도의 재정이 들어가야 한다"며 "(재정 투입이) 가시적으로 보이면 전공의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서울대의대 비대위는 정부의 미복귀 전공의 처분 방침에 따라 다시 집단휴진에 들어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강 위원장은 닷새 만에 전면 휴진을 중단한 것은 정부의 무대응과 환자 피해가 걱정됐기 때문이라면서도 "의사도 노동자인데 노동자가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저항은 하던 일을 멈추는 것"이라며 "휴진하지 않으면 사직할지 순직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앞으로 (집단휴진을) 안 하겠다는 말씀은 드릴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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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의료 문제가 의대 정원이 아니라 시스템 문제이므로 행위별 수가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사법 리스크를 완화해달라 외쳐도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것 같이 느껴지는 이 상황이 가장 힘들다"며 "2000년 의사 파업 때 전공의 4년차였는데 그때 아젠다가 지금과 아주 똑같다. 국민과 의사 모두 동의하고 장기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정책을 계획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