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복귀하려면 의료 시스템 개선 위한 재정 투입 등 변화 필요"

머니투데이 박정렬 기자 2024.06.25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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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경 서울대의대 비대위원장 25일 긴급 대담 진행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사진=[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사진=[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병원을 떠난 전공의를 돌아오게 하기 위해서는 내년도 의대 정원 논의나 의료 시스템 개선을 위한 재정 투입 등 정부의 전향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의료계의 제언이 나왔다.

강희경 서울의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서울대의대 비대위) 위원장은 25일 '의료 개혁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주제로 이태진 서울대 보건대학원장과 진행한 긴급 대담에서 "전공의들이 (의료 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출발했구나 실감하고 충분히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돌아올 것"이라고 밝혔다.



강 위원장은 이 원장과 대담에서 "전공의들에게 돌아오라고 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며 "직업 선택의 자유를 빼앗는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조차 취소하도록 하지 못했다"고 고개를 떨궜다.

이어 "지금 전공의가 오면 당직을 서고 말도 안 되는 시간을 근무해야 할 수 있다"며 "병원도 고치려고 하지만 의료 시스템은 조금 바뀌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한 병동에 시범적으로 시작해 여러 병동으로 퍼트리는 단계를 거치는데 3~4년은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공의 없이 운영되는 '전문의 중심 병원'을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2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환자·보호자들이 오가고 있다. 지난 17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이어온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들은 지난 21일 투표를 통해 휴진을 중단하기로 결정하고 오늘부터 복귀해 정상 진료를 시작했다. 2024.06.24. /사진=김선웅[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2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환자·보호자들이 오가고 있다. 지난 17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이어온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들은 지난 21일 투표를 통해 휴진을 중단하기로 결정하고 오늘부터 복귀해 정상 진료를 시작했다. 2024.06.24. /사진=김선웅
강 위원장은 전공의 복귀를 위해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이를 가장 쉽게 알려주는 방법은 적어도 교육할 수 있는 수준에서 2025년 의대 정원을 논의하는 것이라 강조했다. 그는 "증원된 의대생을 가르치기 위해 강의실을 넓히고 교수를 뽑으면 그다음에(줄였을 때)는 허물 수도 없고 내쫓을 수도 없다"며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강의실 확충과 교수 채용 후 증원하는 게 맞다. 현실적으로 2025년 증원(은 바꾸기 어려우니) 받아들이라는 건 어려운 요구"라고 설명했다.

강 위원장은 전공의가 없거나 소수만 있어도 병원이 돌아갈 수 있게 의료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고도 했다. 강 위원장은 "정부가 이 사태 이후 많은 정책을 쏟아내지만 재정이 따라붙지 않는다"며 "그러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전공의 연속근무 시간을 36시간에서 24~30시간으로 단축하는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이 역시 인력 충원을 위한 정부 지원은 전무한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강 위원장은 "건강보험 재정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고 국방이나 교육처럼 별도의 재정이 들어가야 한다"며 "(재정 투입이) 가시적으로 보이면 전공의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서울대의대 비대위는 정부의 미복귀 전공의 처분 방침에 따라 다시 집단휴진에 들어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강 위원장은 닷새 만에 전면 휴진을 중단한 것은 정부의 무대응과 환자 피해가 걱정됐기 때문이라면서도 "의사도 노동자인데 노동자가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저항은 하던 일을 멈추는 것"이라며 "휴진하지 않으면 사직할지 순직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앞으로 (집단휴진을) 안 하겠다는 말씀은 드릴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의료 문제가 의대 정원이 아니라 시스템 문제이므로 행위별 수가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사법 리스크를 완화해달라 외쳐도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것 같이 느껴지는 이 상황이 가장 힘들다"며 "2000년 의사 파업 때 전공의 4년차였는데 그때 아젠다가 지금과 아주 똑같다. 국민과 의사 모두 동의하고 장기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정책을 계획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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