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쉬인이 한국 시장에서 노리는 것

머니투데이 조한송 기자 2024.06.26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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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을 인도네시아 출장 때의 일이다. 현지판 다이소, 올리브영이라 불리는 멀티브랜드숍을 둘러보니 K뷰티 열풍답게 한국어로 적힌 화장품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곧이어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국내 브랜드처럼 보이려 한글을 사용했지만 맞춤법이 어긋나 있었다. 인도네시아 현지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한국 스타일을 표방한 외국 브랜드"라고 설명했다.

K컬처를 타고 K뷰티 K패션 K푸드 등의 열기가 이어진다. 패션의 경우 해외 유명 브랜드가 글로벌 진출 첫 무대로 국내를 선택한 사례도 나왔다. 그만큼 국내 패션 시장의 글로벌 영향력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트렌드에 민감하고 제품의 품질, 디자인 등을 중요시하는 패션 고관여자가 많은 국내 시장은 글로벌 의류 기업들이 거쳐야 할 중요한 테스트베드 중 한 곳이 됐다.



이런 가운데 중국 온라인 패션 플랫폼 쉬인(SHEIN)이 국내 시장 본격 공략을 선언했다. 쉬인은 이미 국내 패션 시장에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인기있는 디자인을 앞세운 자체 상품을 선보이며 빠르게 사용자수를 늘리고 있다. 한국 패션 스타일을 기반으로 한 쉬인의 자체 브랜드는 국내는 물론이고 아시아 전역에서 인기다. 국내에서도 사랑받는 한국풍 의류가 글로벌 Z세대에게도 인기를 끌고있는 것이다.

C커머스의 공습이 이어지는 지금의 상황을 두고 혹자는 과거 2010년대 초반 중국 게임 업체들의 국내에 진출했던 상황을 떠올린다. 이들의 진출에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한 결과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이 중국산 게임에 안방을 빼앗긴 경험이 있어서다.



한국의 옷값은 주요국 대비 비싼 수준이다. 해외 플랫폼들은 값싼 의류를 앞세워 국내 시장을 공략중이다. 국내 브랜드 의류들은 여러 유통 구조를 거치면서 비싼값에 팔린다. 기업 자체적으로 여러 번의 안전성과 기술력 테스트를 거치면서 비싼값을 얻게 된 요인도 있지만 고물가 시대, '싸다'는 강력한 경쟁력 중 하나다.

언제까지 한류가 인기를 끌지는 알 수 없지만 당분간 한국풍의 의류, 화장품, 식품은 계속 탄생할 것이다. 자칫 한국산이 아닌 한국산 표방 제품이 한국 시장을 공략하고 이를 바탕으로 해외 시장에서도 진짜 한국산을 밀어낼 수도 있다. 쉬인의 한국 진출이 국내 시장의 위협에 그치지 않을지도 모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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