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환율…한은 '금리' 고심 커진다

머니투데이 김주현 기자 2024.06.25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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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1400원선 위협
수입물가 등 자극 우려 ↑
유가 불확실성도 '여전'
"'인하' 쉽지않아" 목소리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뉴스1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뉴스1


원/달러 환율이 연일 오르면서 1400원선을 위협한다. 정부와 여당의 금리인하 압박에 '8월 조기 인하론'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이 변동성을 키우자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수입물가 등을 끌어올려 안정된 물가를 다시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0.7원 오른 1389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7일 1380원대(종가기준)로 올라선 이후 일주일째 상승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1일엔 장중 1393원까지 치솟았다가 한은과 국민연금의 외환스와프 한도 증액 소식에 상승 폭을 줄였다.



이같은 원/달러 환율 불안은 금리인하에 걸림돌이 된다. 가장 큰 우려 요인은 인플레이션 재발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2.7%를 기록하며 완만한 둔화세를 이어갔다. 다만 물가 상방압력을 자극하는 국제유가와 환율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특히 1400원선을 위협하는 높은 원/달러 환율은 수입물가 상승을 이끌 수 있다.

자본유출 가능성도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현재 미국과 우리나라의 금리차이는 2%포인트다. 한은이 연준보다 금리를 먼저 내린다면 금리차이가 더 벌어져 외국인 자금 유출과 함께 추가 환율 상승을 촉발할 우려가 있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2% 초반으로 내려간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근거로 금리인하 환경이 조성됐다고 언급하는 등 정부와 여당은 조기 금리인하론을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이창용 한은 총재는 "정책실장뿐 아니라 여러 전문가들이 의견을 주시면 '메시지'가 아닌 '정보'로 듣고 금통위에서 독립적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여당의 금리인하 압박에도 한은이 선제적인 인하 움직임에 나서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한은은 물가를 더 중요시해서 금리인하가 어렵다고 판단하는 반면 정부는 경기침체와 금융부실에 더 중점을 두고 있어 조기인하를 언급하는 것"이라며 "환율이 오르면 수입물가가 높아지기 때문에 금리인하 결정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한은이 금리인하가 지연될 수 있다는 시그널을 보냈는데 그 이후 환율은 계속 오르고 있고 정부와 여당은 금리인하 압박을 강하게 주고 있어 곤란한 상황일 것"이라며 "지난 4월에도 실개입으로 1400원선을 겨우 방어했고, 여전히 환율을 주시해야 하는 상황에서 금리인하를 선택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1300원 후반대의 높은 환율이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조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은 엔화와 위안화 약세에 연동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달러 인덱스도 오르는 등 대외 요인이 크다"며 "손 쓸수 있는 부분이 크지 않고 8월 정도가 돼야 안정을 찾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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