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시간) 이슬람 제일 성지인 사우디아라비아 메카 동쪽에 위치한 아라파트 산에서 무슬림 순례자들이 양산을 쓴 채 순례길을 걷고 있다./AFPBBNews=뉴스1
값비싼 순례길, 암시장서 사기 당하는 순례자들23일(현지시간) 사우디매체 아랍뉴스, 뉴욕타임스(NYT) 등 보도에 따르면 파드 알잘라젤 사우디 복지부 장관은 지난 14일부터 19일까지 올해 하지 기간 순례자 1301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15년 하지 기간 메카 인근 미나에서 2000명 넘게 압사한 이후 최악 참사다. 사우디는 사망자 중 83%는 공식 성지순례 허가를 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비용 감당이 힘든 순례자들은 암시장으로 향한다고 한다. 사우디는 하지 시작 몇 주 전 미허가 순례자를 차단하기 위한 봉쇄 조치에 들어가는데, 이보다 빠르게 사우디에 입국한 뒤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브로커를 거쳐 순례길에 오른다는 것. NYT가 취재한 순례자들은 이 경로를 통해 2000~3000달러를 내고 순례길에 올랐다고 한다.
사망자 절반이 이집트…이유는 '통화 폭락' 같은 날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이집트 당국은 하지 순례길에 오른 자국민 672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우디가 발표한 사망자 수의 절반이 넘는다.
유독 이집트 사망자가 많은 것은 이집트 통화가치 폭락 문제와 무관치 않다. 2011년부터 국제통화기금(IMF) 지원을 받던 이집트는 코로나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면서 심각한 외화 부족에 시달렸다. 이에 기존 고시환율제를 포기하고 환율 결정을 시장에 맡긴다는 조건을 걸고 IMF에 추가 자금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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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이집트중앙은행(ECB)에서 환율 정책 변경을 공식 발표하자 이집트 파운드화 가치가 폭락했다. 하지를 위해 이집트 순례객들이 모은 계좌잔고 가치도 함께 폭락했다. 사우디 리얄화 대비 이집트 파운드 가치는 8.2파운드 수준이었다가 환율정책 변경을 발표한 3월6일 기준 13.1파운드까지 떨어졌다. 부모가 브로커를 통해 불법 순례를 떠났다는 한 이집트 여성은 NYT 인터뷰에서 "(부모가) 이집트 통화가치 하락으로 매년 저축계좌 잔고가 줄어들고 있다면서 빨리 떠나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청년도 힘든 순례길, 기후변화 폭염으로 더 힘들어져
20일(현지시간) 터키 국적 무슬림이 하지 순례길에서 냉수를 얼굴에 뿌리고 있다./AFPBBNews=뉴스1
올해 폭염도 중요 원인으로 꼽힌다. 음력을 따르는 이슬람의 1년은 양력보다 11일 짧다. 이 때문에 일정 주기로 다른 계절에 하지가 열리는데, 최근 몇 년간 하지는 북반구에 여름이 찾아오는 6~8월에 열렸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하지 기간 사우디 현지 기온이 최고 51도에 육박했다면서 기후변화 탓이라고 설명했다. 미국기상학회가 발표한 2021년 연구자료에 따르면 지난 40년 동안 사우디는 북반구 나머지 지역보다 50% 더 빠른 속도로 기온이 올랐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