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원각사 무료급식소 앞에는 노인들의 긴 행렬이 이어졌다. 굽이진 골목을 지나 삼일문 내부까지 200m에 넘는 대기 줄이 만들어졌다. 따가운 햇볕 탓에 모자를 쓰거나 우산 등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부채를 부치며 더위를 식히는 노인들도 많았다./사진=최지은 기자
24일 오전 11시30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원각사 무료 급식소 대기 줄에 서 있던 김모씨(77)는 얼굴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채 이렇게 말했다. 서울 은평구에서 찾아왔다는 그는 "요즘은 해가 늦게 져서 하루가 더 긴 느낌"이라며 "머지않아 더 더워질 텐데 별다른 방도가 없어 걱정이다"고 밝혔다.
이날 무료 급식소 앞에는 노인들의 행렬이 길었다. 굽이진 골목을 지나 삼일문 내부까지 200m가 넘는 줄이 만들어졌다. 따가운 햇볕 탓에 모자를 쓰거나 우산 등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부채를 부치며 더위를 식히는 노인들도 많았다.
부채로 얼굴을 부치고 있던 안모씨(70)는 "혼자 살다 보니 무료 급식소를 다니며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며 "너무 더우면 집 근처 공원에 나와 시간을 보내다 들어간다. 아무래도 실내보단 실외가 좀 더 시원하다"고 말했다.
올해 6월 이른 무더위가 이어지며 독거노인들의 여름 나기도 빠르게 시작됐다. 24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원각사 무료급식소 앞 노인들이 볕을 피하기 위해 우산을 쓴 채 배식을 기다리고 있다./사진=최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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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윤 원각사 무료 급식소 총무는 "어르신들이 더운 여름을 힘들어하셔서 볕을 피할 수 있도록 우산을 400개 정도 나눠드렸다"며 "날이 더 더워지면 콩국수, 수박 등 시원한 계절 음식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무료 급식소 인근 서울지하철 1·3·5호선 종로3가역 내에는 계단 등에 앉아 노인들이 더위를 피하고 있었다. 출구 앞 계단에 모여 담소를 나누거나 역사 내부에 앉아 손수건으로 땀을 닦는 이들도 보였다.
종로3가역 내부 계단에 앉아있던 홍모씨(86)는 무료 급식소가 있는 지역과 배식 시작 시각을 표로 기록한 쪽지를 기자에게 내밀었다. 손수 표를 제작했다는 그는 매일 여러 지역을 다니며 무료 급식소를 이용한다.
홍씨는 "생각보다 노인들이 갈 곳이 없다. 공원은 너무 더워 무료 급식소에서 밥을 먹고 나면 실내인 지하철역을 자주 찾는다"고 밝혔다. 이어 "공원이나 벤치 수도 많지 않아 걸어 다니면 쉴 곳이 마땅치 않다"며 "노인 수가 많아 노인정에 가도 자리가 없다. 노인들을 위한 쉴 곳이 좀 더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4일 서울지하철 1·3·5호선 종로3가역 내부 계단에 앉아있던 홍모씨(86)는 무료급식소가 있는 지역과 배식 시작 시간을 표로 기록한 쪽지를 기자에게 내밀었다. 그는 "아내가 요양병원에 홀로 입원해있어 여러 지역의 무료 급식소를 다니며 끼니를 챙겨 먹는다"며 "생각보다 노인들이 갈 곳이 없다. 공원은 너무 더워 넓고 계단도 있는 지하철역을 자주 찾는다"고 밝혔다./사진=최지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