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38.1%' 굿즈 등장…중국 '유럽 전기차 관세'에 예민한 이유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2024.06.24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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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신 "21% 관세 기준 수출 30% 줄어든다" 전망,
"25%↓" 유럽 전망보다 부정적…애국소비 자극하기도

중국 상하이자동차사 제조 차량들이 15일 옌타이항에서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이 차량들을 선적할 SAIC ANJI 이터니티호는 상하이자동차가 자차 수출을 위해 중국서 건조한 차량전용 운반 선박이다. 2024.05.16  /AFPBBNews=뉴스1중국 상하이자동차사 제조 차량들이 15일 옌타이항에서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이 차량들을 선적할 SAIC ANJI 이터니티호는 상하이자동차가 자차 수출을 위해 중국서 건조한 차량전용 운반 선박이다. 2024.05.16 /AFPBBNews=뉴스1


EU(유럽연합)의 중국 전기차 수입 규제 발효가 눈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중국 내부에서 당장 유럽향 전기차 수출이 30% 이상 줄어들 거라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 기업들이 맞대응에 나서면서 애국소비 조짐도 보이지만, 결국 유럽 시장 포기냐 현지생산이냐 사이에서 결단이 필요할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24일 현지 로펌 킹앤우드맬리슨스와 글로벌 투자은행 UBS를 포함한 중국 내 리서치 결과를 종합, "21% 관세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중국의 유럽향 전기차 수출이 단기적으로 30%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산 전기차의 가장 큰 수요처는 중국 국내시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U의 중국산 전기차 관세는 상당한 타격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세계 최대 자동차 수출국인 중국이 지난해 기준 아시아(150만대)를 제외하고는 가장 많은 104만대의 자동차를 수출한 시장이 바로 유럽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중 45%에 달하는 48만2000대가 전기차였다.

특히 중국의 30% 감소 전망은 유럽 현지 전망보다 더 부정적인 수치다. 독일 킬연구소는 지난 5월 말 상계관세 20%를 기준으로 중국에서 유럽으로 수출하는 전기차 대수가 연간 25%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 현지에서 생각하는 타격보다 중국 내부에서 보는 타격이 더 크다는 의미다.



상계관세가 언급되는 순간부터 이미 중국의 유럽향 전기차 수출은 위축되고 있다. 올 들어 1~4월 중국의 유럽향 전기차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8% 줄었다. 새로운 아이템이 시장에 전폭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이전의 수요 병목현상을 말하는 '캐즘'이 일반화하면서 가뜩이나 글로벌 전기차 수요가 줄어드는 시점이다. 중국의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차이신은 유럽 현지 완성차업계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지난 3월부터 EU 세관이 중국 전기차에 대한 등록절차를 강화했고, 딜러들이 관망하면서 상황이 더 악화됐다"며 "중국 전기차는 유럽에서 단계적인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며, 특히 SAIC(상하이모터스)의 전기차 판매가 더 큰 폭으로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앞서 SAIC과 지리, BYD 등을 표본으로 선정, 상계관세 조사를 실시하고 SAIC에 가장 높은 38.1%, 지리에 20%, BYD에 17.4%의 잠정 관세 부과를 결정했다. 표본조사에 참여하지 않은 기업엔 21%가, 아예 조사에 응하지 않은 기업들에는 가장 높은 38.1%가 부과된다. 기존 수입관세 10%에 더해 무려 48.1%의 관세가 붙을 수 있다.


SAIC이 내놓은 38.1% 관세 기념 굿즈./영상=바이두SAIC이 내놓은 38.1% 관세 기념 굿즈./영상=바이두
중국은 전의를 불태운다. SAIC은 EU가 추가로 부과한 38.1%의 관세율을 새긴 스케이드보드와 컵 등 '굿즈'를 공개했다. 회사 관계자는 그러면서 "도전은 성장의 기회이며 우리는 모든 도전에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SAIC의 대응은 일단 애국심이 강한 중국인들에게 어필하는 분위기다. SAIC이 위기를 넘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며 구매운동 조짐까지도 보인다.

여론이 이렇게 돌아가면 중국 정부의 대응에도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 정부는 유럽의 주요 수출품 중 하나인 주류에 대한 상계관세 조사에 들어갔다. 이어 돼지고기에 대해서도 관세 부과를 검토하는 한편 유제품 등에 대한 조사 가능성도 시사했다. 전기차에서 튄 불꽃이 다양한 분야로 옮겨붙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제 22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 겸 경제부장관을 만난 중국 요인들은 "단호한 대응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정산제 중국국가발전개혁위 주임은 "중국 기업의 합법적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에 차를 팔아야 먹고살 수 있는 독일은 관세에 부정적 입장이다. 하베크 부총리는 "EU의 문은 수출품 관세 논의를 위해 열려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별개로 중국 자동차 기업들이 선택의 기로에 설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아예 유럽시장 공략을 포기하거나, 현지에 공장을 설립하는 등 공격적으로 대응하는 선택지도 가능하다. 지난해 유럽에서 무려 24만3000대의 완성차를 팔아 중국 기업 중 1위를 기록한 SAIC은 내부적으로 유럽 현지 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BYD도 이미 지난해 12월 헝가리 공장 건설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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