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수금만 13조 …도시가스 요금 어쩌나

머니투데이 세종=최민경 기자 2024.06.24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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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율 80% 수준 불과…가스公·LPG 수입사 경영악화
업계 "kg당 153원 올려야"…정부, 내달 인상여부 고심

미수금만 13조 …도시가스 요금 어쩌나


정부가 7월1일부터 적용하는 민수용 도시가스 요금 인상을 고심 중이다. 도시가스 요금 동결로 액화석유가스(LPG) 가격도 지난해 12월부터 7개월째 동결 중인 가운데 이번에도 요금 현실화에 실패하면 한국가스공사와 가스 수입사의 재무위기가 심해질 전망이다. 가스공사가 국제가격 인상분을 판매가격에 적절히 반영하지 못해 팔수록 적자를 내는 상황에서 가스 공급 안정성이 훼손되고 민간 에너지 시장까지 악영향이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3일 정부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 등 에너지 관계부처는 내달 1일부터 적용할 민수용 도시가스 요금의 인상 여부와 인상 폭 등에 대해 협의 중이다.



2022년 이후 국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은 약 200% 상승했지만 국내 가스요금은 약 43% 인상되는 데 그쳤다. 주택용 가스요금은 지난해 5월16일 MJ(메가줄)당 1.04원 인상된 뒤 13개월째 동결 중이다. 올해 들어 사과 등 신선식품 가격이 오르며 물가상승 부담이 커진 데다 4월 총선까지 치르면서 정부는 공공요금 인상을 뒤로 미뤘다. 현재 도시가스 원가율은 80% 수준에 불과하다.

장기간 소비자 가격을 묶어온 탓에 올해 1분기 기준 민수용 도시가스 미수금은 13조5491억원으로 불어났다. 미수금은 가스공사가 원가 이하 가격에 가스를 공급한 뒤 받지 못한 원가와 공급가의 차액으로 사실상의 영업손실이다. 미수금 규모는 가스공사 전 직원이 30년간 무보수로 일해도 회수가 불가능한 규모다.



가스 도입과 LNG 터미널 등을 책임지는 가스공사는 차입금을 늘려 가스를 도입해야 한다. 가스공사의 차입금은 2021년 말 26조원에서 지난해 말 39조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도 379%에서 483%로 상승했다. 가스공사는 최근 경영실적 부진으로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미흡(D)' 등급을 받았다.

정부의 가스요금 동결 영향은 민간까지 번졌다. SK가스, E1 등 LPG 수입사도 지난해 9월 이후 국제가격과 환율 인상으로 인해 수입 비용이 kg(킬로그램)당 200원 이상 상승했음에도 국내 판매가격은 135원 올리는 데 그쳤다. 정부의 고통분담 동참 요구로 지난해 12월부터 7개월 간 동결하면서 1분기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1분기 당기 순이익은 SK가스는 전년 동기 대비 62%, E1은 85.6% 감소했다.

올해부터 환율까지 급등하면서 원가 부담은 계속 증가하는 상황이다. LPG 업계는 가스가격과 환율을 고려한 원가 증가분을 반영하기 위해선 kg당 153원 수준을 인상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산업부는 가스공사의 재무 위기가 가중된 만큼 적어도 원가에 준하는 수준의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기재부는 가스요금 인상이 물가 전반에 끼칠 영향을 고려해 인상 시점과 폭 결정에 보다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가스요금이 홀수 달마다 조정되는 것을 감안했을 때 정부의 결정에 따라 7월부터도 요금 인상이 가능하다. 전체 가스의 약 30%를 차지하는 민수용을 제외한 발전용·산업용 등의 가스 요금은 앞서 단계적으로 현실화해 공급 원가 이상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 현실화가 늦춰질 경우 부작용이 더욱 클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겨울철 난방수요가 몰릴 경우 물가상승을 더욱 부채질하는 탓에 필요한 만큼 요금 인상이 어렵기 때문이다. 여름철 요금 인상을 통해 가격 상승에 따른 에너지 소비 감축을 유도, 실제 가계 충격을 줄여야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난방용 등 가스 수요가 증가할 동절기에 소비자들의 가스 가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탄력적인 가격 운용을 고려하면 7월에 가스 가격을 일부 현실화 시켜야 한다"며 "억제된 가격 인상 요인이 동절기에 한번에 국내 판매가에 반영될 경우 국민들이 체감하는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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