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력 잃은 휴진 릴레이, 이번주 최대 분수령

머니투데이 박정렬 기자 2024.06.24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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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들 피해 우려" 서울의대 비대위, 무기한 휴진 중단
전공의 처분지침·복지부 청문회 예정…대화무드 촉각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지난 17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이어오고 있는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들의 휴진 지속 여부에 대한 투표 결과가 이날 오후에 발표될 예정이다. 2024.06.21. kmn@newsis.com /사진=김명년[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지난 17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이어오고 있는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들의 휴진 지속 여부에 대한 투표 결과가 이날 오후에 발표될 예정이다. 2024.06.21. [email protected] /사진=김명년


서울대병원이 '무기한 휴진'을 닷새 만에 중단하면서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한 '휴진 릴레이'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와 의사단체가 모두 대화를 강조하는 가운데, 이번 주 전공의 사직 처리에 대한 정부 방침과 복지부 장·차관의 국회 청문회 등이 예고돼 의정(醫政) 갈등의 전환점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서울의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948명의 의대 교수가 참여한 투표 결과 73.6%(698명)의 찬성률로 무기한 휴진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비대위는 "현 상황이 장기화했을 때 중증 환자에게 실제적인 피해가 생길 수 있다"며 "정책 수립 과정 감시와 비판, 대안 제지와 같은 지속 가능한 방식의 저항으로 활동 방향을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대병원이 휴진 중단의 주요 이유로 환자 안전을 거론한 만큼 '빅5 병원' 등 의료계의 릴레이 휴진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까지 세브란스병원(연세대 의대)은 오는 27일부터 무기한 휴진, 서울아산병원(울산대 의대)은 다음 달 4일부터 일주일간 휴진을 예고했다. 다만, 병원 안팎에서는 환자 피해를 감수하면서 휴진을 이어가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빅5 병원의 한 비대위 관계자는 "장기 휴진을 해도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논의할 방침"이라 말했다.

(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등 환자 단체 관계자들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의료계 집단휴진 철회 촉구 환자단체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환자단체들은 서울대병원 비대위와 대한의사협회에 무기한 휴진·전면 휴진 결정 즉각 철회와 함께 정부에 진료지원 인력 합법화를 통한 안전한 의료환경 조성, 국회에는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 정상 작동할 수 있는 입법 추진 등을 요구했다. 2024.6.1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 /사진=(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등 환자 단체 관계자들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의료계 집단휴진 철회 촉구 환자단체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환자단체들은 서울대병원 비대위와 대한의사협회에 무기한 휴진·전면 휴진 결정 즉각 철회와 함께 정부에 진료지원 인력 합법화를 통한 안전한 의료환경 조성, 국회에는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 정상 작동할 수 있는 입법 추진 등을 요구했다. 2024.6.1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 /사진=(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집단 휴진에 대한 국민의 반감은 점차 커지고 있다. 특히, 그동안 숨죽여 눈치만 보던 환자마저 의료공백이 4개월 넘게 이어지며 적극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서울아산병원이 휴진을 예고한 당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1000명 규모의 환자 총궐기대회를 개최한다. 병을 앓는 환자와 돌보는 가족 등이 이 정도로 대규모 집회를 여는 건 2014년, 2020년 의사 파업 때도 없던 일이다. 또 다른 환자단체인 한국중증질환연합회도 의대 교수의 사직서 수리, 외국 의사 수입, 고소·고발 등을 언급하며 집단행동에 나선 의사들을 압박하고 있다.



의료공백 사태의 중심에 있는 전공의와 의대생이 '선배 의사'의 행동에 동참하지 않는 것도 투쟁 동력을 약화한다는 분석이다.

전공의들은 지난 2월 병원을 집단 이탈하며 7대 요구안을 제시한 이후 지금까지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 전공의에 대한 정부의 '전향적인 변화'가 의정 갈등의 분수령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전공의의 행동에 따라 의대 교수나 의협의 단체행동은 물론 '의료 정상화'를 바라는 정부의 태도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번 주 정부는 전공의 처분에 대한 지침을 각 대학병원 등에 설명한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사진=[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사진=[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아직 내년도 의대 정원에 대해 정부와 의사단체 간 이견이 있지만, 의사단체는 '원점 재검토'에서 한발 뒤로 물러나 '논의'하자는 입장을 내비치고 정부도 내년 이후 정원은 조정이 가능하다는 뜻을 밝히며 대화 분위기는 무르익고 있다.

한편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의대 교수들의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헌법소원을 제기할 방침이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은 23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의대 교수들은 근로기준법 적용도 받지 못하고 근로계약서도 없는 상태로 병원에서 일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현재 의대 교수들은 진료 업무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나 보호장치가 없다. 전공의들이 집단 이탈한 뒤 남은 의대 교수들은 과중한 업무로 피로, 소진 등을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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