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곳 찾아 거리 헤매는 국민들…"'슈퍼 엔저' 일본은 위기 상황"

머니투데이 윤세미 기자 2024.06.24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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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의 방어에도 엔화 하락세가 멈추지 않는다. 일본 증시 상승과 디플레이션 탈출을 견인하던 엔저가 되레 경제에 역풍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도 커진다.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NHK 등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159.8엔대까지 올라갔다.(엔화 가치 하락) 이날 앞서 일본 시장에서 환율이 7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160엔을 다시 위협하자 일본 당국은 구두 개입에 나섰다. 간다 마사토 일본 재무성 재무관은 이날 필요시 정부가 적절한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시장에선 당국의 개입으론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단 시각이 만연하다. 효과가 일시적이기 때문이다. 일본 당국은 4월29일 엔·달러 환율이 장중 160엔을 돌파하자 엔 매수를 단행했다. 5월2일에도 시장에 개입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개입 규모가 약 10조엔(약 87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하지만 엔화는 올해에만 달러 대비 약 11% 하락해 주요 10개 통화 가운데 가장 큰 낙폭을 기록 중이다.

바클레이즈는 20일 투자노트에서 연말에도 엔·달러가 160엔대 수준에서 거래될 것으로 내다봤다. 금리 격차를 좁히지 않는 한 엔저 추세를 돌리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금리 격차가 줄어들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지난 3월 마이너스 금리를 끝낸 일본은행은 통화정책 정상화로 방향을 잡았지만 움직임엔 신중하다. 일본은행은 이달 금융정책결정 회의에서 국채 매입 규모를 축소하겠다면서도 구체적인 계획 발표는 다음 회의로 미뤘다. 반면 미국은 고금리가 장기화할 태세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점도표를 통해 올해 금리 인하 횟수 전망치를 종전 3회에서 1회로 낮췄다.

엔달러 환율 추이/그래픽=김다나엔달러 환율 추이/그래픽=김다나
통상 엔저는 일본 경제에 도움되는 것으로 간주된다. 엔저가 수출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 기업 순익을 뒷받침하고 수입 물가를 끌어올려 저물가 해소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외국인 여행객을 끌어들일 수도 있다.

그러나 과도한 엔저 장기화가 일본 경제에 부메랑으로 작용할 조짐이 인다. 일본 재계가 원자재 가격 상승과 소비 심리 위축을 이유로 지나친 엔저에 대한 불안감을 공개적으로 밝힐 정도다. 21일 공개된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2.5%(신선식품 제외) 상승해 일본은행 목표치 2%를 26개월째 넘고 있다. 이와 반대로 실질임금은 4월 기준 25개월 연속 감소한 상태다.


소비자들은 한 푼이라도 지출을 줄일 방법을 찾고 있다. 도쿄 긴자에서 300엔 미만 도시락을 파는 할인 식료품점을 찾은 60대 여성은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에 "생활비가 너무 늘어서 뭐라도 좀 싸게 사려 한다. 여긴 다른 데보다 30% 정도 싸다"고 말했다.

문제는 소비 둔화로 경기가 침체되면 일본은행이 엔화 부양을 위해 금리 인상을 하기 어렵단 점이다. 별도 수입이 거의 없는 연금 수급자들의 소비 비중이 39%에 달한다는 점은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든다. 노무라리서치의 우치 다카히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일본은 좀 위기 상황"이라며 "임금이 오르지 않으면 소비가 급격히 줄어 엔저의 부정적 경제효과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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