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잭슨 괴롭혔던 '이 병'…원인 모를 '백색 공포'

머니투데이 박정렬 기자 2024.06.23 15:11
글자크기

6월 25일 세계 백반증의 날

마이클 잭슨마이클 잭슨


오는 25일은 '세계 백반증의 날'(World Vitiligo Day)이다. 백반증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백반증을 앓는 사람을 격려하기 위해 지정됐다. 백반증은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이 앓았던 피부병으로 잘 알려져 있다. 1980년대 갑자기 하얘진 그의 피부를 두고 표백 약품을 썼다거나 피부 박피술로 얼굴을 희게 바꿨다는 등 근거 없는 루머가 퍼지기도 했다. 마이클 잭슨은 광고 촬영 중 화상으로 백반증 증상이 심해지자 치료보다 정상적인 검은 피부를 흰색으로 탈색하는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백반증은 색소를 만드는 멜라닌 세포가 파괴돼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백색 반점과 백모증(모발 탈색)이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피부질환이다. 전 세계에서 0.5~2%의 인구가 앓고 있으며 절반가량은 20세 이전에 발생한다. 모든 연령대에서 발생할 수 있지만 10~30세 사이 가장 많이 나타난다고 보고된다.



백반증의 정확한 원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체내 면역세포가 멜라닌 세포를 적으로 인식해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으로 유전적 요인, 항산화능 감소, 외부 자극, 스트레스, 자외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계가 명확한 백색 반점이나 주로 피부가 접히는 부위인 겨드랑이나 사타구니 또는 손, 발, 무릎, 팔꿈치 등 뼈 돌출 부위나 입 주위, 성기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흔하다.

백반증은 증상이 얼마나 진행할지 예측하기 어려워 '백색 공포'라고도 불린다. 초기 진단·치료가 강조되는 이유다. 김혜성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피부과 교수는 "백반증은 피부에 백색 반점이 생기는 것 외에 가렵거나 아픈 증상이 없어 초기에 심각성을 인지하기 쉽지 않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증상이 나타났을 때 바로 병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인천성모병원 피부과 김혜성 교수인천성모병원 피부과 김혜성 교수
백반증은 다른 탈색 혹은 저색소 질환과의 감별을 위해 우드등(Wood light) 검사나 KOH 도말검사(직접 도말검사)를 시행해 확진한다. 동반 질환이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혈액검사도 진행할 수 있다.

치료는 크게 광선치료와 약물치료가 있다. 병변이 국소적인 경우 스테로이드나 칼시뉴린억제제(프로토픽, 엘리델 연고) 등으로 면역·염증 반응을 조절하며 엑시머 레이저로 멜라닌 세포를 자극하는 치료가 효과적이다. 증상 범위가 넓을 경우 통 안에 들어가 진행하는 광선치료를 받기도 한다. 손과 발 등 치료 반응이 떨어지거나 급격히 퍼지는 백반증이 있다면 신약 치료를 고려해 볼 수 있다.

김혜성 교수는 "백반증은 자가면역질환 범주에 속해 원형탈모나 갑상선 기능 이상이 동반될 수도 있다"며 "과거 불치병으로 인식돼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신약 개발로 치료 효과가 높아진 만큼 피부과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정확히 진단하고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백반증일 땐 평상시 생활 관리에도 신경 써야 한다. 피부 전체적으로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고 양산, 선글라스, 모자 등으로 햇빛 노출을 최대한 피하는 것이 좋다. 마이클 잭슨도 햇빛으로 인한 백반증의 악화를 막기 위해 항상 모자, 양산, 장갑, 선글라스를 썼다. 꽉 조이는 신발이나 벨트, 목걸이, 시계 등 액세서리도 피부를 자극할 수 있어 멀리해야 한다. 피부를 긁거나 상처가 나지 않도록 하고 때수건으로 심하게 밀거나 문신 등의 시술은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