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정년만 60세일뿐…70세까지 일하는 일본의 비결

머니투데이 강주헌 기자 2024.06.24 17:47
글자크기

[MT리포트]한국형 고령자 일자리②

편집자주 연금 수령 시점과 정년의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노인 인구가 가파르게 늘어나면서 고령자의 일자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일부 대기업 노조는 정년을 연장해달라고 하지만 재계는 정년연장은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과거 '정년 60세'를 법제화 한 것이 노동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살펴보고, 고령자 일자리 창출을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

일본의 정년연장 추진 과정/그래픽=최헌정일본의 정년연장 추진 과정/그래픽=최헌정


한국보다 먼저 정년연장 문제로 진통을 겪은 나라가 있다. 바로 20년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이다. 현재 일본의 법정 정년 나이는 60세지만 근로자가 원하면 무조건 65세까지 일할 수 있다. 사실상 정년을 연장한 셈이지만 노동시장에 유연성을 주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었다. 기업의 부담을 줄여줘 일할 의지가 있는 근로자를 계속 고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이 참고할 만한 대목이다.

현재 일본의 법정 정년은 60세다. 일본은 1998년 60세 정년 의무화 이후 줄곧 법정 정년을 60세로 유지하고 있다. 고령자가 많아지면서 이들의 일자리가 무엇보다 중요했지만 정년연장보다는 일단 퇴직 후 재고용하는 방식으로 일할 수 있는 기간을 늘렸다. 기업의 임금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조치였다.



근로자가 법정정년에 이르면 기업과 근로자는 고용확보조치에 따라 근로조건을 다시 정해 재고용된다. 일본 총무성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65~69세 취업률은 전년보다 1.2%포인트 증가한 52.0%로 집계됐다. 일본은 이 제도가 완전히 정착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0년에는 재고용 기한을 70세까지 늘리는데 합의했다.

일본은 또 취업규칙 변경 절차를 개선해 기업이 고용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여지를 만들어 줬다. 근로자 합의 없이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할 수 없지만, '사회적 합리성이 있는 경우'에는 취업규칙을 바꿀 수 있다. 기업은 이를 통해 고령자의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게 됐고 고령자 역시 양질의 일자리에서 보다 긴 시간 동안 일할 수 있게 됐다.



국내에도 근로현장 실정에 맞는 재고용 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진작부터 나왔다. 최근 일부 대기업 노조가 요구하는 대로 정년을 65세로 연장할 경우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막대해진다. 한국의 경우 연공형 임금체계가 일본보다 더 견고하기 때문에 법정 정년이 연장될 경우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 2020년 기준 한국의 근속 1년 미만 대비 근속 30년 이상 근로자 임금은 3배에 달해 일본(2.3배)보다 높다. 독일 1.8배, 프랑스 1.6배, 영국 1.5배 등 유럽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다.

경총의 '고령자 계속고용정책에 대한 기업 인식조사'에 따르면 30인 이상 기업의 67.9%는 재고용 방식으로 고령자 고용을 원했다. 이같은 경향은 기업 규모가 커질 수록 짙어졌다. 1000인 이상 기업에서는 재고용 방식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중이 74.4%였다. 임금 부담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

아울러 응답 기업의 절반에 가까운 47.1%는 고령자 계속고용제도 안착을 위해 필요한 정부지원책으로 '임금유연성 확보를 위한 취업규칙 변경 절차 개선'을 원한다고 답했다. '인력운영 유연성 강화를 위한 파견·기간제법 개선'이 37.7%, '고령 인력 채용 증가 시 세제 혜택' 33.0% 등의 대답이 뒤를 이었다.


경총 관계자는 "높은 수준의 임금 연공성, 고용 경직성, 부문 간 이중구조로 대표되는 우리 노동시장 현실을 고려할 때 고령자 계속고용은 임금체계 개편이 선결돼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법정 정년연장 방식보다는 재고용 중심의 계속고용 정책을 검토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