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폭염과 불평등

머니투데이 윤세미 기자 2024.06.24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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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이 강타한 15일(현지시간) 인도 암리차르에서 일꾼들이 물병을 옮기고 있다./AFPBBNews=뉴스1폭염이 강타한 15일(현지시간) 인도 암리차르에서 일꾼들이 물병을 옮기고 있다./AFPBBNews=뉴스1


"몸이 못 견뎌도 자전거를 몰아야 해요. 우리는 육체노동에 익숙하기 때문에 몸이 힘든 건 익숙합니다. 하지만 이 더위는 정상이 아녜요. 우리가 죽든 말든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아요. 누구에게 투표해도 이 문제는 아무도 해결해주지 않죠."

인도 뉴델리에서 자전거 인력거를 모는 사가르 만달이 최근 CNN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인도에선 최근 5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밤에도 기온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뉴델리의 삽다르정 관측소는 19일 새벽 1시 기온이 35.2도를 찍었다.



지구촌이 때 이른 폭염으로 난리다. 폭염 신기록이 경쟁하듯 쏟아진다. 19일 서울 기온이 35.8도까지 올라 6월 기준 1958년 이후 최고 기록을 깨뜨렸다. 21일엔 서울에서 관측 이래 가장 일찍 열대야가 나타났다. 미국은 각지가 열돔에 갇히면서 시카고, 클리블랜드, 보스턴 등 각지 기온이 6월 최고치를 다시 썼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선 52도 무더위에 성지 순례에 나선 신도가 1000명 넘게 목숨을 잃었다.

폭염과 동반되는 건 폭우다. 기온이 상승하면 더 많은 수분이 증발하고, 어딘가에 쏟아지기 마련이다. 가뭄과 산불 소식도 하루가 멀다고 쏟아진다. 기상 이변에서 역대급, 기록적이란 표현은 일상이 됐다.



각종 이상 기후는 모두 온실가스 배출 증가로 인한 지구 온난화가 배경으로 지목된다. 지구 온도는 올해도 작년에 이어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울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가장 무더웠던 이번 달이 미래엔 비교적 추운 달로 기억될 것"이라며 서늘한 경고를 던진다.

폭염과 폭우 등으로 인한 피해는 취약 계층에 더 가혹하다. 온난화를 가져온 탄소 배출은 선진국과 거대 기업이 사용한 화석연료가 주원인이다. 소득 상위 1%가 전체의 16%에 해당하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는 통계도 있다. 인력거를 모는 인도의 만달이 전용기를 타고 다니는 부호보다 탄소를 더 많이 배출할 리 없다. 그러나 폭염으로 생사의 갈림길에 내몰리는 건 만달이다. 한국의 '만달'들은 또 어떤가.

지구를 함부로 쓴 대가를 애먼 이들에게 짊어지라고 할 수 없는 일이다. 기후 변화로 인한 '불평등한 피해'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큰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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