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온 부장검사 까칠하다며?"…檢 기업수사 '어디로' 재계 촉각

머니투데이 박다영 기자 2024.06.24 06:00
글자크기

[박다영의 검찰聽]

편집자주 불이 꺼지지 않는 검찰청의 24시. 그 안에서 벌어지는, 기사에 담을 수 없었던 얘기를 기록합니다.

"새로온 부장검사 까칠하다며?"…檢 기업수사 '어디로' 재계 촉각


"이달 3일자로 단행된 검찰 중간간부 인사 이후 기업마다 신임 보직 차·부장들 성향이 어떤지 파악해달라는 요청이 많습니다. ○○지검 반부패수사부·공정거래조사부 ○○부장검사가 까칠한 성격인지, 첫 지시로 뭘 주문했는지 이런 정보에 관심이 쏠리는 거죠."

23일 한 대형로펌 변호사의 말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특히 올해 4·10 총선 전후로 뜸했던 검찰의 기업 수사가 어떻게 될지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얘기다.



그동안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이 이어지면서 뒷전으로 밀린 기업 관련 수사를 언제까지 미뤄두기만 하겠냐는 불안감이 이런 관측을 부채질한다. 총선이 지나면서 윤 정부 임기가 중반으로 들어선 만큼 검찰이 올해 안에 기업 수사로 초점을 옮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변호사는 "때마침 검찰 주요보직 간부가 잇따라 교체되면서 기업에서는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일단 다들 상황 파악에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 관심은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에서 아직까지는 정치권 수사에 바쁜 반부패수사부보다는 지난달 전후로 삼성·아난티 부동산 부정거래 의혹, LH 입찰담합 사건, KT그룹 보은투자·일감몰아주기 의혹 등 주요 사건 수사가 마무리 수순에 들어간 공정거래조사부로 모인다. 신임 김용식 공정거래조사부장(사법연수원34기)이 조만간 새로운 사건에 손을 대지 않겠냐는 것이다.

김 부장검사는 2012년 대검 중앙수사부에 파견돼 저축은행 비리 사건을 수사하는 등 굵직한 기업 수사를 경험한 '특수통'으로 평가된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015년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장이었을 당시 함께 기업 수사를 했던 경험도 있다. 2018년 서울남부지검에 파견됐을 때는 라임자산운용 사건을 수사했다. 지난해에도 서울남부지검에서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에서 근무했다.

검찰 내부 소식에 밝은 소식통은 "김용식 부장검사가 부임 이후 현재진행 중인 사건을 얼른 마무리하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며 "오자마자 '김용식 1호 사건'을 찾으려는 것 같다는 말이 나온다"고 전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임삼빈 부장검사)가 맡았던 SPC 노조 와해 사건 수사가 지난 18일 허영인 SPC 회장 재판 시작으로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노동 관련 분야의 다음 타깃이 어디일지를 두고 기업들이 움츠러든 분위기도 감지된다. 법조계에서는 오는 9월 이원석 검찰총장의 임기 종료와 맞물려 신임 검찰총장이 임명되면 범죄정보 수집 부서인 대검찰청 범죄정보기획관이 확보한 단서를 토대로 기업 수사가 시작될 수 있다는 전망도 고개를 든다.

다른 대형로펌 관계자는 "지난 1년 동안 서울중앙지검에서는 기업 수사가 밀리고 그나마 움직이는 남부지검은 금융 분야 수사에 국한되면서 검찰 내부에서도 이젠 기업 수사를 해야 한다는 말이 계속 나오는 상황"이라며 "하반기 경제상황을 보면 물가에 주안점을 두고 업계별로 담합 관련 수사가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 한 사내변호사는 "검찰이 이전부터 들고 있는 '캐비닛' 사건 말고 새로운 기업 수사에 들어갈 것이라는 말이 돈다"며 "기업들도 앞으로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