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앤비 싱어 케이윌의 어제오늘이 담긴 앨범 'All the Way'

머니투데이 김성대(대중음악 평론가) ize 기자 2024.06.21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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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국 안재현 출연한 '내게 어울릴 이별 노래가 없어' 뮤비 화제

사진=스타십엔터테인먼트사진=스타십엔터테인먼트


아주 오랜 시간 대중 가수들은 앨범을 내고 홍보 차 공연을 하며 자신의 존재와 입지를 증명, 유지해왔다. 2005년에 데뷔한 케이윌도 마찬가지다. 앨범을 발매하고 공연으로 팬들을 만난 뒤 또 다른 앨범을 준비했다. 그 패턴이 무너진 건 지난 팬데믹 시기였다. 모든 게 멈춘 그때 이후 쉬고 싶은 생각이 든 케이윌은 때마침 들어온 뮤지컬 출연 제의를 조심스레 받아들였고, 그 사이 싱글을 내며 음악 활동을 병행해볼까를 생각했다. 하지만 오랜만의 컴백인 만큼 싱글보단 앨범을 내보자고 한 소속사 측 의견에 그는 밀린 숙제를 한다는 마음으로, 비록 ‘미니’일지언정 여섯 곡이 담길 앨범 발매를 결정한다.

저 모든 과정을 헤쳐 나오는데 자그마치 6년이 걸렸다. 바야흐로 싱글과 쇼츠의 시대에, 그래서 사람들이 더는 앨범을 사지 않는 시대에 앨범을 낸다는 건 자칫 시대착오적인 것도 같았다. 때문에 케이윌이 자신에게 던진 질문은 어떤 앨범을 만들까라는 방법론적 차원보단, ‘어떻게’ 앨범을 만들 것이며 또 ‘왜’ 자신이 새 앨범을 내야 하는지를 어우른 보다 본질적인 방향으로 흘렀다. 6년은 그런 고민과 선택, 확신과 행동에 필요한 세월이었다.



사진=스타십엔터테인먼트사진=스타십엔터테인먼트
케이윌의 소속사는 그의 음악을 “친절한 대중음악” 또는 “담백함”으로 소개한다. 그만큼 그의 곡들이 듣기 편하고 내실 있다는 얘기겠다. 하지만 현실에서 케이윌의 음악 세계는 계속 발라드라는 말에 묶이고 있어 난감하다. 발라드란 문학의 장르이지 음악의 장르는 아닐뿐더러, 행여 케이윌이 저 장르 아닌 장르 개념에 묶여버리면 그가 가진 1백 곡 이상 카탈로그에서 절반 이상은 자신들이 속할 범주를 잃고 만다. 분명히 짚고 가지만 브라이언 맥나이트의 ‘One Last Cry’를 즐겨 불렀고, 어릴 땐 보이즈 투 멘 2집을 카세트테이프가 두 번 끊어질 때까지 들었다는 케이윌은 자타공인 한국을 대표하는 알앤비/솔 가수다. 실제 이번 신작 속 ‘식탁’이라는 노래에 “재즈 알앤비” 싱어송라이터 겸 프로듀서 다비&헤이즈가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한 것이나, 선우정아가 프로듀싱 한 ‘Lonely Together’에서 케이윌의 목소리에 “클래시컬한 솔(soul)”이 담겨 있는 모습은 모두 그의 가수로서 오랜 정체성을 드러내는 정황들이다.



케이윌은 이번 작품에서 그간 자신이 음악으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에 집중한 끝에 ‘관계’라는 키워드를 떠올렸다고 한다. 그리고 그 속에선 설렘, 행복, 불안, 이별, 안정이라는 감정의 편린이 지하철 순환선 마냥 돌고 돈다. 곡 ‘낡은 사랑’ 때부터 함께 작업해온 황찬희의 ‘말할게’와 이전부터 함께 해보자고 했던 것들을 반영한 뮤지와의 합작품 ‘나와 달리’가 그중 설렘과 행복을 표현했고, 습작만 여섯 개가 나왔을 정도로 풍성한 작업을 거친 ‘식탁’과 윤상/김이나가 가세한 타이틀곡 ‘내게 어울릴 이별 노래가 없어’, 감성과 개성을 모두 갖춘 선우정아와의 호흡은 나머지 불안과 이별을 그려낸다. 물론 제목에서 음악 스타일이 예감되는 마지막 ‘Easy Living’엔 그 모든 감정에 평화를 선물하는 안정을 담았다. 유행에 흔들리지 않고 트렌드 앞에 굳건한 케이윌의 단단한 오리지널리티는 이제 그 모든 트랙을 절절히 관통한다.

사진=스타십엔터테인먼트사진=스타십엔터테인먼트
그 중에서도 앨범을 대표하는 ‘내게 어울릴 이별 노래가 없어’는 데뷔 33년차 싱어송라이터의 음악을 데뷔 18년차 알앤비 가수가 부르고 있다는 점에서 좀 더 특별하다. “나에게 케이윌의 목소리는 그간 작업했던 그 누구보다 화려한 솔로 악기였다”고 말한 윤상과 “‘윤상’이라는 옷을 입어보고 싶은 마음”을 늘 간직해온 케이윌의 케미는, 창작자로서 겪어온 시기와 보컬리스트로서 관심을 둬온 장르 상 공통분모인 ‘90년대’ 감성을 마이너 곡 하나에 모조리 쓸어담으며 완성됐다. 또 하나 이 곡의 포인트는 뮤직비디오로, ‘이러지마 제발’의 프리퀄을 고민했다는 케이윌의 의지가 그 이후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쪽으로 향하며 거의 단편 드라마에 가까운 서사를 펼쳐냈다. 언뜻 주객이 전도된 듯도 한 양질의 비디오 안에서 펼치는 배우들의 열연(‘이러지마 제발’에 출연했던 서인국, 안재현이 다시 주연을 맡았다)은 그럼에도 노래와 긴밀히 엮이며 서로의 영역을 발전적으로 침해하고 있다.


음악을 듣는 사람은 물리적인 속성에서 벗어날 수 없음에도, 보이지 않고 잡히지 않는 음악은 자신의 본래 속성을 기술발전의 흐름에 맡긴 세상 속에 우린 살고 있다. 케이윌은 그런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앨범, 음원 시장 속에서 어쩌면 이번 EP가 마지막 피지컬 앨범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명작을 만들겠다’는 각오로 임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시종일관 열심히 해온 케이윌과 시작부터 지금까지를 회고하는 느낌을 동시에 담은 앨범 제목(All the Way)은 그 안에 담긴 음악을 더욱 스산한 곳으로 데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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