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의 시라카와 케이쇼(왼쪽)와 한두솔. /사진=김동윤 기자
다가온 이별의 시간에도 일본인 투수 시라카와 케이쇼(23·SSG 랜더스)의 입가에는 수줍은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시라카와는 지난달 22일 외복사근 부상으로 이탈한 로에니스 엘리아스(36)의 6주 공백을 대신할 선수로 SSG에 입단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올 시즌부터 6주 이상 치료가 필요한 외국인 선수가 재활 선수 명단에 복귀할 때까지 교체 횟수를 사용하지 않고 임시로 대체할 외국인 선수와 계약해 경기에 바로 투입할 수 있게 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1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을 시작으로 3경기에 등판한 시라카와는 이미 몸값을 충분히 다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데뷔전에서 5이닝 무실점으로 KBO 리그 첫 승을 거뒀고 지난 7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1⅓이닝 8실점(7자책)으로 크게 무너졌다. 그러나 13일 인천 KIA 타이거즈전에서 5이닝 1실점 피칭을 해 다시 한번 기대감을 심어줬다.
SSG의 시라카와 케이쇼(왼쪽)와 한두솔. /사진=김동윤 기자
아직 한국말은 "안녕하세요"와 자신의 별명인 "감자"밖에 모르는 시라카와에게 일본 사회인 야구 리그 경험이 있어 일본어에 능숙한 한두솔(27)은 절친이다. 한두솔도 일본 시절 오전에 야구, 오후에는 일본어 공부와 알바를 통해 1년간 치열하게 일본어를 익힌 경험이 있기 때문에 시라카와의 한국 적응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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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서서히 SSG 동료들에게도 정을 붙이고 있다. SSG 동료들은 스스럼없이 아는 일본어를 사용해 시라카와와 함께 밥 먹으러 가자고 하는가 하면, 김광현(36)은 부산 등판 전 시라카와에게 몇십만원어치의 고기를 샀다.
주장 추신수(42)는 부산 롯데전에서 무너진 시라카와에게 힘이 되는 조언으로 마음에 남았다. 시라카와는 "추신수 선수가 말씀하신 내용을 계속 머릿속에 상기하면서 멘털을 잡고 볼을 더 정확히 던지려 노력한 것 같다"며 "가장 기억에 남는 조언은 '케이쇼가 해왔던 것 중 틀린 건 없으니 자신감을 갖고 던지라'는 말이었다. 그 말을 계속 떠올리기 위해 내 모자에 믿을 신(信)을 써놓고 지금도 보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SSG의 시라카와 케이쇼가 2일 고척 키움전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SSG 이숭용 감독도 "복귀 후 첫 피칭치곤 나쁘지 않다. 26일 강화 상무전에서 4이닝을 던지는 걸 확인하고 판단하려 한다"며 "엘리아스가 돌아왔다는 것 자체가 긍정적이다. 돌아오면 후반기부터는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한다. 해줘야 할 역할이 많다"고 기대했다.
대체 외국인 선수 규정에 따르면 기존 외국인 선수가 복귀할 시 대체 외국인 선수는 다른 외국인 선수로 교체하거나, 웨이버로 계약을 해지해야 한다. 따라서 SSG가 엘리아스의 복귀를 선택할 경우 시라카와에게는 21일 인천 NC 다이노스전을 포함해 최대 한 번의 등판 정도만이 남아 있다.
SSG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감독은 "엘리아스가 전반기에 돌아올지는 뭐라고 확답을 못 하겠다. 좋은 퍼포먼스가 나오면 아마도 가능하겠지만, 시라카와도 봐야 한다. 시라카와도 앞으로 한두 번 정도 등판할 텐데 정말 잘 던지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어느 쪽이든 여지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일본에서 온 시골 청년은 데뷔전 때와 마음가짐이 달라진 것이 없었다. 시라카와는 "남은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걸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 어떻게든 팀이 승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진심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