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자율배상 속도…연내 매듭 짓는다

머니투데이 이창섭 기자, 권화순 기자 2024.06.21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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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H지수 ELS 판매 현황 및 5대 시중은행별 H지수 판매액/그래픽=김지영홍콩 H지수 ELS 판매 현황 및 5대 시중은행별 H지수 판매액/그래픽=김지영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이하 홍콩ELS) 투자손실의 자율배상 절차가 연내 마무리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은행권이 전산시스템을 갖추고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자율배상에 속도가 붙었기 때문이다. 투자자 수용률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금융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이달 말까지 5대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홍콩ELS 자율배상 합의건수는 약 2만1400건에 이를 전망이다.

이달 초 5대은행의 자율배상은 5300여건으로 알려졌다.



한 달도 되지 않아 합의건수가 4배까지 늘어나는 등 최근 합의절차가 원활히 이뤄진다.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분쟁조정위원회를 열어 공개한 홍콩ELS 분쟁조정 5건의 대표사례 투자자들도 자율배상안을 수용한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분쟁조정도 일단락됐다. 당시 배상비율은 30~65%였다.

홍콩ELS 대표사례 분쟁조정을 끝낸 금감원은 현재 판매사 자율배상 절차를 지원한다. 은행과 투자자가 자율배상에 합의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자율배상 현황의 구체적 데이터를 공개할 순 없지만 현재까지 큰 무리 없이 진행된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도 "투자자들의 자율배상 동의율이 생각보다 높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금융권에선 현재 속도로 보면 오는 9월 국정감사까지 자율배상 합의가 상당수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전액 배상을 요구하는 일부 투자자를 제외하면 올해 안에는 대부분 ELS계좌에서 자율배상 절차가 마무리될 수도 있다.


2020년 DLF(파생결합펀드) 대규모 손실사태에선 분쟁조정 대표사례 발표 이후 자율배상이 완료되기까지 약 1년이 걸렸다. DLF 사태에서 손실이 확정된 투자자 수는 2710명이다. 홍콩ELS는 판매계좌 수가 39만좌에 달하는 등 그때보다 합의해야 하는 투자자가 훨씬 많다. 하지만 은행이 전산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자율배상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합의속도가 빠르다. 자율배상은 소비자 신뢰회복 차원이기도 하지만 과징금 등 제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은행은 서두른다.

또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율배상을 위한 전산화 작업이 완료되면 이후부턴 매우 빠르게 합의가 진행될 것"이라며 "배상위원회가 한번 열리면 몇 명 또는 몇십 명 단위로만 배상절차가 이뤄지는데 전산화 프로그램을 통하면 한 번에 100명, 1000명 단위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홍콩ELS 대규모 손실사태 이후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판매에 관한 종합적인 제도개선을 마련 중이다. 영업점 판매행태, 소비자 행동패턴 등을 입체적으로 고려해 재발방지에 초점을 둔다는 게 이 원장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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