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22병 먹이고 "수영해"…기초수급자 죽게 한 40대, 징역 8년

머니투데이 류원혜 기자 2024.06.20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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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가 무릎 꿇고 A씨에게 술을 따르는 모습./사진=뉴스1(창원해경 제공)B씨가 무릎 꿇고 A씨에게 술을 따르는 모습./사진=뉴스1(창원해경 제공)


조직폭력배 행세를 하며 기초생활수급자들을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 해 돈을 빼앗고 가혹 행위를 한 40대 남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창원지법 통영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김영석)는 과실치사, 공갈,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0월 11일 오후 2시10분쯤 경남 거제시 한 수변공원에서 기초생활수급자인 B씨(50대)에게 바다에 뛰어들어 수영하라고 강요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단순 익사 사건으로 종결될 뻔했던 일은 경찰 수사로 전말이 밝혀졌다. A씨는 몇 년 전 고시원에서 만난 B씨에게 자신이 과거 조직폭력배였다고 속이며 폭행을 일삼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또 B씨가 기초생활수급비로 받은 돈과 간간이 일용직으로 번 돈까지 총 1700여만원을 뜯어냈다. B씨가 잠을 자지 못하게 하고, 다른 기초생활수급자인 C씨와 실신할 때까지 싸움시키기도 했다.

A씨는 범행을 숨기기 위해 피해자들의 휴대전화를 수시로 확인하고 일상을 보고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B씨와 C씨는 A씨로부터 심리적 지배를 당해 쉽게 도망가지 못했다. 사건 당일에도 이들은 A씨가 "둘이 수영하라"고 하자 술 취한 상태에서 바다에 뛰어들었고, 파도에 휩쓸린 B씨는 결국 사망했다. 사망 전날부터 당일까지 피해자들이 마신 술은 소주 22병에 달했다.
지난해 10월 11일 경남 거제시 한 수변공원에서 B씨가 바다에 입수하기 위해 난간을 넘고 있다./사진=뉴스1(창원해경 제공)지난해 10월 11일 경남 거제시 한 수변공원에서 B씨가 바다에 입수하기 위해 난간을 넘고 있다./사진=뉴스1(창원해경 제공)
A씨는 피해자들이 같이 사는 가족이 없고, 사회적 유대가 약해 정신적으로 취약하다는 점을 이용해 2018년부터 심리적으로 지배하며 폭력을 휘두른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피해자들이 자신의 지시를 따르지 않거나 기분을 상하게 했다는 이유로 주먹이나 발로 무차별 폭행했다. 모텔 객실에 투숙해 술을 마시는 날에는 피해자들에게 속옷 차림으로 무릎을 꿇게 한 뒤 술을 마시게 하고, 자신의 허락을 맡아 화장실을 가도록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오랜 기간 피해자들을 지배 및 억압하면서 적지 않은 돈을 갈취하고, 여러 차례 감금해 가혹한 행위를 하면서 상해를 입혔다"며 "의무 없는 일들을 강요했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를 바다에 들어가게 한 뒤 익사에 이르게 해 죄질이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도 피고인은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는 점과 별다른 피해 복구 조치를 하지 않은 점, C씨가 처벌을 원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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