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배터리-에너지' 총괄, '그립' 강해지는 최재원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2024.06.20 16:53
글자크기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본인의 자리를 찾아간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SK온에서 SK이노베이션으로 적을 옮긴 것을 두고 SK그룹 안팎에서 나오던 말이다. 최태원 회장의 동생이자, 그룹 내 전문 경영인으로 위상이 높은 최 수석부회장이 SK온에서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으로 자리를 옮겨 보다 '큰 그림'을 그리는 게 자연스러워 보인다는 평가였다.

일각에서는 그가 SK그룹의 주요 미래 먹거리 사업인 배터리를 담당하는 SK온을 떠난다는 점에 주목하고, 권한이 예전만 못하다는 언급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수석부회장 직을 겸임하는 상황을 볼 때, 그룹의 그린·에너지 사업을 사실상 총괄하는 위치로 올라간 것이란 시각이 더 강했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그룹의 주요 캐시카우인 정유와 가스 사업을 하면서 배터리·수소 등 미래 사업을 키운다는 점에 공통점이 있어, 시너지를 내는 게 과제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가 합병을 검토하는 상황에서 최 수석부회장의 역할론에 보다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회사의 결합으로 100조원 규모의 메가 에너지 기업이 탄생할 경우 최 수석부회장의 '그립'이 보다 강화될 게 자명하다. 실제 그가 SK이노베이션과 SK E&S 수석부회장 직을 겸임하기 시작한 이후 양사 합병설이 보다 비중있게 거론되기도 했다.

격상된 위치로 갔지만 배터리 사업과 관련한 역할 역시 꾸준히 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10년대들어 그룹의 대표적인 배터리 전문가로 활약해왔다. 전기차 시장이 개화하기 전부터 "배터리 사업은 SK가 글로벌 시장을 상대로 강력하게 육성할 미래 비전"이라고 강조했다. 연구개발 담당 임직원들에게 "반드시 배터리 사업에서 세계 1등이 돼야 한다"는 취지의 자필 편지를 보낸 건 유명한 일화다. 지난 4월 SK온 타운홀미팅에서는 "전동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자, 정해진 미래"라며 "SK온은 그 시기를 이겨내고 성공하는 극소수 기업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라스베이거스(미국)=뉴스1) 이재명 기자 =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이 10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정보기술) 전시회 'CES 2024'에 마련된 파나소닉 전시관을 찾아 설명을 듣고 있다. 2024.1.1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라스베이거스(미국)=뉴스1) 이재명 기자(라스베이거스(미국)=뉴스1) 이재명 기자 =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이 10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정보기술) 전시회 'CES 2024'에 마련된 파나소닉 전시관을 찾아 설명을 듣고 있다. 2024.1.1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라스베이거스(미국)=뉴스1) 이재명 기자
지난 11일 SK그룹과 중국 지리그룹의 '전략적 사업 협력을 위한 협약' 체결에도 최 수석부회장의 막후 역할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이 보유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SK온과 지리그룹 산하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 간 동맹을 강화하려는 시도로 배터리 업계는 보고 있다.



또 최근 브라이언 켐프 미국 조지아 주지사가 한국을 찾았을 때도 주요 임원진들과 함께 만남의 시간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SK온은 조지아에 22GWh(기가와트시) 규모의 생산라인을 확보하고 있다. 현대차그룹과의 35GWh 규모의 합작공장 역시 2025년 조지아에서 가동할 예정이다. 최 수석부회장이 SK온의 북미 배터리 전진기지가 위치한 곳의 주지사와 아웃리치 활동을 하며, 협력 의지를 다진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SK그룹의 현 상황을 고려했을 때 에너지·그린 사업을 총괄하는 위치에 있는 최 수석부회장이 배터리 사업의 정상화를 가장 먼저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자신의 '큰 그림'을 리밸런싱뿐만 아니라 사업 전반에 걸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