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SK E&S 합병 효과/그래픽=이지혜
20일 재계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SK온의 총차입금 규모는 2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3년간 4배 이상 불어난 규모다. 이에 따른 금융비용도 고금리와 맞물려 급격히 올라갔다. 2021년 200억원대 였던 금융비용은 지난해 5000억원 수준으로 약 20배 급증했다. 올해 1분기 금융비용도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2배 가량 불어났다.
이 같은 SK온의 위기를 막아줄 안전판은 현재로선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이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 역시 장기 부진에 빠진 SK온 지원 탓에 기초 체력이 바닥났다. 올해 1분기 SK이노베이션의 부채는 약 55조원으로 3년 새 두 배 이상 불어났다. 국제신용평가사 S&P는 올들어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을 기존 BBB-(부정적)에서 BB+(안정적)로 내렸다. 사실상 투기등급으로 분류한 셈이다.
SK E&S 영업이익 추이/그래픽=윤선정
SK E&S는 매년 조단위 영업이익을 내는 그룹의 알짜 계열사다. 올해 1분기 기준 3조원 이상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중이다. 현금성 자산은 5년간 2배 넘게 불어난 상태다. 이 기간 동안 현금성 자산의 규모가 단기차입금을 꾸준히 넘어설 만큼 유동성 상황이 건전하다. 그래서 SK E&S는 SK이노베이션과 합병할 경우, SK온에서 촉발된 위기를 버텨낼 체력을 가장 확실히 끌어올릴 수 있는 계열사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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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회가 합병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그룹 에너지 사업 전반을 보다 종합적이고 효율적으로 추진할 조직 기반도 갖출 수 있게 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LNG(액화천연가스) 발전과 수소, 풍력 사업을 담당한 SK E&S가 정유, 석유화학, 배터리 등을 총괄하는 SK이노베이션과 합치면 명실상부한 종합 에너지 기업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그룹이 양사 합병 검토를 공식화한 만큼, 앞으로 관건은 자산 규모 100조원이 넘는 통합 '초대형 방파제'가 실제로 탄생할 지 여부다. 이를 위해선 넘어야 할 허들도 있다. 합병을 위해선 양사 이사회와 임시주주총회 승인이 필요하며, 두 회사를 자회사로 둔 그룹 지주사 SK㈜의 주주 분위기도 살펴야 한다. 양사 합병 비율에 따라 이와 관련한 변수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 현실화 여부와 함께 220개에 육박하는 그룹 계열사 군살 빼기가 어느 수준까지 진행될지도 관건"이라며 "특히 그룹 캐시카우 SK하이닉스를 품은 중간지주사 SK스퀘어 산하 회사들의 향배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