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품에 안긴 서린상사…고려아연-영풍 '75년 동업' 끝나나

머니투데이 이세연 기자 2024.06.20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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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9인 중 8인 고려아연 측 인사
양사 결별 속도 빨라질 전망

서린상사 새로운 지배구조 /디자인=김다나 기자서린상사 새로운 지배구조 /디자인=김다나 기자


고려아연이 서린상사의 경영권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고려아연이 서린상사의 경영 정상화에 드라이브를 거는 가운데, 영풍은 자체적으로 상사를 꾸리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양사의 75년 동업관계에 마침표가 찍힐지 주목된다.

서린상사는 20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백순흠 고려아연 부사장, 최민석 스틸싸이클 사장, 김영규 고려아연 상무이사, 이수환 고려아연 본부장 등 4인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했다고 밝혔다. 또 이날 임기가 만료한 최창근 고려아연 명예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했다. 이를 통해 이사회 내 고려아연 측 인물은 기존 4명에 더해 총 8명으로 늘어났다.



고려아연은 '9인 체제' 서린상사 이사회 중 8인을 자사 측 인사로 채우며 경영권을 장악했다. 이사회 내 영풍 인사로는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이 홀로 남았다. 애초 고려아연 측 4명과 영풍 측 3명으로 구성됐던 이사회는 8대 1구도가 됐다. 영풍 측 인사로 알려진 류해평 서린상사 대표도 지난달 말 사임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려아연은 주총을 계기로 경영권을 확보한만큼 본격적인 경영 안정화에 나서겠단 계획이다. 백순흠 신임 대표이사는 서린상사 인사와 조직개편을 맡는다. 고려아연 부사장으로 인사와 조직관리에 정통한 인물이다. 고려아연에서 인사 담당 임원을 거쳐 지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장을 역임한 바 있다.



김재선 사장은 영업 정상화를 책임진다. 김 사장은 이날 임시주총 이후 열린 이사회에서 부문 사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고려아연 내 비철금속 해외 영업 전문가로 서린상사 설립자인 최창걸 명예회장의 최측근이다. 지난 2012년부터 2020년까지 대표이사로 서린상사를 이끌어 온 인물인 만큼 업계에서는 '고려아연 DNA'와 함께 서린상사의 창립 정신을 되살릴 적임자로 꼽힌다.

서린상사는 이날 이사회에서 본점 이전 승인의 건도 의결했다. 고려아연과 함께 본사를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빌딩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서린상사가 앞으로 수출 등 핵심 역량을 더욱 강화할 수 있도록 협업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사간 경영권 분쟁은 일단락됐지만, 75년간 이어온 '한지붕 두 가족'의 동업관계의 끝이 다가왔단 해석이 나온다.


서린상사는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이 비철금속의 수출을 전문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지난 1984년 설립한 기업이다. 고려아연 측의 지분율이 66.7%로 최대주주지만, 지분율 33% 수준인 영풍 장씨 일가가 경영을 맡아오며 양사 간 우호 관계를 상징했다. 하지만 영풍 일가와 고려아연 최씨 일가의 관계가 틀어지면서 고려아연이 서린상사 경영권을 가지려고 시도해왔다.

영풍은 최근 신설 상사 법인을 꾸리고 있다. 장 대표의 사임에 이어 서린상사 인력 6명도 최근 퇴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안팎에선 이들이 영풍이 새로 설립할 상사로 옮겨 갈 것으로 관측한다. 영풍은 그간 서린상사가 담당하던 '해외영업 관리부문' 인력을 채용에 나서기도 했다. 영풍이 당분간은 서린상사를 통해 사업을 이어가겠지만, 지속적이진 않을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서린상사는 애초 영풍 측의 장세환 대표와 함께 공동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영풍의 움직임에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서린상사는 재무와 조직, 해외영업 등 전문성에 기반한 경영 체제를 구축하게 됐다"며 "서린상사 경영 안정화와 함께 사업 실적을 조속히 회복하고, 비철금속 수출 기업으로서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영풍 관계자는 "현재로선 별도 상사 법인을 설립할 계획은 없다"며 "당분간 서린상사를 통해 사업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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