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도 안 하는데, 굳이"…삼성·LG가 마이크로LED 늦추는 이유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2024.06.21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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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이지혜 디자인기자/그래픽 = 이지혜 디자인기자


국내 양대 디스플레이 업체가 마이크로 LED 사업 속도조절에 나선다. 높은 생산원가와 부진한 수요, 경쟁 과열로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지면서 신중하게 양산에 돌입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는 최근 마이크로LED 사업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기술 확보를 위한 관련 연구개발(R&D)은 지속하지만, 사업 확대 시점은 업황에 따라 판단하겠다는 내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도 마이크로LED 관련 태스크포스(TF) 인력 감축에 돌입하고, 다양한 인력 재배치 방안을 논의 중이다.



양사의 결정에는 마이크로LED의 시장성이 예상보다 낮다는 판단이 반영됐다. 최대 고객사로 지목됐던 애플이 올해 초 오스트리아 업체 오스람과의 '마이크로LED 애플워치'(가칭) 프로젝트 협업을 취소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애플은 마이크로LED의 성능은 입증됐지만, 지나치게 비싼 원가와 낮은 수요 문제 등으로 수익성이 낮다고 보고 개발팀을 해산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크로LED의 사용처가 대부분 TV로 한정돼 있다는 점도 투자를 어렵게 한다. 모니터나 스마트워치, 스마트폰 등 주요 IT 디바이스 중 마이크로LED가 적용되는 기기는 아직 거의 없다.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로LED 디바이스의 글로벌 연간 판매량은 1000대~2000대 수준으로, LCD TV(2억대)는 물론 OLED TV(800만대)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공정 비용도 문제다.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LED가 스스로 빛을 내는 디스플레이인 마이크로LED 생산 공정은 기판에 일일이 LED를 옮겨붙이는 '전사 기술'이 필요한데, 수율이 낮고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섣불리 공정을 확대하기 쉽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LCD는 물론 OLED와 비교해도 마이크로LED의 생산비용이 훨씬 더 높다"라며 "확실한 고객사가 생기기 전에는 양산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 업체가 패널 가격을 낮춰 시장점유율을 올리는 '저가 러쉬'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저렴한 인건비와 많은 팹(공장)을 갖춘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은 수율·기술 수준이 낮아도 전체 생산량을 늘리는 방법으로 단가를 낮출 수 있다. BOE는 연간 6만장 가량의 마이크로LED 웨이퍼가 생산되는 광둥 팹을 짓고 있으며, CSOT는 마이크로 LED 출하량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일본 소니나 대만 AUO, 프랑스 알레디아도 마이크로LED 적용 제품군을 지속 확대하는 추세다. 시장 규모는 작은데 경쟁사는 계속 늘어나는 셈이다. 시장조사업체 모더인텔리전스는 글로벌 마이크로LED 시장 규모를 올해 약 1조원 정도로 예측하며 "매우 경쟁적인 시장"이라고 분석했다.


디스플레이업계 고위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가 마이크로LED 사업에 유보적인 것은 아직 수익을 거두기 어렵다는 판단"이라며 "웨어러블(착용 가능한) 기기나 VR(가상현실) 디바이스 등 마이크로LED에 적합한 제품의 수요가 증가할 때 투자를 늘려도 늦지 않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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