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받은 집에 가압류가" 강남 공사비 갈등에 경매 내몰린 집주인

머니투데이 김효정 기자, 정경훈 기자 2024.06.20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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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 청담동 대치르엘 아파트. /사진=김아연 PD강남구 청담동 대치르엘 아파트. /사진=김아연 PD


공사비 갈등을 겪고 있는 강남의 한 아파트가 집주인 모르게 가압류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조합이 공사비 채무를 이행하지 못해 벌어진 일인데 이로 인해 2년 넘게 거주하고 있는 일반분양자 집이 경매로 넘어갈 위기에 처했다.

2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2021년 준공된 강남구 대치동 '대치르엘'은 시공사 롯데건설과 공사대금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시공사가 청구한 85억원 상당의 추가 공사비를 조합이 지급하지 않아서다.



대치구마을 2지구를 재건축한 대치르엘은 지하 3층~지하 15층 6개 동, 총 273세대 규모 아파트다. 입지가 좋아 2019년 11월 일반분양 당시 최고 경쟁률이 461대1까지 올라갔다. 50대 A씨 부부는 그해 가장 높은 경쟁률을 뚫고 청약에 당첨돼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하지만 2021년 9월 입주를 시작한 후 공사비 문제로 2년 가까이 이전고시 절차를 마치지 못했다. 이전고시는 재건 사업으로 조성된 대지·건축물의 소유권을 수분양자들에게 이전할 것을 알리는 절차다. 대치르엘은 2023년 6월에야 이전고시가 확정돼 입주자 개별 등기 및 소유권 이전 등기가 가능해졌다.



조합은 이전고시 확정 전인 2023년 4월 보류지 2채를 매각했는데 조합으로부터 추가 공사비를 받지 못한 시공사 측은 같은 해 7월 해당 보류지에 대해 가압류를 설정했다. 이전고시 후 가압류 사실을 알게 된 된 보류지 매수자는 당시 소유권이전등기 전이던 일반분양 아파트 3채를 가압류했다. 그중 한 채가 A씨 부부 집이었던 것.

A씨에 따르면 조합은 이전고시 확정 후인 2023년 8월까지 일반분양자들에게 소유권이전등기서류를 넘겨주지 않았다. 실거주 목적으로 아파트를 분양받은 A씨 부부는 2021년 말 분양대금을 완납하고 미등기 상태로 계속 아파트에 거주했다. 지난해 9월 조합으로부터 서류를 넘겨받고 나서야 가압류 사실을 알게 됐다.

조합은 롯데건설과의 소송 결과에 따라 공사비를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 시공사 역시 도급계약서상 받아야 할 공사비를 못 받았기 때문에 소송이 끝날 때까지 가압류를 해제할 이유가 없다.


문제는 조합과 보류지 매수자 간 소송이다. A씨 집을 가압류한 보류지 매수자는 조합을 상대로 매매계약 해제 및 대금 반환소송을 진행 중이다. 조합이 소송에서 질 경우 가압류된 A씨 집은 경매에 넘어가게 된다. 일반분양 아파트인 A씨 집이 조합 채무를 갚는 데 쓰이는 것이다.

A씨는 "일반분양을 받아 분양대금을 완납하고 입주한 아파트를 조합 채무 때문에 잃게 된다면 앞으로 누가 일반분양을 받을 수 있겠느냐"며 "조합 채무에 대해서는 조합이 책임을 져야지 이를 일반분양자에게 떠넘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매 후 A씨 부부가 조합을 상대로 분양대금 반환 및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할 수 있지만 거주하던 집은 잃는다. A씨가 경매에 넘어간 집을 낙찰받는 방법도 있지만 이미 분양대금과 필요한 세금 등을 다 낸 상태에서 이중으로 손해를 보는 상황이 된다.

A씨 소송대리인은 "조합이 총회를 열고 보류지에 가압류된 금액만 추가 출자해 공탁하면 가압류를 말소할 수 있고 이후 시공사와의 소송 결과에 따라 추가공사비가 감액되면 그 금액만큼 안분해 환급하면 된다"며 "조합은 이미 분양이 모두 끝나고 입주시기도 2년이나 지나다보니 추가 출자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걸로 보이는데 수십억대의 가압류가 걸린 보류지 매수인과 일반분양자들만 고통받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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