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韓 수소 최전방 제주도…직접 만든 수소로 버스 달린다

머니투데이 제주=최민경 기자 2024.06.2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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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구좌읍 행원리에 위치한 행원풍력발전단지에 조성된 3.3㎿(메가와트)급 그린수소 실증단지/사진=최민경 기자제주 구좌읍 행원리에 위치한 행원풍력발전단지에 조성된 3.3㎿(메가와트)급 그린수소 실증단지/사진=최민경 기자


"제주도는 그린수소 생산 실증과제에 그치지 않고 국내 최초로 수소를 상용화했습니다. 과제의 진행과 맞물려 국내 최초로 수소버스를 도입했고 제주 함덕리와 한라수목원을 오가는 정규 노선을 운영 중입니다. 올해 중에 제주 시내를 달리는 수소버스를 20대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고윤성 제주도청 미래성장과장)

국내 최초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그린수소 생산, 그린수소 상용화 타이틀을 움켜쥔 곳은 제주도다. '탄소없는 섬'(CFI·Carbon Free Island)을 표방하는 지역인 만큼 '그린수소'에도 진심이다.



제주도는 넘치는 태양광·풍력 에너지를 그린수소로 바꿔 재생에너지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하고 교통, 주택단지, 일상생활 등 전 영역에 그린수소를 사용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제주 구좌읍 행원리에 위치한 행원풍력발전단지에 조성된 3.3㎿(메가와트)급 그린수소 생산시설은 그 첫 걸음이 시작된 곳이다. 지난 19일 찾은 국내 최초 그린수소 실증단지에선 국내 최전방 수소 공급기지로 거듭나고자 하는 제주도의 야심을 엿볼 수 있었다.
제주 행원 그린수소 실증단지에 튜브트레일러 2대가 있는 모습/사진=최민경 기자제주 행원 그린수소 실증단지에 튜브트레일러 2대가 있는 모습/사진=최민경 기자
4878㎡ 규모로 조성된 실증단지에 맨 처음 들어서면 쉴새없이 돌아가는 풍력발전기를 배경으로 수소를 뜻하는 'H2' 글자가 크게 써진 콘크리트벽이 눈에 띈다. 그린수소 생산 과정에서 압력을 일정하게 유지시켜주는 버퍼탱크와 압축기가 있는 공간이다. 그 옆으론 압축한 수소를 충전소 등으로 옮길 수 있는 튜브트레일러 2대를 볼 수 있었다.



그린수소를 만드는 핵심은 수전해 설비다. 풍력발전단지에서 끌어온 전기로 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리하는 장치다. 실증단지는 총 4기의 수전해 설비를 갖췄다. 국내에서 개발된 알카라인(Alkaline) 방식 수전해 설비 2기와 펨(PEM) 설비 1기, 해외에서 개발된 펨 설비 1기다. 이외에도 교류에서 직류로 전력을 변환하는 전력변환장치(PCS)와 초순수 물을 제조하는 정제 설비 등이 구축됐다.
제주 행원 그린수소 실증단지의 수전해 설비. 위는 PEM 수전해설비, 아래는 알카라인 수전해설비/사진=최민경 기자제주 행원 그린수소 실증단지의 수전해 설비. 위는 PEM 수전해설비, 아래는 알카라인 수전해설비/사진=최민경 기자
3.3㎿ 규모 실증단지에선 순도 99.99% 이상인 고순도 그린수소를 하루 최대 1t(톤) 생산할 수 있다. 실증단지는 지난해 9월부터 그린수소를 생산해 실제 수소버스에 공급하고 있다. 제주도는 현재 준공영 수소버스 5대를 운영 중이지만 이달 말까지 9대로 늘린다. 하반기엔 11대를 추가해 연내 20대를 운영할 계획이다.

고윤성 제주도청 미래성장과장은 "내년까지 수소버스 예산을 확보해뒀다"며 "함덕수소충전소를 기점으로 시내권을 달리는 수소버스가 내년엔 30~40대까지 확대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제주도 함덕 그린수소충전소/사진=최민경 기자제주도 함덕 그린수소충전소/사진=최민경 기자
실증단지에서 180bar(바) 수준의 고압으로 압축된 그린수소는 튜브트레일러 차량을 통해 함덕리의 수소충전소로 가게 된다. 총 4대의 트레일러가 수시로 운행하며 수소를 공급한다. 함덕 그린수소충전소는 한 시간에 수소버스(25kg) 4대, 수소승용차(5kg) 20대를 충전할 수 있는 규모다. 제주도가 시범 운행 중인 수소버스와 일반 수소차량 등은 이곳에서 수소를 충전할 수 있다.

충전시간은 1kg당 약 1분 소요된다. 가격은 현재 시범 운영 중으로 별도의 충전 단가가 책정돼 있지 않지만 실증 기간이 끝나는 9월 이후 경제성 분석을 통해 해구체적인 가격을 결정할 예정이다. 현정헌 함덕 그린수소충전소 소장은 "아직은 데이터를 쌓고 있는 단계이기 때문에 판매 가격을 정하지 못했다"며 "민간에서 쓰는 수소차 넥쏘 등도 실증 기간 동안 무료로 충전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가 이처럼 생산·운송·활용을 아우르는 그린수소 전(全)주기 생태계를 구축하기까지 쉽지만은 않았다는 후문이다. 수소가 위험하다는 주민들의 인식 때문이다. 행원 실증단지는 인근 광어 양식장에서 우려를 제기했지만 지속적인 협의와 두꺼운 방호벽 설치로 설득에 성공했다.

현 소장은 "함덕 그린수소충전소도 처음엔 지역주민 사이에서 수소폭탄에 대한 인식과 안전에 대한 의문으로 반대가 심했다"며 "충전소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주민 설명회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설득해 건설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정헌 함덕 그린수소충전소 소장이 수소버스를 충전하고 있다./사진=최민경 기자현정헌 함덕 그린수소충전소 소장이 수소버스를 충전하고 있다./사진=최민경 기자
제주도는 3.3㎿급 그린수소 생산시설을 구축한 경험을 토대로 12.5㎿급 그린수소 생산시설 구축에도 나선다. 현재 인허가절차를 이행 중이며 사업기간은 2026년 3월까지다. 연간 1195톤의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2025년부터 2030년까진 30㎿급 대규모 그린수소 생산시설을 구축한다. 연간 3823톤의 그린수소 생산이 목표다. 이에 맞춰 2030년까지 수소버스를 300대 이상 확대하고 수소 청소차 200대를 도입한다.



아울러 그린수소 활용처를 공동주택지구 등 생활권까지 확대한다. 2030년까지 제주도 화곡2지구에 2500세대 공동주택단지를 건설할 예정인데 이 단지의 에너지원도 그린수소로 공급할 계획이다. 수소연료전지를 통해 공공주택에 열과 전기를 공급한다.

고 과장은 "제주도는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를 수소 전소 발전으로 전환한다는 계획도 이미 마련했다"며 "2035년 탄소중립을 전환을 위해 7GW(기가와트) 이상의 재생에너지를 통해 6만 톤 이상의 수소를 생산하면 발전소 전환뿐만 아니라 모빌리티 등 다양한 분야까지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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