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제대로 보여줬다"…글로벌 무대서 저력 과시한 K-바이오

머니투데이 홍효진 기자 2024.06.2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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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K-바이오, 글로벌 시장 중심으로②

편집자주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이 잇따른다. 특히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을 직접 공략하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 연간 매출액 1조원을 넘는 토종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등장도 눈앞이다. 지금은 K-바이오가 글로벌 시장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이동하는 중요한 시기다. K-바이오가 글로벌 시장에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전략을 고민할 때다.

지난 3~6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 '2024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 USA) 현장. 삼성바이오로직스 부스가 전시장 입구 옆을 차지하고 있다. /사진=홍효진 기자지난 3~6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 '2024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 USA) 현장. 삼성바이오로직스 부스가 전시장 입구 옆을 차지하고 있다. /사진=홍효진 기자


'아웃사이더'였던 K-바이오가 메이저 반열에 오른 건 비교적 최근이다. 불과 2~3년 전인 코로나19(COVID-19) 팬데믹(대유행) 기간 국내 방역시스템이 주목받으면서 K-바이오는 뜻밖의 도약 기회를 얻었다. '스피드 경영'을 내세운 한국 기업은 신약 개발부터 CDMO(위탁개발생산)까지 공격적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 글로벌 변방에서 중심으로 떠오르며 입지 굳히기에 나섰다.

입구 옆 '명당' 차지, 4000명 몰린 삼바…입지 굳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천 송도 1~5공장 생산능력. /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삼성바이오로직스 인천 송도 1~5공장 생산능력. /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


한국 기업의 강점은 '속도'와 '품질'이다. 특히 미국의 생물보안법 추진으로 '바이오 안보'가 떠오르면서 국내 대표 바이오 CDMO 기업 삼성바이오로직스 (810,000원 0.00%)의 존재감이 더 돋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1분기 기준 시가총액 글로벌 상위 20위 제약사 중 16곳을 고객으로 확보했다. 지난해 12월 말까지 14곳이던 빅파마(대형 제약사) 고객이 올해 2곳 더 늘었다.

전략은 '초격차'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1년 설립 초부터 대규모 투자로 생산시설을 확충, 경쟁사와 거리를 좁혔다. 인천 송도 제2바이오캠퍼스 5공장 설립이 내년 4월 완공되면 세계 최대 규모인 총 78만4000ℓ(리터)의 생산능력을 확보한다. 6~8공장 및 제3바이오캠퍼스 설립도 계획 중으로, 2032년까지 총 생산능력 132만4000ℓ 확보가 목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고객사 측에서 계약 제품 및 기존 계약 물량 생산 규모 확대를 요청하는 등 파트너십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3~6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 '2024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 USA)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부스에 해외 업계 관계자들이 방문한 모습. /사진=홍효진 기자지난 3~6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 '2024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 USA)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부스에 해외 업계 관계자들이 방문한 모습. /사진=홍효진 기자
이달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2024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 USA)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작년에 이어 전시장 입구 옆 명당에 국내 개별 기업 중 가장 큰 42평(139㎡) 크기의 부스를 마련했다. 부스 방문객 수는 총 4000여명, 지난해(약 3000명) 대비 1000명가량 더 늘었다. 해외 업계 관계자들은 "메인 위치에 부스가 있어 바로 알아봤다" "생물보안법 이후 부스가 더 북적인다" 등 반응을 보였다.

수주 성과도 압도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박스터 헬스케어와 맺은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계약 규모를 기존 168억원에서 2509억원으로 키우는 변경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포함 회사는 올해 5건의 계약을 따내며 수주액이 1조원을 넘었다. 바이오 USA에서도 90건의 파트너링 미팅이 이뤄져 향후 고객사 확대가 기대된다. 회사 관계자는 "기술이전 기간을 업계 평균 절반 수준인 3개월로 단축, 긴급 물량이 필요해도 생산 일정을 준수해 고객 만족도가 높다"며 "생산능력 및 ADC(항체-약물접합체) 등 포트폴리오 확대, 글로벌 거점 확대의 3대 축 확장 전략을 중심으로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고 자신했다.


"한국 사람 이렇게 많은 건 처음"…저력 과시한 'K-바이오'
지난 3~6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 '2024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 USA) 현장의 셀트리온 부스. /사진제공=셀트리온지난 3~6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 '2024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 USA) 현장의 셀트리온 부스. /사진제공=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외에도 국내 기업의 활약상이 두드러졌다. 셀트리온 (181,800원 ▼2,700 -1.46%)도 바이오 USA 행사장에 42평 크기의 부스를 설치, 작년(28평) 대비 1.5배 몸집을 키웠다. 행사 기간 1600명이 넘는 업계 관계자가 방문, 전년 대비 2배 이상의 방문객 수를 기록했다. 올해 처음 부스를 차린 SK바이오팜 (77,500원 ▼900 -1.15%)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장녀인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상무)이 행사에 참석, 약 50~70건의 비즈니스 미팅에 직접 참여하며 홍보 활동을 강화하기도 했다. 한국바이오협회의 '한국관' 전시에는 유바이오로직스 (12,100원 ▲110 +0.92%)·알테오젠 (258,500원 ▼4,000 -1.52%) 등 기업 26곳이 부스를 차렸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올해 행사에는 전 세계 70여개국 1만9000명 이상이 다녀갔고, 이 중 한국인 참관객은 1300여명으로 개최국인 미국 다음으로 가장 많았다. 현장에서 만난 해외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USA에 한국인이 이렇게 많은 건 처음 본다"며 놀라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 국내 업계 관계자는 "과거 한국 업체는 제조·바이오시밀러 중심이란 인식이 높았지만, 최근 국제행사 참여율이 늘면서 신약 개발·백신 등 분야에도 한국이 있다는 포지셔닝 확산이 기대된다"며 "국내 제약사 약물 중 블록버스터 후보로 거론되는 약물이 있단 점도 큰 변화"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한국은 중국·인도 대비 높은 품질과 합리적 비용으로 연구·개발을 빠르게 수행한다"며 "IT 경쟁력이 우세한 한국 입장에선 최근 글로벌 제약 산업과 AI(인공지능) 기술이 빠르게 접목되고 있단 점도 중요한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근희 삼성증권 (41,300원 ▲1,100 +2.74%) 애널리스트는 "국내 기업은 베스트 인 클래스(계열 내 최고 약물), 패스트팔로어(신제품·기술을 빠르게 쫓는 전략) 제품 개발에 뛰어나다"며 "글로벌 제약사와 빠르게 계약 체결이 이뤄졌던 만큼 경쟁력은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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