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되는 '캐즘'의 터널…양극재 기업들도 '속앓이'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2024.06.20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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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양극재 수출량 추이/그래픽=이지혜2024년 양극재 수출량 추이/그래픽=이지혜


전기차 시장의 캐즘(Chasm, 일시적 수요 정체기)이 올 상반기 내내 지속되고 있다.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를 만드는 기업들의 2분기 실적 역시 부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19일 관련 업계 및 증권가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양극재 수출량은 1만9000톤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47.9%에 그친 수치다. 수출단가는 1㎏ 당 27.7달러로 전년비 45.5% 줄었다. 수출량과 단가가 모두 1년 전 대비 반토막난 셈이다.



그동안 양극재 수요는 지지부진한 추세를 보여왔다. 지난해 하반기 캐즘 우려가 대두되며 4분기 양극재 수출은 월평균 1만6000톤 수준까지 떨어졌었다. 올해 △1월 1만8000톤 △2~3월 각 1만9000톤 △4월 2만2000톤을 기록하며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증폭됐지만, 5월들어 다시 감소세로 전환한 모습이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 수요가 좀처럼 늘지 않는 것은 캐즘 현상 지속의 강력한 증거 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혜영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양극재 수요 부진에 따라, 출하량 증가세가 지속되지 못하고 있다"며 "결국 출하량 회복 확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자연스레 LG화학,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 등 주요 배터리 소재 기업들의 실적 전망도 밝지 못하다. 캐즘이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는 양극재 등에서의 호실적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올 2분기 LG화학 첨단소재 부문 영업이익의 경우 1분기(1420억원) 수준을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퓨처엠과 에코프로 역시 마찬가지다.
LG화학 테네시 양극재 공장 조감도LG화학 테네시 양극재 공장 조감도
업계는 2분기가 양극재 업황의 '바닥'에 가장 근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단가 하락세가 진정되는 양상이고, 하반기부터 전기차 신차 라인업이 보강될 예정이다. 기아의 'EV3', GM의 '이쿼녹스 EV' 등 중저가 제품은 물론 아우디의 'Q6 이트론' 및 'A6 이트론'과 같은 중고가 라인업도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신차 효과가 발생할 경우 양극재 수요 역시 덩달아 늘어날 여지가 크다.

기업들은 일단 '버티기' 모드에 들어갔다. 업황이 바닥을 치고 올라갈 때를 대비해 경영 환경을 재정비하는 등 내실을 추구하는 모양새다. LG화학은 원료 내재화 및 고객사 다변화 등에 힘을 쏟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2026년 양극재 생산목표를 연산 45만5000톤에서 39만5000톤으로 줄이는 동시에 기존 공장들의 가동률 등을 끌어올리는 것에 신경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코프로의 경우 원가혁신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향후 2년 내 최소 30% 수준의 원가를 절감하기 위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양극재 수출 현황만 보면 시장에서 기다리는 업황 반등의 신호는 아직 부족하다"며 "정책적인 기대감보다는 전기차 본연의 경쟁력을 통해 수요가 회복되는 방식을 기대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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