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 폭우땐 강남이 잠긴다"…새 침수 예방책 제시한 전문가

머니투데이 박건희 기자 2024.06.19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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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지역에 호우경보가 발효된 지난해 9월 부산 연제구 온천천 산책길에 설치된 운동기구가 불어난 물에 잠겨 있다. /사진=뉴시스 부산 지역에 호우경보가 발효된 지난해 9월 부산 연제구 온천천 산책길에 설치된 운동기구가 불어난 물에 잠겨 있다. /사진=뉴시스


19일 밤 제주를 시작으로 본격 장마철이 예고된 가운데, 행정구역별로 분리된 현행 침수 예방책만으로는 2022년 강남역 침수 사고와 같은 피해가 또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상청에 따르면 19일 늦은 밤~ 20일 새벽 제주에 내리는 비를 시작으로 장마철이 시작된다. 특히 세계기상기구는 올해 "엘니뇨는 쇠퇴하고 라니냐가 온다"고 발표했다. 엘니뇨(El Nino·스페인어로 '남자 아이')는 적도 부근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지는 이상 기상현상이다. 엘니뇨가 쇠퇴할 때쯤 한국엔 일반적으로 기온이 평년보다 높고 일부 지역의 강수량이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올해 극한의 더위와 함께 '역대급' 폭우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다.



황석환 한국건설기술연구원(건설연) 수자원하천연구본부 연구위원(돌발홍수연구팀장)은 "침수 사고 이후 지하차도·지하주차장 등 위험지역에 대한 대비를 강화하고 조기경보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지만, 침수 사고를 일으키는 근본적 원인인 '지형 조건에 따른 인과관계' 대비는 미비한 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기후변화로 광범위한 지역에 비가 내리는 게 아닌 국지성 호우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일이 빈번해졌다"고 말했다. 국지성 호우는 특정 지역에만 국한돼 집중적으로 비가 내리는 현상이다. 같은 도시, 같은 시간대여도 구·군·동에 따라 비가 내리는 지역과 내리지 않는 지역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 강남구의 침수 깊이를 색깔로 구분해 보여주는 홍수위험지도. 극한강우조건에서 빗물펌프장 등의 용량이 초과하거나 제기능을 못할 때 발생 가능한 가상의 침수 범위와 침수 깊이다. /사진=환경부 홍수위험지도 정보시스템 서울시 강남구의 침수 깊이를 색깔로 구분해 보여주는 홍수위험지도. 극한강우조건에서 빗물펌프장 등의 용량이 초과하거나 제기능을 못할 때 발생 가능한 가상의 침수 범위와 침수 깊이다. /사진=환경부 홍수위험지도 정보시스템
문제는 고저(높고 낮음)·형상이 다른 지형·지세 특성상, 특정 지역에 내린 폭우가 근처 지역에 더 큰 침수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황 위원은 "호우 예보는 관악산 부근에만 내린다 해도, 실제 침수 피해는 관악산을 줄기를 형성된 저지대의 주거지역이 입는다"고 설명했다.

2022년 극심한 침수 피해를 입은 강남역 일대의 경우 서울의 대표적인 저지대다. 상대적으로 고도가 높은 서초구에 집중호우가 내릴 경우 높은 곳에서 아래로 흐르는 물의 특성상 인접한 저지대인 강남구가 피해를 입게 된다.

황 위원은 "따라서 침수 예방 대책은 행정구역별이 아니라 '위험 지형'에 따라 통합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인과관계가 큰 행정구역은 하나로 묶어 집중호우 대비책을 준비해야 하는데, 현재까지는 구별 경계선을 넘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집중호우로 인한 극한 상황 발생 시 도시의 침수 범위와 침수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 예측해 보여주는 '홍수위험지도'에 대해서도 "실질적인 예방책이 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국보다 앞서 홍수위험지도를 제작·배포한 일본의 경우, 경고 후에도 거주 인구 비율이 늘어난 위험지역이 전체의 69%에 달했다"는 것이다.

그는 "잠재적 위험 요소만을 알려주는 방법으론 침수 피해를 예방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위험 지형에 따라 통합 침수 예방책을 마련하는 한편, 시민이 홍수위험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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