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한국인들만 별것 아니라는 불닭볶음면과 주식

머니투데이 김세관 기자 2024.06.20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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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밸류업 프로그램이 증시에 끼치는 영향/그래픽=김현정밸류업 프로그램이 증시에 끼치는 영향/그래픽=김현정


심리학과 교육학에서 많이 쓰이는 용어로 메타인지가 있다. 자기 생각이 옳은지 틀린지, 혹은 자신의 능력이 어느정도인지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능력을 일컫는데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예컨대 외국어로 대화할 때 부족함을 느낀다면 보완해야 할 게 단어·숙어인지, 발음연습인지 판단하는 데 사용되는 것이 메타인지다. 이 능력이 부족하면 근거없는 허세를 떨거나 자기비하에 빠지지만, 메타인지가 뛰어나면 겸손하면서도 자신감이 우러나곤 한다.

메타인지는 사회, 문화적인 영향을 많이 받는다. 예컨대 전교 10등 학생에게 공부를 잘하냐고 물으면 한국인들은 십중팔구 "그럭저럭 보통은 하는 정도"라고 말한다. 반대로 미국인들은 100등이라도 "수학이 뛰어나고 공부도 잘한다"는 답을 한다. 겸양을 중시하는 문화 울타리에서 자란 이들은 허세보다는 자기비하가 차라리 낫다고 인식한다.



메타인지 측면에서 자기비하는 자기과신보다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오곤 한다. 대표적으로 우리는 'K팝', 'K드라마' 등으로 대표되는 '한류문화'를 그다지 높게 평가하지 않았던 경험이 있다. 일본과 중국을 넘어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동남아와 중동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는 뉴스나 다큐멘터리도 흥미거리로 생각했을 뿐, 제3자의 시각에서 느끼는 한국의 경쟁력은 주목하지 않았다.

BTS의 인기와 기생충, 오징어게임의 성공 역시 변방의 작은 나라에 대한 호기심이 반짝했을 뿐이라고 치부한 이들이 많다. 이제서야 우리 문화에 대한 자기객관화가 부족했다는 점을 느끼는 중이다. 한국을 찾는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과 먹거리에 대한 인기까지 한국은 그야말로 힙한 문화의 대명사 아닌가.



국내 투자시장은 올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하 밸류업)'이 대세다. 정부 주도로 코리아디스카운트(한국주저평가) 해소를 위한 정책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국내외 관심이 높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국내 투자자들은 밸류업에 대한 실망감을 적지 않게 드러낸다. 세제혜택에 대한 불확실성과 여전히 소극적인 상장사들의 밸류업 참여 등이 원인이다. 코스피 지수의 역시 나홀로 박스권에 갇혀 있다. 이에 따라 '국장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비하도 주식 커뮤니티 등에서 늘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실망과는 달리 외국인들의 국내시장 자금유입은 지속되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코스피 시장 거래대금 중 절반이상이 유럽 큰 손들이며, 이들의 순매수 금액도 지난해보다 5배 가량 증가했다. 5월말 기준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 보유 비중도 지난해말 대비 7% 증가했다.


정작 외국인들은 한국 밸류업에 대한 기대가 상당하다는 의미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미 신고가를 갱신한 일본이나 대만보다 여전히 저평가된 한국 시장에 외국인들이 여전히 매력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한다. 밸류업에 대한 우리 안에서의 실망감이 너무 과한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실망과 기대의 경계선 어딘가를 되돌아 볼 수 있는 메타인지를 찾아볼 필요가 있다. 밸류업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각계의 노력이 계속된다면 머지 않아 한류 인베스트먼트라는 말도 등장할 수 있다고 본다.

[우보세]한국인들만 별것 아니라는 불닭볶음면과 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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