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탈퇴 종용' SPC 회장, 첫 재판서 혐의 부인…대표 "회장 지시"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2024.06.18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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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인 SPC그룹 회장/사진=뉴시스허영인 SPC그룹 회장/사진=뉴시스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에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탈퇴를 종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허영인 SPC 회장 측이 첫 공판에서 "노조 탄압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함께 기소된 황재복 SPC 대표는 허 회장 지시를 따랐다며 검찰의 공소사실을 대체로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조승우)는 18일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허 회장과 SPC 임직원 등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허 회장 측 변호인은 검찰은 한국노총 산하 노조(PB파트너즈 노조)는 어용노조고, 민주노총 노조(파리바게뜨 지회)는 근로자 권익을 대변하는 유일한 노조라는 전제하에 회사와 한국노총 조합 간 협력이 민주노총 조합에 대한 탄압이라고 봤다"며 "이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 PB파트너즈 노조가 어용노조였다면 근로자의 80%가 가입하는 일은 애당초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소수 노조인 파리바게뜨지회가 2021년부터 PB파트너즈 노조와 회사가 이뤄낸 임금인상 등 성과를 폄훼하는 기자회견을 했다"며 "회사도 PB파트너즈 노조와 입장이 같아 가능한 범위 내에서 협조하고 도움을 준 것"이라고 했다.



허 회장 측 변호인은 "소수 노조가 느낄 수 있는 소외감에 대해 주의 깊게 챙겨보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깊이 반성하고 후회하고 있다"며 "다만 복수 노조를 처음 경험하는 회사가 세심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지 노동 3권을 형해화하거나 노사의 실질적 자치를 파괴하는 전형적인 부당 노동행위와는 결을 달리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황 대표 측은 허 회장 지시로 제빵기사들에게 민주노총 탈퇴를 종용한 사실을 인정했다. 황 대표 측 변호인은 "깊이 반성한다"며 "SPC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실제 관여한 당사자들이 법에서 정한 처벌을 받고 잘못된 노사 관행을 바로 잡는 게 올바르다고 생각한다. 추후 공판에서 허 회장의 지시가 있었던 것과 없었던 것을 구분해 사실대로 말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 회장은 황 대표 등과 함께 2021년 2월~2022년 7월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파리바게뜨지회 조합원 570여명을 상대로 노조 탈퇴를 종용하거나 승진 인사에서 불이익을 주는 형태의 부당노동행위를 지시한 혐의로 지난 4월 구속기소됐다.


2019년 7월 파리바게뜨지회장의 근로자 대표 지위를 상실시키기 위해 한국노총 산하 PB파트너즈 노무 총괄 전무 정모씨와 공모해 PB파트너즈 노조 조합원 모집 활동을 지원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민주노총 노조원 측이 '전국 11개 협력업체에서 고용한 제빵기사 5300명을 매장에 배치하는 것은 불법파견'이라는 취지로 주장하고, 직접고용 등을 담은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하자 범행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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