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지역창업 활성화, 민관 공존이 필요한 이유

머니투데이 고석용 기자 2024.06.1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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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2일 경기 성남 판교 창업존에서 열린 '전국 창조경제혁신센터 타운홀 미팅'에서 참석자들과 지역창업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사진=중소벤처기업부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2일 경기 성남 판교 창업존에서 열린 '전국 창조경제혁신센터 타운홀 미팅'에서 참석자들과 지역창업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사진=중소벤처기업부


"저희는 공공기관입니까? 민간기관입니까?"

지난 12일,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전국 19개 창조경제혁신센터(창경센터) 임직원 간담회에서 한 창경센터 직원이 오 장관에게 이같이 질문했다. 2017년 새롭게 공공 액셀러레이터(AC)란 역할을 부여받았지만 사실상 민간 AC와 동일한 역할을 하고 있어서다.

정체성 문제는 창경센터가 지역 민간 AC들과 경쟁할 때 발생한다. 이 직원은 "창경센터가 펀드를 운영하면서 투자도 하고 심지어 R&D(연구개발)사업 추천권을 가진 '팁스' 운영사로도 활동하다보니 민간 AC들과 충돌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했다.



실제 전국의 창경센터는 모두 기업 보육과 투자가 의무인 창업기획자로 등록돼 있다. 8곳은 팁스 운영사다. 동시에 스타트업 보육사업 운영에 정부 예산도 지원받는다. 올해 전국 창경센터 19곳에 지원되는 예산은 총 363억원이다.

지역 민간 AC들은 정부 예산까지 지원받는 창경센터들과의 경쟁으로 운신의 폭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 토로한다. 한 지역 AC는 "지방자치단체가 벤처펀드를 출자할 때도 창경센터를 선호하고 스타트업들마저 창경센터에서만 투자를 받으려고 한다"며 "지역 창업생태계 포식자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창경센터에 혜택을 몰아주는 것도 이유는 있다. 수도권에 비해 인프라 부족한 지역 창업생태계 특성상 다양한 기능을 갖춘 보육기관은 필요한 존재다. 독서율을 높이기 위해 도서관을 짓는 것과 비슷한 셈이다. 소형 서점이 경쟁력을 잃는다고 도서관을 짓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러나 지역 민간 AC들의 불만을 투정으로 치부해선 안된다. 정부는 지난달(5월) '지역 성장지원 서비스 경쟁력 방안'을 발표하며 창업생태계의 지역 불균형 원인으로 "역량있는 투자·보육 지원 서비스가 부족한 것이 주요하다"고 진단했다. 지역 창업생태계 활성화를 위해서는 창경센터처럼 공공 역할을 하는 AC와 함께 지역 민간 AC들도 자생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결국 민간 AC들이 자생할 수 있는 생태계도 만들어줘야 한다. 창경센터의 역할을 축소해야 한다거나 민간AC에 막대한 예산을 몰아주자는 게 아니다. 정부와 지자체 출자사업이나 보육사업에서 창경센터와 민간 AC를 구분해 지원하는 것이 대책의 시작일 수 있다. 우문현답(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있다)의 슬로건을 내건 오 장관이 이 아이러니한 질문에 현답(賢答)을 찾길 기대해본다.
[기자수첩]지역창업 활성화, 민관 공존이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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